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나도 참 많이 가봤다. 처음 갔던 건 초등학교 수학여행
때였고, 중학교 때 또 틈틈이 방학 숙제 때문에 따로 가기도 했고, 대학생 때는 내일로 여행을 갔었다. 그 후에도 몇 번 가봤는데 갈 때마다
새롭고 신비로운 느낌을 받는다. 여러 번 가봤다고 해서 경주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다. 아는 게 부족하다보니 한쪽으로 치우쳐진 탐방이 아니었나
싶다. 어렸을 때야 그냥 선생님이 이끄는 대로 움직였을 뿐이라 잘 생각나는 건 없고 주로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가 생각났다. 하지만 그것도
대학생이 되고 좀 더 시간이 흘러 다시 보니 얼마나 새롭고 또 다른 느낌이던지. 여전히 석가탑과 다보탑은 너무 좋다. 최근에는 한국사 강의를
들으면서 경주에 있는 여러 왕릉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좀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이 책을 읽게 됐다.
경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불교 유적이지만 그 외에도 여러
왕릉과 산성, 과학유산이 많이 있다. 가장 많이 가봤고 경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불국사와 석굴암 석굴은 1995년 1차로 세계유산에
지정되었다. 그 후 5년 뒤 경주시 전체는 경주역사유적지구로 세계유산에 지정되었다. 그래서 불국사와 석굴암은 세계유산 속의 세계유산이라는 것.
1000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세계유산으로 녹아들어가 있는 곳, 경주. 경주시 전체가 세계유산에 지정되었으니 얼마나 볼 것이 많겠는가. 하지만 또
하나 잊으면 안 되는 사실! 신라 1000년의 모든 유산이 세계유산에 지정된 것은 아니라는 점! 경주 시내를 관통하는 형산강을 기준으로 오른쪽에
있는 유산들은 세계유산에 지정되었지만 왼쪽에 있는 많은 유산들은 배제되었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든 아니든 경주 일대에 있는 유산을
거의 답사 여정에 넣어 신라 1000년의 참맛을 느끼도록 하는 데 기본 목적을 두고, 경주를 8개의 지역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숨겨진
과학적 원리와 함께 그 유적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차근차근 알려준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해서 읽는 내내 신기했다. 개인적으로는
불국사와 황룡사지구가 제일 흥미로웠다. 불국사는 그렇게 많이 가봤는데도 내가 얼마나 단편적으로 알고 살펴보았는지 안타까웠다. 아 나는 왜 이걸
못봤지? 생각한 부분이 얼마나 많던지. 다시 경주 불국사에 갈 계획이 생기면 가기 전에 꼭 다시 한 번 그 부분을 읽고 가고 싶다. 아니면 아예
이 책을 갖고 가는 것도 좋겠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내 눈에 더 많은 것이 보일 것 같다. 느낌도 더 새로울 것 같고. 올 9월이나
10월에 한번 가볼까 생각중인데 계획을 한번 세워봐야겠다.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가득 담긴 문화유산들을 자세히 알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