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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 중 최고는 <악인>이라고
생각해왔다. 이번에 요시다 슈이치의 새 책이 나왔는데 많은 곳에서 <악인>을 뛰어넘는 작품이 나왔다고 해서 큰 관심이 갔다. 제목은
<분노>. 첫 문장은 ‘범행 후, 남자는 여섯 시간이나 현장에 머물렀고, 대부분의 시간을 알몸으로 지냈다.’였다. 강렬한 느낌.
시작부터 참혹한 살인사건 현장이다. 범인은 한 부부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복도에 피로 ‘분노’라는 글자를 남기고 현장에서 도주했다. 그 후
성형수술을 받기도 하며 1년이 넘도록 도피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범인의 현재 얼굴을 정확히 알 수가 없다. 경찰은 범인이 성형을 했을 경우
또는 여장을 했을 경우 등등 어떤 모습일지 몽타주를 만들어 방송도 하고 수배 전단지를 뿌렸지만 범인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처음에는 범인이 그런 살인을 저지르게 된 분노를 말하는 줄 알았다.
책에는 총 3명의 낯선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들 중 누가 범인일까, 혹시 동일 인물은 아닐까, 시기적으로 다른 걸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터뷰를 보니 요시다 슈이치는 그런 사건 자체와 범인이 어떻게 도주했는지 보다 공개수사 후 밀려들어 온 많은 제보에 더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길에서 비슷한 사람을 봤다는 정도라면 몰라도 자기와 친밀한 사람까지 의심하게 되는 그 마음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처음에는 여러 설정을 10개 정도 떠올렸지만 그러면 이야기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3가지 이야기로 풀어봤다는 요시다 슈이치. 마키 요헤이와
아이코 부녀 앞에 갑자기 나타난 다시로의 이야기와 동성애자인 후지타 유마 앞에 나타난 나오토의 이야기 그리고 외딴섬에서 민박 일을 돕는 고미야마
이즈미와 지넨 다쓰야 앞에 나타난 다나카의 이야기 이렇게 총 3가지 이야기가 그것이다.
다시로, 나오토, 다나카 모두 어느 날 갑자기 그들 곁에 나타났다.
이곳에 오기 이전에는 어디에서 무슨 일을 했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얼핏 보면 범인과 닮아 보이기도 하는 그들. 이 책은 그들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그들을 마주한 사람들의 심리를 담고 있다. 믿고 싶지만 끝내 믿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끝내 밝혀지는 범인과 결말,
또 결국은 밝혀지지 않은 ‘분노’의 정체. 1,2권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순식간에 읽을 수 있다. 지루할 틈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나오토라는
인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가슴 아프고 슬펐다. 이 책을 읽고 분노보다 강한 것은 소중한 사람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 즉 사랑이라는 작가의
메시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인간관계에서 믿음은 중요하다. 지금 주변 사람을 얼마나 믿고 살아가고 있는가. 깊이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
<악인>을 뛰어넘었다? 글쎄, <악인>을 처음 읽었을 때 그 느낌을 잊을 수 없어서. 나는 <악인>도 좋고
<분노>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