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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문 인 파리
조조 모예스 지음, 이정임 옮김 / 살림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미 비포 유>와 <원 플러스 원>의 작가 조조
모예스의 새로운 작품 <허니문 인 파리>! 책을 받고 생각보다 두께가 얇아 놀랐다. 그리고 책을 펼치면 왼쪽은 다 사진이고 오른쪽만
글이라서 신기했다. 생각보다 이야기는 짧을 것 같지만 멋진 사진도 볼 수 있다는 게 좋아서 기대감을 갖고 얼른 읽기
시작했다.
책 속에는 2000년대와 1900년대 파리에서 허니문을 보내고 있는
두 부부가 나온다. 2002년 파리. 리브는 20대 초반에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건축가 데이비드와 결혼하고 파리에서 허니문을 보내고 있는데
신혼여행 중에도 남편 데이비드는 일에만 빠져있다. 신혼여행은 고작 5일인데, 일을 잠시 미룰 수는 없는 걸까. 신혼여행 기간 중엔 그냥 나한테만
우리한테만 집중하면 안 되는 걸까. 그게 그렇게 큰 욕심일까. 리브는 그런 남편을 보며 조금씩 마음이 멀어져간다. 너무 빨리 결혼한 건 아닐까.
1912년 파리. 가난한 예술가 남편 에두아르와 결혼해 파리에서 허니문을 보내고 있는 소피. 에두아르의 경제관념은 충격적이었다. 그는 그림 값을
청구하는 일들은 미뤄두고 너덜너덜해진 차용증서를 쌓아뒀다. 그의 친구들, 즉 돈을 주겠다고 약속만하고 주지 않는 사람들에게 받아야 할 빚이 너무
많았다. 소피는 남편이 돈 걱정 없이 그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내조하지만 신경 쓰이는 게 또 있다. 그것은 바로 남편 주위의 여자들 그리고
소피는 그 여자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예민해진다. 나는 그에게 걸맞은 사람일까.
리브와 소피의 심리변화를 따라가며 사랑과 결혼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아직 결혼을 안 해서 정확히 이해하긴 어렵지만 연애와 결혼이란 게 확실히 다른 부분이 있는 것일 테니까. 그냥 이 소설의
흐름을 쭉 따라가면서 여자 주인공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충분히 그 상황들이 이해되기도 하면서 푹 빠져 읽은 것 같다. 이젠 나 혼자가 아니라
둘이 함께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데 익숙해져야 할 거라는 데이비드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결혼이란 건 결혼하기 전까지 서로 다른 삶의
방식으로 평생을 살아온 두 사람이 함께 사는 것이니 아마 결혼 생활이 완전해지는 데는 당연히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얘기를 들어보면 사소한
문제로도 엄청 많이 싸운다던데. 그래도 왜 내 방식을 따라주지 않느냐고 화를 내기보다 어렵더라도 상대방을 이해하고 하나둘씩 두 사람에게만 맞는
방식을 만들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어쨌든 데이비드와 에두아르가 마지막에 왜 아내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불평하지
않고 아내에게 믿음을 보여줘서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