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No 데이팅
조슈아 해리스 지음 / 두란노 / 1998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이 책을 5년 전에 읽었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데이트를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적어도 데이트를 하며 지금의 낭패감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시작하는 글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 데이트와 절교하게 만들고 하나님을 위한 삶을 살도록 인도한다. 현대의 데이트 문화의 폐해를 느끼게 만들어 준다. 이 말을 들으면, 데이트를 하고 있는 사람들, 특히 데이트를 하며 약간의 문제를 느끼면서도 여전히 데이트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인 책으로 생각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영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욕망을 가진 이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하나님이 원하시는 이성교제를 하는 것에 대하여 큰 도움과 격려를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NO 데이팅이라는 미지의 땅에 들어서기 위해 머뭇거리거나 두려움을 느끼는 이들에게까지도 이 책은 설득력있게 다가서고 있다. 바로 내가 이 책 읽기를 머뭇거렸던 사람이고, 왜 데이트에 대하여 NO라고 하는 것인가?, 라고 거부감을 가졌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왜 진작 읽지 않았을까, 하고 뒤늦은 후회를 하고 있다.
방금 말했듯이 나는 몇 년 전에 이 책을 구입했으나, 하나님의 매스가 나의 데이트에 손대는 것이 싫어서 읽기를 미루어왔었다. 그러다가, 나의 이성교제에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쳤음을 느끼고 주님 앞에 두 손을 들고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범위 내에서 관계를 개선해 나가고 싶은 마음으로 나는 이 책을 손에 들었다.
내가 첫 번째로 깨달은 것은 이것이다. 나는 하나님께 최상의 것을 늘 바라고 있었으나, 하나님의 법칙을 따르지도 않았고, 하나님의 응답을 기다리는 인내도 부족했다. 데이트를 할 때에도 나는 나에게 좋은 것 주시려는 그 분의 계획은 생각하지 못했고, 나의 감정만을 따랐던 것이다. 그런데 그 감정이란 게 믿을 만한 것이 못 되었다. 나는 에리히 프롬이 말한 지각 있는 사랑을 하지 못했다. 조슈아 해리스는 누군가를 현명하게 사랑하기 위해서는 마음뿐만 아니라 머리를 써야 한다고 말하며, 이런 사랑을 ‘현명한 사랑’이라고 명명했다. 현명한 사랑이란, 이를 테면 상대방에게 헌신할 준비가 될 때까지 연애를 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다(p.26). 한 여자를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그녀의 마음과 애정을 요구할 권리가 내게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의 핵심 내용 중의 하나인 데이트의 불완전함을 7가지로 들었다.
첫째, 데이트는 서로를 친밀하게 만들지만 반드시 헌신케 하지는 않는다. 헌신의 정도를 확실히 해 두지 않고 깊이 친밀해지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둘째, 데이트는 종종 우정이라는 단계를 건너뛰는 경향이 있다. 우정이 바탕이 되지 않는 사랑은 겉만 그럴듯한 날림 사랑인데, 일대일로 만나는 데이트는 너무 빨리 우정 단계를 뛰어넘어 연애 관계로 발전시키는 경향이 있다.
셋째, 데이트는 육체적인 관계를 사랑으로 착각하게 한다. 사랑은 그 이상이다.
넷째, 데이트는 다른 중요한 관계들로부터 두 사람을 고립시킨다. 데이트를 할 때에는 커플의 계획과 애정만이 관심사가 되므로 결혼, 가족, 우정, 믿음, 자신의 비전 등의 중요 문제들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부모님이나 선배와 의논할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의논이 없으면 경영이 파하고 모사가 많으면 경영이 성립하느니라”(잠언 15:22)
다섯째, 데이트는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책임으로부터 주의를 딴 데로 돌리게 만든다.
여섯째, 데이트는 하나님의 선물일 수도 있는 독신에 대해 불만을 품게 한다.
일곱째, 데이트는 상대방의 성품을 평가하는데 인위적인 환경을 조성한다. 데이트에서는 자신의 이미지를 보기 좋게 꾸며서 보여주기 쉽다. 사랑하는 두 사람은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현실 속에서 서로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저자의 지적대로 데이트에는 불완전한 요소가 존재하지만, 현대 문화는 데이트를 지향하고 권장한다. 인기 유행가의 가사는 데이트를 하다가 헤어진 연인들의 슬픔과 고통을 미화한다. 어떤 사람들은 헤어진 원인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다시 데이트를 시작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저자의 제안을 따라 새로운 태도를 취하기로 결심했다. 나는 데이트에 대한 기존의 생각-사귐을 통해 이성 교제와 여성에 대해 더 잘 알 수도 있다는 막연한 생각, 그리고 사랑한다는 것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라는 생각-을 성화시키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결심을 하는 데에는 저자의 데이트에 대한 5가지 새로운 태도가 약간의 도움이 되었다.
1. 모든 관계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본받을 수 있는 기회다.
2. 나의 미혼 시절은 하나님의 선물이다.
3. 친밀감은 헌신의 약속에 대한 보답이다. 결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연애를 추구할 필요가 없다.
4. 결혼하지 않고는 상대방을 소유할 수 없다. 정말로 사랑한다는 것이 서로 부부처럼 행동할 수 있는 충분조건이 절대 아니다.
5. 나는 육체적이든 정신적인 순결이든 타협하는 상황을 피할 것이다.
이상의 태도들은 분명 세상의 데이트 문화와 충돌하는 것들이다. 나 역시 이런 생각들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하나님 식의 삶을 살고 싶다면 혁명적인 생활 패턴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믿는다”는 저자의 말에 동의하기에 나의 데이트 방식은 교정이 필요함을 주님께 고백했다. 그리고, 저자의 다음과 같은 말에서 용기를 얻었다. “진실하고 지성적인 사랑을 추구하는 크리스천이라면 관계에 대한 세상적인 접근 방식을 포기하는 것이 희생이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p.58) 그렇다. 이 것은 희생이 아니라, 온갖 좋은 것을 주시기를 즐겨하시는 하나님의 성품을 믿고, 더욱 멋진 곳으로 발을 내딛는 유익한 모험의 첫걸음이다.
저자의 사랑에 대한 생각은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나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할 길』에서 묘사된 사랑과 같았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조슈아 해리스는 정확하고 깊이 있는 이해를 갖고 있다. 다음과 같은 문장들을 보면 나의 말에 동의할 것이다.
“사랑이란 마치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처럼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우리를 이리저리 흔드는 어떤 이상한 ‘힘’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우리는 사랑에 사로잡혀서 무책임한 행동을 하게 됐다는 말로써, 잘못된 줄 알면서도 행한 행동을 정당화시킬 수 없다.”(p.77)
'그들은 여자들을 축복하기보다는 오로지 자신들의 욕구를 채우기 위하여 여자들의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버튼을 누르는 방법을 원했다.”(p.81)
'옳은 일이라도 제 때가 아닌 때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p.88)
'하나님 앞에서 순결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당신의 마음과 발이 공동 작업을 해야 한다.”(p.109)
세상의 데이트 문화는 남자들에게 여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공략하여 획득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여자를 잡으로 다니는 ‘사냥꾼’처럼 행동하는 것을 그만두고, 자신이 여자를 위해 보초를 서는 ‘전사’라고 생각하라”고 말한다. 이처럼 세상적인 데이트 문화에 익숙한 나 자신을 깊이 돌아보게 만들어 주었다.
이 책의 유익은 데이트 문제뿐만 아니라, 데이트 문제를 통하여 하나님의 뜻 안에서 살아가는 비결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시작하는 글에서 이 책의 핵심이 ‘데이트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무엇을 원하시느냐’라고 말했는데 책의 전반을 통해서 이 선언을 잘 실천하고 있다. 이를 테면, '하나님께서는 죄에 맞설 수 있는 내 능력에 감동하시는 것이 아니라, 죄를 피해 달아난는 나의 태도에서 드러나는 순종에 감동하신다”(p.114)라는 문장이 이에 해당될 것이다. 또한, NO 데이팅을 결심한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성경적으로 잘 다룬 것 같다. 자신의 믿음을 표현할 때 다른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안한다.
“당신이 알고 있는 바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다른 사람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필요는 없다.”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당신 자신의 삶이다.”
“하나님께서 당신에게 보여 주신 것을 겸허하게 전달하고, 친구들을 격려하며, 그들의 성장에 기여하는 것이 전달의 주된 목적이 되어야 한다.”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지나치게 신경쓰거나 자신이 ‘옳음’을 입증하는데 집착할 때 우리는 방어적이거나 교만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랑을 사람들에게 나타내고 그들의 감정을 고려하는데 우선권을 두면 어떤 말은 하고 어떤 말은 하지 말아야 하는지 보다 쉽고 현명하게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p.192)
이 책의 마지막 장들은 저자의 주장에 동의한 사람들이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얘기들을 다루고 있다. 데이트를 하지 않기에 보다 많아진 여유 시간들을 활용하는 법, 결혼에 대한 성경적이고 현실적인 비전에 대한 얘기, 배우자를 선택할 때에 고려해야 할 인격과 태도 등을 언급한다. 나는 특히 우정에서 결혼에 이르게 하는 원칙들을 다루고 있는 15장에서 많은 도움을 얻었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저자가 다루는 관심은 데이트에서 보다 폭넓게 하나님의 뜻대로 사는 법, 행복한 결혼생활을 준비하는 법 등을 다루는데 아주 깊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의 주요 독자가 될 20대 초반의 젊은 기독 청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20대 초반의 젊은이가 지은 책 치고는 꽤 깊이 있는 내용과 통찰력을 가진 책이다. 게다가 조슈아 해리스는 자신의 생각들을 이론적으로 기술한 게 아니라, 수많은 사례 중심으로 풀어놓는 재담꾼인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은 술술 읽혀진다. 2005년까지 저자는 두 권의 책을 더 썼다. 나는 그 책들까지 읽어볼 계획이다. 그의 NO 데이팅 노선을 멈추게 했던 여자를 어떻게 만났으며, 어떻게 교제하여 행복한 결혼까지 이어갔는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데이트로 인해 문제를 겪고 있든, 행복을 누리고 있든, 그렇지 아니면 솔로로 생활하고 있든 모든 기독 젊은이들이 데이트에 관한 탁월한 일가견을 제시하는 이 책을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하나님의 뜻과 이성교제의 기쁨을 동시에 누리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