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커레이드 호텔

매스커레이드 호텔 ㅣ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7월

연이어 발생한 세 건의 살인 사건. 피해자들 간의 특별한 연관성은 없었지만 세 개의 사건 모두 현장에 수수께끼 같은 숫자가 남겨져 있었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동일범에 의한 연쇄살인으로 규정하고 수사를 시작한다. 사건 현장에 남은 이 숫자들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 형사가 그 숫자 메시지를 해독하고 그 결과 네 번째 범행 장소가 밝혀진다. 범인은 코르테시아도쿄 호텔에서 네 번째 범행을 저지를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그것을 막고 체포해야 한다. 경찰은 그 즉시 코르테시아도쿄 호텔로 향하고 벨보이, 하우스키퍼, 투숙객 등으로 위장해서 잠복근무에 돌입한다.

이 소설에서는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한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유가와 마나부 교수와 가가 교이치로에 이은 세 번째 캐릭터, 닛타 고스케 형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닛타 형사는 이 사건의 숫자 메시지를 처음으로 해독한 우수한 형사이다. 범인을 잡기 위해 프런트 직원으로 위장하게 되는데 사실 첫 느낌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거만해보였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호텔리어인 야마기시 나오미의 지도를 받으며 진지한 모습으로 임하고 점점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그렇게 변해가는 모습들이 매력적이었다. 끈기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노세 형사가 말했듯이 실제 범인이라면 어떻게 했을 거라는 등 쉽게 생각할 수 없는 발상을 해낸다는 것, 상상력이 뛰어난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읽다보니 참, 호텔에도 별의별 사람들이 다 오는구나 싶었다. 그리고 아주 오래 전에 우연히 뱉은 말 한 마디가 또는 별 생각 없이 했던 한 행동이 상대방에게는 굉장히 큰 상처일 수 있다는 걸 소설 속 이야기를 통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이런 걸 보면 참 무서운 것 같다. 구리하라 겐지 같은 경우는 그런 상처로 인해서 지금까지 자신의 인생에서 많은 것들을 잃으면서 살아온 거니까. 딱히 그 사람에게 상처를 주겠다고 한 말과 행동이 아니었는데 상대방은 그렇게 주저앉았으니... 어떤 일로 상대방이 상처를 입는지 우리는 알 길이 없지 않은가. 또 투철한 직업 정신에 따라 한 행위가 이런 사건들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게 참 무서운 것 같다. 결말 부분을 읽으면서는 굉장히 이야기들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이야기가 그렇게 연결될 줄이야. 섬세하고 따뜻한 매력의 여주인공 야마기시 나오미와 닛타 형사의 조합도 재밌었지만 뭐니뭐니해도 닛타 형사는 노세 형사와 짝꿍일 때 재밌는 것 같다. 닛타 형사가 노세 형사와 짝을 이뤄 해결할 또 다른 이야기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