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내게 끌린다
남인숙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표지의 “나를 사랑하는 법도 모른 채 어른이 되었다”라는 문장에 이끌려 이 책을 읽게 됐다. <나는 아직 내게 끌린다>라는 제목도 괜찮고. 음, 근데 생각보다 굉장히 신선했던 게 이 책의 화자가 ‘구두’라는 점이었다. 12센티미터의 굽을 가진 매력적이고 화려한 구두, 진짜 신기한 구두였다. 이 구두는 구두 주인 총 일곱 명의 여자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인의 아름다움밖에 보지 못하는 눈먼 구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구두는 일곱 명의 여자의 손에 차례차례 전해지고 가만히 그들의 삶을 관찰한다. 구두가 바라본 여자들의 삶은 어쩌면 나의 이야기 같기도 한 그런 이야기였다. 살아가면서 여자들이 하게 되는 여러 고민들에 빠진 일곱 여자. 그들은 지금까지 나름대로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왔는데 모두들 해결되지 않는 고민들을 안고 있었다. 이 신기한 구두는 그 여자들 곁을 지키고, 여자들은 고민들 속에서 한 발짝 발을 내딛어 결국 자신이 가야 할 길을 향해 앞으로 나아간다.

살면서 고민이 있을 때마다 나 자신을 많이 탓하면서 살아온 것 같다. 뭔가 잘 풀리지 않으면 내가 잘못한 것 같고, 더 잘할 수는 없었나 싶은 생각이 들고. 나 자신을 북돋으면서 또 나 자신을 탓하면서 20대 후반이 되었는데 예전에는 깊게 생각해본 적 없었지만 요즘은 나 자신을 사랑하며 사는 게 참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는 걸 알 것 같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법을 더 잘 알고 있다면 여러 고민이 있을 때마다 나 자신을 탓하기보다는 더 많이 나 자신을 일으켜 세우지 않았을까. 어쩌면 그런 기억보다 내 자신을 탓했던 기억이 더 큰 걸 보면 나도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한 살 한 살 더 나이는 들고.

이 책은 불안할수록, 두려울수록, 외로울수록 나 자신을 사랑하라고 말한다. 비슷해 보이는 여러 고민들을 갖고 있던 책 속의 여자들을 보며 구두는 주인의 아름다운 모습만을 찾아낸다. 그 여자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 능력 등을. 앞으로는 뭔가 잘 풀리지 않을 때 내 자신을 탓하기보다 한 걸음 물러나 신기한 구두가 주인을 바라봤던 것처럼 나도 나만이 갖고 있는 장점, 능력 등을 찾아보는 게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요즘 여러 고민들을 하고 있었던 터라 공감하면서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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