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잃어버린 앨리스를 부탁해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베스트셀러 목록에 자주 보이는 <허즈번드 시크릿>의 저자 리안 모리아티의 <기억을 잃어버린 앨리스를 부탁해>를 읽었다.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는 과정에서 잃어버린 ‘행복’을 되찾는 한 중년 여인의 좌충우돌 로맨틱 휴먼 코미디라고 책 소개에서 봤는데 궁금해서 읽게 됐다. 기억을 찾는 과정에서 잃어버린 행복을 되찾는다고 해서 기억을 잃기 전에는 주인공이 행복하지 않았던 걸까 궁금했다. 얼른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주인공 앨리스는 서른아홉 살이고, 아이가 셋 있으며, 남편과는 현재 이혼 소송 중인 주부이다. 어느 날, 다니고 있던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다가 떨어져 갑자기 쓰러진다. 그러다 지난 10년간의 기억을 잃은 채 깨어난다. 그녀는 지금 자신의 나이가 스물아홉이라고 기억했다. 스물아홉의 앨리스는 체육관 같은 곳은 다닐 리가 절대 없는데 이곳은 어디지? 지금 내 배 속에는 닉과 나의 아기 건포도가 있는데, 배는 왜 이렇게 홀쭉하지? 떨어지면서 잘못된 건가?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도착한 그녀는 사실은 지금이 1998년이 아니라 2008년이라는 사실, 즉, 자신이 스물아홉이 아니라 서른아홉이고 이미 태어난 아이가 셋이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앨리스는 아이들의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사랑하는 남편 닉, 친언니 엘리자베스가 빨리 이곳에 와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남편 닉은 자신이 다쳤다는 말에 걱정은커녕 무슨 수작이냐는 말을 했고, 누구보다 가까웠던 친언니의 반응 또한 어색했다. 지난 10년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닉은 나에게 절대 그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닌데. 언니와 나는 그 누구보다 가까웠는데. 10년이라는 시간이 물론 엄청 긴 시간이지만 그 사이에 이렇게 정반대의 사람이 될 수도 있을까 앨리스를 보면서 생각했다. 스물아홉의 자신과 서른아홉의 자신이 너무 다른 사람이라 내가 앨리스였다면 엄청 혼란스러웠을 것 같다.

기억도 잃었지만 10년이란 시간동안 살아오면서 행복도 조금씩 잃어왔다는 사실을 점점 깨닫게 된 앨리스. 기억도, 행복도 다시 되찾기 위해 노력한다. 해피엔딩이라 다행이다. 앨리스도 그리고 언니 엘리자베스도. 어쨌든 가장 소중한 것은 나의 가족과 내 주변 사람들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해준 소설이었다. 앨리스의 이야기와 함께 언니 엘리자베스의 상담일지, 할머니 프래니의 블로그 글 형식도 기억에 남는다. 특히 할머니 프래니의 블로그 글과 그 밑의 댓글들이 정말 재밌었다. 그런 형식이 새로워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내가 만약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지금의 내 모습이 원했던 모습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생각했다. 앞으로는 10년 후의 내가 되돌아봤을 때도 만족할 만한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며 살고, 주변의 가깝고 작은 것들을 아끼며 살아야겠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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