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2년만 살고 싶었습니다

제주에서 2년만 살고 싶었습니다
손명주 지음 / 큰나무 / 2015년 6월

제주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 단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이 과연 있을까. 나도 한 번쯤은 생각해본 적 있다. 제주도에서 사는 것에 대해. 근데 나의 경우는 정말 너무너무 제주도에서 살고 싶다, 반드시 나중에 제주도에서 살겠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고, 그냥 제주도에서 살면 참 행복할 것 같다 ~ 정도라고 할까. 굳이 살지 않더라도 좀 긴 기간을 여행만 해도 참 좋겠다고 생각하는 정도이다. 지금 있는 곳에서 만족하지 못하는데 장소만 딱 바뀐다고 해서 내 삶이 분명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 안하고, 제주도도 사람 사는 곳이니 일상에서 겪는 일들은 다 비슷비슷할 거란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은 살면 어떨까 꿈꿔보는 제주도! 살아본 적 없는 이에게 그곳의 삶이 어떤지 궁금한 건 당연한 일. 책을 통해서라도 살짝 들여다볼 수 있을까 싶어 이 책 <제주에서 2년만 살고 싶었습니다>를 펼쳤다. 저자는 원래 제주에서의 삶을 꿈꾸던 사람일까, 사표를 내고 제주로 가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 무언가 확신이 있었을까, 왜 하필 2년일까, 2년‘만’ 살고 싶었다니 그건 무슨 뜻이지, 제주에서 꿈꾸던 일을 하고 있는 걸까, 다 버리고 정말 한 걸음 내딛으니 행복하던가. 등등 궁금한 게 많았다. 왜 2년만 일까 궁금했는데 보니까 도시를 떠나기 싫다는 아내 워니에게 제주에서 딱 2년만 살아보자고, 살아보고 아니다 싶으면 돌아가자고 설득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게 떠난 그곳에서 정착한지 3년 된 이주민의 리얼한 제주에서의 삶 이야기.

사표를 내고 아파트 전세금을 빼서 제주 시골마을의 농가주택을 구입하고 게스트하우스를 열었다. 원래 게스트하우스 하는 게 꿈이었냐고? 아니, 구입한 작은 농가주택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게스트하우스 말고는 딱히 없어서, 그리고 만만해보여서 게스트하우스를 연 것이다. 글쎄, 내 생각엔 게스트하우스 결코 쉬워 보이지 않는데, 라고 생각하며 걱정했는데 역시나 큰 착각이었음을 깨달은 저자는 적성과 맞지 않는 일에 후회하기 시작했다. ‘우울’이라는 단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육지에서의 삶과 다를 게 무엇인가. 단지 장소만 옮긴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 이런 책도 반드시 필요하지. 모두가 제주에서의 삶을 꿈꾸고 진짜 그곳으로 갔더니 행복해 죽겠다, 라고 말하면 그것도 말이 안 되잖아. 꿈꾸던 것이 밥벌이가 되면 피곤해지는 법. 결국 다 사람 사는 곳인데 제주라고 크게 다르겠느냐. 참 솔직해서 좋다. 막연히 제주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읽으면 자신의 생각을 다시 한 번 깊게 정리하기에 도움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제주를 택하는 사람들에겐 더 단단하고 구체적인 준비를 하게 도와줄 것이고. 저자의 담담한 솔직함에 고개를 마구 끄덕거리며 읽었다. 육지에서의 삶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제주에서의 삶. 하지만 육지에서의 삶에 항상 고통만 있는 것이 아니듯이 제주에서의 삶에도 고통만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저자도 그걸 깨닫고 다짐했던 2년을 넘어 3년 차 제주살이를 이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 제주에서 계속될 저자의 삶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