1파운드의 슬픔
이시다 이라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문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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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연애 소설집을 한 권 읽었다. 제목은 <1파운드의 슬픔>이고 작가는 이시다 이라. 처음에 제목이 무슨 뜻일까 궁금했는데 책 속에 소개된 총 10편의 이야기 중 하나의 제목이 1파운드의 슬픔이었다. 장거리 연애의 애틋함과 아쉬움을 담은 이야기인데 그 이야기뿐만 아니라 소개된 이야기들이 다 좋았다. 이 책은 일과 연애 그리고 결혼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총 10편을 소개한다. 내 얘기 같기도 하고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기도 한 이야기들이 설렘과 함께 다가온다. 남자가 어떻게 이렇게 여성의 시선을 잘 잡았을까, 싶었는데 실제 연인들의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더 공감됐던 걸까. 디테일한 묘사가 인상적이었고 낯설지 않은 그 느낌이 꼭 소설 같지 않은 느낌을 주었다.

평범한 여성이 평범한 남성에게 마음이 기우는 그 한순간의 움직임을 포착했다는 점이 신기하다. 진짜 그 잠깐의 순간이 있지 않은가. 사랑이 시작되려는 순간. 그 순간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니. 너무 극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소소한 이야기가 매력적이었다. 10편의 이야기가 다 괜찮았는데 그래도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꼽아보자면 음, 두 번째 이야기 ‘누군가의 결혼식’과 여덟 번째 이야기 ‘데이트는 서점에서’. ‘누군가의 결혼식’은 일하느라 바빠 자신의 연애는 포기하다시피 한 웨딩플래너에게 찾아온 사랑 이야기이고, ‘데이트는 서점에서’는 책 읽는 남자를 좋아하는 여주인공 오리모토 지아키의 이야기이다. 상대가 괜찮은 사람인지 아닌지를 책을 읽는가 읽지 않는가로 결정하는 책 성애자까지는 아니지만 나도 책을 좋아하는 남자를 좋아해서 공감가고 그래서 기억에 가장 남는 이야기였다. 내가 갖지 않은 반대의 모습에 끌리기도 하지만 사랑이 진지하게 유지되고 편안하기 위해서는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시끄러운 곳보다 조용한 곳에서 같이 각자가 좋아하는 책을 읽는 시간을 좋아하는 사람을 꿈꾼다. 지아키가 말한 것처럼 영화 러브스토리였던가. 한 커플이 소파에서 각자 다른 방향으로 누워서 책을 읽는 장면. 나도 가끔 그런 사람을 꿈꾼다.

읽는 동안 마치 내가 겪는 일인 양 설레고 아팠다. 사랑이 시작될 때는 두근두근하고 설레고 끝날 때는 가슴 아프고. 연애 소설이 이렇게 재밌는 것이었던가. 10편의 이야기가 ‘사랑’이라는 주제로 다 묶였지만 같은 이야기가 하나도 없다. 사랑이라는 게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만나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시작되고 유지되고 완성되어간다는 게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면서 또 외로움도 느끼면서ㅋㅋㅋ 재밌게 읽었다. 맨 처음 작가의 글에서 <슬로 굿바이>에 이어 나온 연애 단편집이 이 <1파운드의 슬픔>이라고 했는데, 책을 덮고 나니 <슬로 굿바이>도 한 번 읽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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