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 1년 넘게 여자로 살아본 한 남자의 여자사람 보고서
크리스티안 자이델 지음, 배명자 옮김 / 지식너머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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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 표지에 빨간 매니큐어를 칠한 한 남자가 보인다. <지구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은 1년 넘게 여자로 살아본 한 남자의 간 큰 실험을 보여주는 책이다. 1년 동안 어떤 방식으로 여자로 살아봤다는 걸까. 머리를 길렀나? 이건 뭐, 남자라도 머리 기를 수 있는 거고 반대로 여자라도 짧은 머리일 수도 있고. 그럼 치마를 입고 다녔나? 남자가 치마 입고 다니면서 정상적인 사회생활하면서 살 수 있을까? 주변 사람한테 미친 사람이라는 소리 듣지 않았을까? 하이힐을 신었나? 여자인 나도 하이힐은 자주 신는 편이 아닌데.... 이런저런 생각과 함께 읽기 전부터 저자가 직접 1년 넘게 여자로 어떻게 살아봤다는 건지 너무 궁금했다.

사실 이렇게 유쾌한 책일 줄은 몰랐다. 왠지 진지한 느낌일 것 같았는데 이 책 생각보다 재밌다. 몇 장면에서는 읽다가 혼자 킥킥거리면서 웃었다. 독일의 한 방송에서 다큐멘터리로 소개되었다는데 나도 보고 싶다.

모든 것은 백화점에서 우연히 여자 속옷 코너를 지나쳤던 바로 그날, 시작되었다. 추운 겨울이었다. 저자 크리스티안 자이델은 아침에 강가로 산책을 나갔다가 너무 추워서 짜증이 났다. 그는 모든 게 속옷 탓이라고 생각했다. 남자들이 겨울에 입을 수 있는 따뜻한 속옷이라고 해봤자 내복이 전부인데 내복 입고 실내에 있으면 땀이 차고, 화장실에서 볼일이라도 보려면 잘 벗어지지가 않아 성가셔서 불편했다. 내복을 싫어했던 저자는 이날 아침에도 내복을 입지 않았는데 날씨가 너무 추워 아침 산책을 망쳐버린 것 같았다. 그리고 결심한다. 시내 백화점들 모조리 뒤져서라도 내복 말고 밖에서는 춥지 않고 안에서는 덥지 않은 적당한 속옷을 찾겠다고. 백화점에 가보니 남자들 속옷 파는 곳은 우중충한데 여자들 속옷 파는 곳은 아름답고 밝고 향기도 났다. 자신도 모르게 이끌려 들어간 곳은 신세계였다. 그는 그곳에서 자신을 위한 스타킹을 산다.

남자들에게 강요되는 고전적인 역할에 싫증을 느꼈고, 여자들의 생각과 삶이 궁금했던 저자. 스타킹을 사서 신었던 것을 시작으로 금기를 깨기 위한 그의 독특한 실험이 시작된다. 여자들에겐 익숙한 것들을 남자인 저자가 하나씩 겪어나가는 과정이 흥미롭고 재미도 있었다.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고, 나에겐 일상적인 것이 남자에겐 이렇게 느껴질 수 있구나 싶기도 했다. 평소에 사람들이 남녀를 정확히 구분지어 남자라면 여자라면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단정 짓는 고정관념들이 정말 많은 것 같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옳지 않다는 걸 이 책을 읽고 느꼈다. 사람은 누구나 내면에 남자와 여자가 공존하는 거 같다. 계속해서 구분 짓기만 한다면 정확히 이해할 수도 없고, 발전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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