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취미 - 취미가 인생을 바꾼 여자들의 이야기
남우선 글.사진 / 페퍼민트(숨비소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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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삶에 있어서 취미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취미가 삶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지 않던가.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수 없는 인생에서 취미라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자유를 주고 행복을 주는 원동력이 된다. 이렇게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인데 사실 먹고 살기 바쁘다고 저만치 미뤄두곤 하는 것이 또 취미이기도 하다. 나의 유일한 취미는 독서이다. 책 읽고 서평 쓰기. 그 외엔 취미랄 게 딱히 없다. 예전엔 악기를 하나 배워보고 싶기도 했고, 외국어를 배워보고 싶기도 했지만 사실 매번 시작했다가 그만두게 되는 걸 보면 내가 진짜 진심으로 그걸 배우고 싶어 하는 건지 아니면 남들에게 취미라고 할 만한 것을 만들기 위해 또는 그런 것들을 배우는 것이 마치 내가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생각해서인지 잘 모르겠다. 책을 읽고 상상하고 좋은 문장을 외우고 종이에 끄적거리는 것은 그런 생각 없이 그저 좋고 재밌고 내 인생에 활력을 준다. 이런 게 취미일까.

이 책은 다큐멘터리 전문PD 남우선님의 책으로, 책 속에는 취미가 인생을 바꾼 9명의 여자들의 삶이 담겨있다. 저자의 전작 중에는 <남자의 취미>도 있다고 한다. 남자의 취미와 여자의 취미가 크게 다르겠는가. 읽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조금 다른 부분이 있을지는 몰라도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저자가 말했듯이 여자의 경우는 사회적 구조와 시간의 장애 속에서 취미에 올인 할 기회를 만들어내기 힘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취미에 올인 하기 위해서는 남자보다 조금 더 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9명의 이야기가 그래서 더 기대되었다.

읽기 전에 먼저 이 책에 소개된 9명은 도대체 어떤 취미를 갖고 있을지가 가장 궁금했다. 살펴보니 각각 서핑, 여행, 도자기, 커피, 사진, 살사댄스, 향수, 영사기, 연기에 올인 했는데 개인적으로 기대됐던 부분은 도자기와 영사기였다. 특히 도자기에 올인한 류옥영님 글 첫 페이지에 있는 문장이 가슴을 울렸다. 내 맘대로 되는 게 있더라, 아, 이게 바로 내가 해야 할 일이구나. 내 맘대로 안되는 게 참 많은 세상에서 내 맘대로 되는 것도 있더라는 걸 알려준 도자기. 그 첫 만남이 얼마나 강렬했을까. 아 이게 바로 내가 해야 할 일이구나 깨달았다는 부분을 읽으며 소름 돋았다. 취미라는 것을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또, 영사기에 빠진 임혜순님의 이야기는 읽기 전에 목차만 봐서는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아서 무척 궁금했는데 읽고 나서 많은 것을 느꼈다.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것 같기도 하고 저것 같기도 할 순 있는데 그럴 때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을 때 가장 행복했는지, 또 무엇을 하는데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내는지 생각해보라고 하셨다. 나이가 들수록 혼자 있는 시간이 더 소중해졌다는. 결국 혼자 노는 게 중요해지는 때가 온다는 그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책 한 권으로 이렇게 가슴 뛰는 9명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점에 감사한다. 진짜 모두 다 멋진 분들이었다. 취미가 정말 인생을 반짝반짝 빛나게 해주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읽기 전부터 기대됐던 도자기와 영사기 부분이 가장 좋았다. 나도 도예 한 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또, 나중에 <남자의 취미>도 꼭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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