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별거냐 - 힘들고 지쳐도 웃어요
한창기 글.그림, 김동열 기획 / 강이북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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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SBS 세상에 이런일이’에서 이 책의 저자가 출연한 부분을 본 적 있다. 낚시터 근처에서 매점을 운영하시는데 그 매점을 들어서는 손님들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바로 벽과 천장에 붙어있는 그림들. 저자는 원래 만화가가 꿈이었던 건지 연필과 종이만 있으면 뚝딱뚝딱 그림을 그려내는데 그게 너무 신기했다. 나는 그림에 소질이 별로 없어서 그렇게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이 신기하기만 하다. 근데 그의 그림은 단순히 어떤 풍경만 담고 있는 게 아니다. 그냥 평범한 일상의 그림 한 컷에 한 문장. 그의 그림을 보면 빙그레 웃게 되고, 바삐 사느라 놓치고 있던 중요한 사실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낚시터 매점에 오는 손님들도 벽에 붙어있는 그림에 시선을 고정하고 웃고, 고개를 끄덕이던 장면을 방송에서 봤는데 나 역시 책을 읽고 똑같이 웃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저자께서 부인을 도와 같이 낚시터 매점을 운영하고 계신 줄 알았는데, 소개글을 보니 원래 직업은 인천공항 외곽 보안요원이라고 한다. 책 속에는 보안요원으로 일하는 자신의 모습도 담고 있고, 낚시터의 모습, 부인과 아들의 모습 등등 일상의 모습들이 가득하다. 저자의 그림 속 등장인물 특징은 계속 윗옷을 벗어 볼록한 배를 드러내고, 엉덩이도 살짝 보일락 말락 ㅋㅋ 그런데 직장생활을 그린 부분은 제복을 잘 갖춰 입으신 모습을 보고 살짝 웃었다.

저자는 참 술을 좋아하는 것 같다. 앞부분은 거의 다 술 이야기이다. 몇 장 안 넘겼는데 기억나는 건 술 이야기뿐.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술이나 한 잔 하자. 29페이지의 봄 날씨야, 니가 아무리 좋아봐라. 내가 봄 옷 사 입나 술 사먹지. 부분에서는 완전 빵 터졌다. 그렇게 술이 좋으실까. 나는 술보다는 옷인데. 히히

112쪽과 113쪽을 읽고는 내가 노력한다는 미명하에 적당히 타협하고 안주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도 해보게 됐고, 126쪽을 읽고는 나이가 든다는 것의 매력을 또 한 가지 알게 되었다. 지금보다 어렸을 때 화나고 욱하는 일이 많았는데 나이를 한 살 더 먹고 또 한 살 더 먹으면서 감정을 자제할 줄도 알고 그냥 웃으며 넘기게 되는 일도 생겼다. 낚싯대에 걸린 대어를 놓쳤다 해도 화가 나지 않는 것이 중년의 즐거움 중 하나라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상을 순간적으로 잘 포착한 그림만으로도 나한테는 인상 깊지만, 또 어찌보면 그림이 단순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144쪽의 홍련암 가는 길의 그림을 보니 정말 그림 잘 그리신다. 나도 이렇게 그림 잘 그리고 싶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행복하게 하는 사람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 저자가 행복하게 그린 그림을 보고 덕분에 나도 행복해지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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