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반 오소킨의 인생 여행
페테르 우스펜스키 지음, 공경희 옮김 / 연금술사 / 2014년 10월
평점 :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생각해 본 적이 있지 않을까. 시간을 되돌려 인생을 어떤 시점부터 다시 살 수 있게 된다면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때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다른 모습이지 않을까 같은 생각 말이다. 살아가면서 어떤 선택을 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우리는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금 내 선택과 행동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지 분명하게 알 수 없으니까 매순간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나한테 앞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명확히 알 수 있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주인공 이반 오소킨은 자신의 삶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학교에서 동상에 파란 안경을 씌우고 칠판에 낙서하는 장난으로 퇴학당한 후 군사학교에 들어가지만 그 곳에서도 잘 풀리지 않았다. 숙모의 유산을 받았지만 도박으로 날렸고, 사랑하는 연인 지나이다는 오소킨과 함께 크림반도로 휴가를 떠나길 원했으나 오소킨은 자존심 때문에 거절했고 지나이다는 실망한다. 지나이다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절망한 오소킨은 자살을 결심한다. 그러다 마법사를 만나게 되고 자신을 12년 전으로 돌려보내 달라 부탁한다. 다시 살게 해달라고. 대신 자신이 모든 것을, 아주 사소한 내용까지 포함해서 전부 다 기억하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지금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인생을 다시 산다면 절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그래서 마법사는 그렇게 해준다. 그리고 말한다. 원하는 시절로 얼마든지 보내 줄 수 있지만, 다시 살아 본들 결과는 같을 거라고. 내용이 정말 재밌지 않나? 과거의 특정 시점으로 돌아가서 다시 산다는 것도 신기한데 게다가 겪었던 모든 일들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다니.
나라면, 내가 오소킨이라면 다른 인생을 살 수 있을까? 그때부터 오소킨의 삶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 기대하면서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처음엔 정말 답답했다. 모든 걸 바꾸겠다고 돌아왔으면서, 왜 예전과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건지.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학교에서 퇴학당한 사건 부분을 읽을 때는 전에도 똑같은 짓을 벌였고 그 일로 퇴학당했다는 기억이 분명할텐데 왜 또 똑같은 짓을 벌이는 거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뻔히 다 알면서 왜 과거에 한 행동을 그대로 하는 건지. 왜 다르게 행동하지 못하는지 너무 답답했다. 하지만 며칠에 걸쳐 계속 읽다보니 나도 다시 돌아간다면 올바른 선택만 할 수 있을지, 나는 똑같은 실수를 안 할 자신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고 나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 해결책, 탈출구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마법사의 말이 맞았다. 지금 자신이 변하지 않으면 과거로 돌아가도 똑같은 삶을 살 것이다. 모든 기억을 가지고 돌아간다고 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 현재가 중요하다. 지금이라도 내가 변하면 굳이 과거로 돌아가지 않아도 훨씬 더 괜찮은 삶을 살 수 있다. 그러니 우리는 지금 달라져야 한다. 단, 그것을 깨닫는 것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고 자기희생을 통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