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엄마
남인숙 지음 / 호메로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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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숙 작가님이 소설도 쓰셨구나, 에세이만 몇 편 읽어봤는데 소설은 처음 보네.’라고 생각하며 읽기 시작한 책 <안녕, 엄마>. 읽기 전부터 왠지 그냥 제목만 봤는데도 코끝이 찡해지는 느낌이었다. 슬프기도 했고 부모님이 남기신 그 사랑에 따뜻하기도 했다. 가족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슬프고 따뜻한 소설이었다.

선미는 네 남매 중 막내로 동화를 쓰는 작가이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책을 읽지도, 글을 쓰지도 않았다. 한시도 글을 눈에서 떼지 않았었는데 부모님이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뒤, 집 안에 틀어박혀 꼼짝도 않게 되었다. 부모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 자식들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선형 오빠는 여러 번 길에서 정신을 놓을 정도로 술을 마시기도 하고, 선국 오빠는 독하게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기도 했으며, 선경 언니는 아이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몸과 마음이 쇠약해져 아이를 두 달간 시댁에 맡기기도 했다. 모두 자신들의 슬픔을 가누기에도 벅찼지만 가족이 있기에 다시 기운을 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선미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던 터라 슬픔 속에 빠져 기운내지 못했고 형제들은 그런 선미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부모님의 1주기가 되던 날, 집 안에 틀어박혀 꼼짝도 않는 선미를 불러내 다독일 요량으로 네 남매가 모였다. 그 자리에서 남매는 부모님에 대한 추억을 하나 둘 이야기하게 됐고, 선미는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지금 이야기한 이런 추억들을 모아 책을 쓰자고. 부모님에 대한 추억들을 편지로 써서 주면 자신이 정리하겠다고. 그러면 다시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들은 기뻐하며 그러겠다고 했다. 그 뒤 1년 동안 선미는 언니오빠들과 자신이 가진 부모님에 대한 추억들을 정리하며 조금씩 회복되어 간다.

그들이 마음속에서 하나씩 꺼낸 추억들은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평범했다. 자식을 위해서 희생하셨던 평범한 부모님이셨다. 그래서 읽으면서 더 슬펐다. 첫 번째 이야기부터 눈물 훔쳐내기 바빴다. 시집보낸 딸의 생일 날, 시댁에서 사는 딸이 혹시 생일도 못 챙기고 있는 게 아닐까 걱정하며 아침잠 많은 엄마가 자명종 맞춰 놓고 간신히 일어나 미역국 끓이시고 딸의 집 앞에 조심스레 냄비를 내려놓으셨을 그 모습이 상상 돼서. 아빠는 하이파이 오디오 마니아셨다. 마니아답게 거기에 쓰는 돈을 아까워하지는 않으셨지만 큰돈을 들여 오디오 장비를 사들이는 것을 본 적은 거의 없다. 아빠의 비상금은 자식들, 가족을 위해 쓰였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단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제대로 된 오디오를 가져보지 못했던 아빠. 선미는 몇 년 전 원고가 당선되어 받은 상금으로 아빠께 하이파이 장비를 사드린 게 자기 평생 가장 잘한 일 가운데 하나였다고 회상한다.

나는 그냥 너무 슬펐다. 인간은 누구나 죽지만 부모님이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무너져 내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런 모습은 부모님이 진정으로 바라는 자식의 모습이 아닐 것이다. 소설 속 네 남매처럼 부모님과의 추억을 하나씩 꺼내며 그분들을 잃고 얻은 상처를 치료하고 감사함을 느끼고 자신의 자리에서 또 열심히 살아가야 할 것이다. 슬프고 감동적인 소설이었다. 가족의 진정한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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