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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아홉,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서진 지음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자신이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나이가 무슨 상관이겠냐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래도 나이가 들수록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두려움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나이가 한참 많은 사람들이 보기에
젊은이들이 이런 말을 하면 웃을지도 모르겠지만, 인간이란 존재는 원래 진실을 알면서도 헤매는 존재 아니던가. 지금 절대 늦은 게 아니란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지금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늦은 건 아닌지 고민하고 방황하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 또한 그런 사람 중에 하나라서 평소에
의식적으로 나이는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나이 들면서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며 보란 듯이 무언가를 끊임없이 배우고 공부하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나도 그런 사람들처럼 나이 들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중 서른아홉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 읽기
시작 한 책이다.
이 책은 소설가 서진님의 에세이인데 제목을 보고 서른아홉이라는 나이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해보였다. 이 나이에 뭘, 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시도했다는 것. 저자가 여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남자였다(이름도 예쁘시네). 나이에 상관없이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내가 바라는 삶을 살고 있는 저자의 삶과 생각이 궁금했다. 돌이켜보면
학교에서 배운 게 별로 없다는, 진짜 공부는 학교를 그만두면서부터였다는 문장을 보자마자 푹 빠져 꽤 집중해서 책장을 넘겼다.
저자는 열심히 공부하면 무언가 될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던 학생이었다.
남들과 똑같이 학교를 다녔고, 공부를 했고, 대학과 대학원에 갔다. 그러다 취직도 했고 정신없이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진짜 바라는 게
무엇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방황이 시작됐다. 내 이야기 같다고 느끼는 사람들 많을 것 같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정해진 대로 길을
따라가느라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고 사는데 나중에 이런 생각을 진지하게 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 뒤 저자는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여행을 간다던가, 소설을 쓴다던가, 무언가를 배운다던가. 그렇게 살다보니 서른 중반이 되었고 그 지점에서 생각해보니 만족감을 느끼며 살게 됐다.
인생은 원하는 대로 살아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됐고, 하고 싶은 일은 천천히 조금씩 꾸준히 하면 이루어나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나도 학교 다닐 때 말썽 한 번 부려본 적 없는 아이, 말 잘 듣는
모범생이었다. 학생 신분으로 열심히 공부를 하면 무언가 되어 있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저자의 말처럼 나도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고, 학교 안에서보다 학교 밖에서 더 많은 걸 배웠다고 생각한다. 책 속에서 저자는 사춘기를 혹독하게 겪은
경험담을 하나하나 담담하게 이야기하는데 왠지 모르게 위로 받은 느낌이었다. 인생은 원하는 대로 살아도 괜찮구나, 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소소한 일상 속에서 스스로 행복한 자신만의 인생을 살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나도 그렇게 살아야겠다. 나 스스로 행복한 나만의
인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