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사장 장만호
김옥숙 지음 / 새움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왜 나는 이 책이 식당을 차려 성공한 사장의 성공기라고 생각했을까. 소설인 걸 알고 나서도 목차를 보고 아, 단편 소설 이구나 했다. 일본 만화 <심야식당>처럼 단편으로 우리네들이 먹고 사는 밥 한 끼에 대한 따뜻한 소설이 아닐까 생각했다. 책 표지에 장편 소설이라고 쓰여 있는데 왜 그랬던 건지. 두 번의 예상이 빗나가면서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프롤로그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빠져 나는 빠르게 페이지를 넘겼다.

이 책은 식당사장 장만호의 인생 이야기다. 그는 공장일밖에 모르는 노동자였다. 자신에게는 그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나염기술 하나만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했지만 그를 받아주는 염색공장이 없었다. 대구 노동청점거 농성사건으로 6개월의 실형을 살고 나왔고, 세 군데의 공장에서 노조위원장으로 활동하다 해고된 경력까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일 년만 공사장에서 일하다가 다시 공장으로 들어가려했다. 그렇게 시작한 아파트 공사장 막노동 일. 다른 날보다 일찍 끝나 기분 좋게 퇴근하던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했다. 레미콘트럭이 그를 덮쳤다. 레미콘에 치이고도 살아났지만 그의 허벅지 살은 삼분의 이나 파였다. 그런 그에게 평소 잘 알던 형이 찾아와서 자신이 하고 있는 숯불갈비 식당과 다리 보상금을 바꾸자고 했다. 다리를 다쳤으니 이제 공장일은 다시는 못 할 테고, 먹고는 살아야 하고, 그렇게 그는 자신의 다릿값을 식당과 바꾸었다.

그렇게 시작된 식당 일. 온갖 일들이 벌어지고. 주방과 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옆 식당과의 경쟁, 매출을 올리기 위한 공단숯불갈비만의 전략 등 어쩜 이렇게 리얼할까 궁금했는데 실제로 저자가 식당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다고 한다. 어쩐지 다르다 했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가게를 키워나가며 성공하는 그의 모습이 보기 좋았는데,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고, 다른 이들의 밥을 챙겨주느라 정작 소중한 가족인 아내와 딸과 함께 밥 한 번 먹지 못하고 결국 이혼까지 하게 되는 걸 보니 마음이 아팠다.

이 소설의 재미는 아마 감칠맛 나는 사투리가 아닐까? 사투리 덕분에 재밌게 읽었던 것 같다. 실패와 좌절 앞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주인공 장만호. 느티나무처럼 언제나 그 곳에서 열심히 살아내 주기를, 응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