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 - 길고 느린 죽음의 여정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
이상운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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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 이 책은 어느 날 갑자기 아프기 시작해 급격히 허물어진 아버지로 인해 죽어가는 인간의 시간을 적나라하게 경험한 아들의 기록이다. 소설가 이상운님의 에세이. 너무 읽고 싶었던 책이었으나 책을 펼치기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린 책이기도 했다. 왠지 무서웠던 것 같다.

삼 년 반 전, 어느 여름날. 아버지의 온몸에 열이 펄펄 끓었다. 바로 전날에 다녀온 병원에서는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고 했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열이 난다고 해서 다 죽는 건 아니지만 나이가 많을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 아들은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서둘러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을 찾는다. 아버지는 불안해했다. 당연했다. 모든 사람들에게 죽음은 공포의 대상이니까. 아버지께도 죽음의 과정은 처음 겪어보는 낯선 일이었다. 불안했던 아버지와 아들에게 병원은 차가웠고, 아들은 결국 아버지를 병원이 아닌 집에서 자신이 직접 돌보기로 한다. 그 삼 년 반의 여정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은.

고령의 부모님이 갑자기 편찮으시고 쓰러지시면 자식은 어떻게 해야 할까? 얼른 병원으로 모시겠지. 지금 어떤 상황인건지 어디가 어떻게 얼마나 편찮으신지 전문가를 통해 정확히 알아야 하니까. 저자도 그랬다. 하지만 상황은 혼란스러웠다. 아버지의 몸 곳곳에 주삿바늘이 꽂히고 각종 검사들이 계속해서 진행됐지만 원인은 제대로 찾아내지 못했다. 아버지는 지쳐갔고 무력해져갔다. 전문가들이니까 잘 알겠지 생각했는데 이름만 종합병원이지 종합적으로 진단하지 못하는 실태에 할 말을 잃었다. 책을 읽어보니 요양병원도 믿기 힘들고. 인간은 누구나 늙는 건데 늙어가는 인간을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게 화가 났다.

분명 이런 일이 지금도 많은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앞으로는 더 심해지지 않을까. 그래서 인간적으로 늙고 죽는 일에 대한 사회적 고민과 제도적 뒷받침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아주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였으면 좋겠지만 언젠가 다가올 부모님과의 작별. 그리고 내게도 닥칠 죽음. 그동안은 무서워서 생각하길 피했지만 이제는 생각하고 준비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숙연해졌고, 눈물도 조금 흘렸다. 마음이 무겁지만 꼭 생각해봐야 할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으니 한 번쯤은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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