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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스펜서 존슨 지음, 형선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자기계발/ 성공학 책들은 읽으면서, 훗날 이 정도 수준의 책을 쓸 수 있겠다, 라는 젊은이다운 기백이 내 마음속에 생기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은 과연 내가 이런 책을 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만큼 훌륭한 책으로 여겨진다. 사실, 『선물』에서 얘기하는 메시지는 다른 성공학 서적에서 이미 다루고 있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읽은 책들 중에 스펜서 존슨의 이 책만큼 이해하기 쉽고 친근한 방식으로 독자에게 접근하는 책은 없었다. 자기 계발 서적이 ‘무엇을 아느냐’보다 ‘아는 것으로 무엇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이런 류의 책을 쓸 때, 저자가 가져야 할 자세는 반드시 독자 중심의 마인드를 갖는 것이다. 어떤 훌륭한 이론을 제시했다면, 그 이론을 적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시스템까지 함께 제공해야 진정으로 독자에게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이런 면에서 비록 눈에 보이는 시스템은 없지만, 『선물』은 핵심 메시지를 책의 중간 중간에 간결하게 잘 정리해 두고, 이야기 형식을 빌었기에 독자는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어 마치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가 해결되는 것 같은 시원함을 느끼게 되며 실천할 용기를 얻는다 내가 이 책에 높은 점수를 주는 이유를 4가지로 정리해 본다.
첫째, 메시지가 훌륭하다. 이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든 가장 큰 이유는 독자들에게 유익한 메시지를 던져주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우리 모두에게 ‘현재 속에 살기’를 권한다. 이 말은 바로 지금 일어나는 일에 집중하고 지금 중요한 것에 관심을 쏟는 것이다. 동시에 바로 지금 올바른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여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p.55). 이를 실천하며 현재를 살다가 불행하다거나 성공적이지 못하다고 생각될 때에는 과거에서 배우거나 미래를 계획하여야 할 때이다. 과거에서 배우는 법을 익힐 때 우리는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맞이할 수 있다. 또한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를 원한다면 미래를 철저히 계획해야 한다. 나는 자주 올해 내가 해야 할 업무를 적어 따로 리스트를 만들곤 한다. 이렇게 미래를 계획하고 나면 걱정과 불안이 줄어들어서 현재를 더 즐겁게 살 수 있다(p.79). 계획을 세웠더라도 경험과 정보가 늘어감에 따라 수정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건, 하루에 단 1분이라도 자신의 꿈으로 이어지는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낸 오늘은 의미있는 하루가 된다. 적어도 나의 꿈에 한 발짝 다가선 하루가 되는 것이다.
현재 속에서 살기, 과거에서 배우기, 미래를 계획하기! 나는 이 3가지의 개념만으로도 이 책이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처음 이 책을 펴기 전에 책의 내용을 짐작할 때에는, 현재 속에서 살기에 관한 내용이 전부 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불어 사는 삶을 언급한다. 이 소중한 진리를 혼자서 누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삶으로 실천한 후에는 다른 이들에게 전하여 함께 행복하라고 말한다. 이 점이 훌륭하다. 여기서 저자는 또 한 걸음 더 전진한다. 사명(Purpose)까지 끌어들인 것이다. 왜 사람들이 자기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쏟지 않고 이 진리를 다른 이들과 나누는 데에 그렇게 열심인가?, 라는 질문에 저자는 '자기 이익을 넘어선 소명감(purpose)' 때문이라고 말한다(p.94).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사명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저자의 메시지가 마음에 쏙 들었다, 사명은 궁극적인 존재 이유로서 우리 삶을 이끄는 유일한 동기이다. ‘왜’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것은 사명뿐이다.
둘째, 표현이 간결하고 부드럽다. 이 책은 힘겹게 직장 생활을 해 나가는 우리 시대의 직장인들을 위한 책이다. 힘겨움을 겪는 직장인들에게 격려와 용기를 주기에 충분한 책이다. ‘나에게는 분명 문제가 있다’, ‘어제의 당신과 결별하라’는 식의 도전적이고 자책감이 드는 표현이 전혀 없으면서도 우리에게 충분한 동기를 부여한다. 그리고, 부드럽게 새로운 삶에 대한 도전을 준다. 이는 저자의 지혜에서 온 것 같다. 직장인들의 문제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고, 그 것을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의 대화를 통해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셋째, 이야기 형식이어서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썼다. 누구나 쉽게 이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의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 등 다른 훌륭한 책들이 많음을 안다. 어쩌면 분량과 깊이 면에서 『선물』이 그런 책들에게 뒤질 수 있다. 하지만, 『선물』이나 스펜서 존슨 이전의 책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만큼 많이 읽힌 책은 많지 않다. 메시지가 좋다는 전제가 붙지 않는 한, 많이 읽혔다는 것이 반드시 좋은 책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좋은 책이다. 메시지도 훌륭하니까.
넷째, 이 책의 액자 형식은 책의 내용을 적용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이 책의 핵심 이야기인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은 110페이지에서 끝난다. 그런데, 책은 아직 20여 페이지가 남았다. 행복하고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빌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 이야기를 들은 리즈가 자신의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가는 내용이 마지막 20페이지에 걸쳐 소개된다. 리즈와 그녀의 가족이 문제들을 헤쳐 나가는 이야기를 읽으며 독자는 책의 내용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책은 놀랍다. 변화와 행복, 그리고 사명에 대한 진리들을 굉장히 쉽고 편안하게 다루고 있다. 좀 더 자세한 실천 노하우가 없다는 평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제 막 동쪽 성을 점령한 장군에게 왜 서쪽 성은 점령하지 못했냐고 따져서는 안 된다. 아마도 저자는 대중성을 위해, 필요 이상의 전문성을 의도적으로 포기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자기 계발 서적을 읽을 때, 무엇을 알고 있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알고 있는 것으로 무엇을 하느냐이다. 이 것이 내게 주어진 과제다. 그 답은 알고 있다. 현재 속에서 살고, 문제가 생겼을 때 과거로부터 배울 것! 그리고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철저히 계획하기! 이 모든 것에 의미를 주는 것이 나의 사명임을 명심할 것! 다시 말해,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위한 것임을 잊지 말기! 이제 삶 속으로 뛰어든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을 가슴에 품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