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나의 서른 - 조금씩 채워져가는 나를 만날 시간
조선진 글.그림 / 북라이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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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즈음의 풍경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림들을 담은 책 <반짝반짝 나의 서른>.

열아홉에서 스물이 될 때 엄청난 변화가 있었던 게 아니듯이 스물아홉에서 서른이 된다고 일상에 큰 변화가 찾아오는 건 아닌데. 스물아홉과 서른에 포인트를 맞춘 책들이 많이 보인다. 특히 서른은 뭔가 특별한 느낌. 정말 특별한가? 열아홉에서 스물이 될 땐 기대와 호기심이라도 있었지, 20대 후반인 내가 지금 서른을 생각하면 앞자리가 바뀐다는 압박감? 불안과 압박감이 큰 것 같다.

서른을 향해 바짝 다가가고 있는 내 입장에서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이었다. 아직 청춘일까, 다시 사랑이 올까, 낭만적 밥벌이는 환상일까, 어떻게 해야 행복할까, 다시 배낭 메고 떠날 수 있을까, 별일 없이 살 수 있을까. 다들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군. 나만 그런 건 아니라는 데서 오는 안도감? 하하하하.

나도 시큰둥 세포가 이미 많이 퍼져나간 것 같다. 가방과 지갑의 사이즈가 작아지는 건 당연하고 아예 귀찮아서 다 필요 없다, 주머니만 있으면 된다 주의라서. 침대와 소파에 눌어붙어 있는 건 나의 특기. 히히. 나와는 맞지 않는 사람 부분도 기억이 나는데, 나는 20대 초반엔 인간관계에 있어서 주변 사람들 모두와 손을 맞잡아야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맞잡으면 날 좋아하는 사람, 아니면 날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꼭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지금은 알겠다. 상대방이 좋은 사람인 것도 알겠고 딱히 나에게 막 대하는 것도 아닌데 내 손을 맞잡아주지 않는, 이상하게 편하지 않은 사이. 그건 그냥 날 싫어하는 게 아니라 나와 맞지 않을 뿐이라는 걸. 그런 사람을 자꾸 내 쪽으로 잡아당기려는 게 내 욕심이라는 걸. 나에게도 좋을 게 하나 없다는 걸.

나이를 먹는다는 게 솔직히 마냥 반갑지는 않지만 나는 그렇게 싫지도 않다. 20대 초반의 나보다는 지금의 내가 더 마음에 드니까. 나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지금도 부족하고 불안정하지만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더 부족했다. 모르는 것도 많았고. 공평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고 하루하루 살아오다보니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는다는 게 그렇게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낼 모레 서른인데 나 이대로 괜찮을까라고? 안 괜찮으면 또 어쩔 것인가? 안 괜찮아도 내 인생. 불안하고 압박감을 느끼지만 뭐 막을 수 없는 거고, 20대 초반보다 20대 후반이 마음에 들듯 30대엔 더 나아지겠지 생각하기로 했다. 제일 마지막 글이 인상 깊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결이 있다는 말. 서른이 되던 마흔이 되던 나무가 나이테를 만들어가듯이 나도 나만의 결을 만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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