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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오늘
법상 지음 / 마음의숲 / 2015년 5월
평점 :
나는 가끔 설거지를 할 때마다 특히 음식물이 눌러 붙은 냄비를 볼
때마다 혜민 스님의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서 읽었던 이야기가 생각나 마음이 편안해질 때가 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오래 전 읽은 그 책에서 정확히는 아니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딱 하나 있다. 모두들 음식물이 냄비에 눌러 붙어 있을 때 그것을 바로
닦으려면 닦이지도 않고 힘이 들지만 물에 담가두었다가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그것을 닦으면 힘도 들이지 않고 쉽게 닦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떨어져나가니 조급하게 억지로 닦으려고 하지 말고 시간을 두라는 것이다. 그렇듯이 마음이라는 냄비에 상처가 눌러
붙어있으면 억지로 떼어내려 하지 말고 시간이라는 물을 붓고 기다리라고 그러면 저절로 떨어져나간다는 이야기였다.
어떤 책을 읽고 나서 사람인 이상 모든 내용을 기억할 수는 없다.
주로 그동안 전혀 몰랐는데 이번에 그 책을 읽고 새롭게 알게 되거나 공감했던 특정 한 두 개의 이야기가 계속 기억난다. 그 이야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등 내 생활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좋아서 나는 책을 읽는다. 이번에는 법상 스님의 <눈부신 오늘>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이 책도 혜민 스님의 책처럼 오랫동안 나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위안이 되는 말과 앞으로 새겨두고 싶은 좋은
말들이 가득한 책이었다. 읽으면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가 얼마나 의미 있고 소중한지 알게 될 것이다.
오늘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모두들 내일을 생각하며 살고
있다. 이만큼 하느라 오늘을 희생했으니 내일은 분명 더 좋아지겠지 생각하면서. 얼마나 더 좋아져야 만족할 수 있을까. 만약 지금 세운 목표를
이룬다면 멈출 수 있나, 오늘 대신 내일을 생각하는 것을? 글쎄, 그때가 되면 또 더 높은 목표가 생기지 않을까. 이러다 평생 오늘 말고 내일을
생각하면서 살아야 되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또는 해본 적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내려놓고 받아들이는 것을 생각해보자. 쉽진
않겠지만 우리에게는 그저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 좋다 나쁘다는 판단을 그치는 것이 필요하다.
삶을 너무 심각하게 바라보지 말라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심각해지면
세상은 나를 불편하게 하는 정의롭지 못한 일투성이라는 것. 정말 그런 것 같다. 그런 정의롭지 못한 세상에 힘을 부여하고 끌려 다니는 신세로
전락하지 말고 힘의 중심이 언제나 자신에게 있도록 과도하게 심각해지지 말고 집착하지 말라는 말씀 기억해야겠다. 태풍의 눈이 언제나 고요하듯이,
중심에 있을 때 언제나 고요한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말씀도. ‘성공하려고, 잘 살려고, 완전해지려고 노력하지 마라. 당신은 이미 잘 살고
있다’ 이 한 문장에 큰 위로를 받았다. 책 속의 또 다른 이야기들도... 내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애쓰지 않아도 삶은 늘 흘러갈 테니까 너무
과도하게 붙잡으려 애쓰지 말고 흘러가는 대로 지금 내 모습을 받아들이고 내일보다는 오늘을 바라보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