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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투명한 - 서울시인협회 청년시인상 수상 시집
권덕행 외 지음 / 스타북스 / 2024년 1월
평점 :
아직은 투명한 / 최진영 / 최신애 / 이호성 / 이용환 / 손진원 / 김준호 / 김은유 /권덕행
책의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직은 투명한>이라니!
시집의 제목이 왜 <아직은 투명한>일까? 궁금해하며 책을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창문에 비친 투명함이 있고 그 투명함은 맑고 환한 순수한 느낌이라 청년 시인들의 시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시를 보면 그 안에 작가의 생각과 느낌이 담겨있고, 숨은 내용이 무엇인지 찾아내며 나만의 의미로 해석하고 알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길게 풀어서 적고 표현하면 이해하기가 쉬운 것을, 짧고 간결하고 함축적이게 표현해서 그 내면을 세련되고 은은하게 여운을 남기는 것이 시라고 생각합니다.
책에는 이렇게 소개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청년 시인상'은 이런 훌륭한 시인이 될 만한 재능 있는 청년들에게 기회를 열어주려고 한 공모전이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속 유지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고 그래서 '청년 시인상'을 계속하지 못한 부끄러움도 크다. 부디 '투명'함을 잃지 않는 순결한 시를 쓰는 청년 시인이 되기를 기원한다. <아직은 투명한 서울시인협회 회장>
이 책은 2018년~2020년 <월간시>가 공모했던 '청년 시인상'에 당선된 시인들의 수상작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시집에는 8명의 시인의 시가 담겨있고 시인마다 수상작 한편과 신작 예닐곱 편씩이 담겨 있습니다.
그들의 시가 전해주는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상상하며 읽어보았습니다. 서로 다른 색을 가지고 있고 표현들과 느낌이 다 다르기에 다양한 느낌의 시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시 몇가지가 있어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김은유 일상
일상이란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을 말합니다. 즐기며 사는 사람도 있고 똑같음에 지겨운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시 속의 화자는 지극히 외롭고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느낌입니다. 화자에게는 당신이라는 존재가 있고 그 존재를 떠올립니다. 내 삶에서 안부를 묻고 싶은 사람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는데 다들 한 사람씩은 마음속에 있지 않을까 싶어요.
고래는 슬플 때 어떻게 울까? 하는 부분에서 빙하에 구멍을 뚫고 뿔을 숨겨놨다는 것은 화자가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저 깊은 어딘가에 숨기고 드러내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혹시 짝사랑이 아닐까...
손진원 시인이란
시는 언어의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인이 말을 건넨다는 표현이 좋았습니다. 시를 읽다 보면 가끔 나에게 말을 건네는 느낌이 실제로 들 때가 있습니다. 생각을 공유하는 단순한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대화를 한다는 느낌이고 시를 통해 다른 누군가의 말로 내 마음을 위로받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우리 마음에 우물이 있다면, 그곳에 물을 고이게 만드는 건 결국 마음에 와닿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시라니 생각만 해도 마음이 뭉글해집니다.
이호성 가을이 오고 있어
가을은 사연 하나를 가지고 꽃잎이 피어나는 계절입니다. 푸릇한 여름에 익숙해져 있다가 기다리며 주황, 갈색빛이 된 색채들이 멈춰있고 낙엽이란 결실도 맺습니다. 시인은 이런 가을을 위로라고 합니다. '떨어지는 감정을 받아내고 있다'라니 참 다정한 말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가을은 쓸쓸한 계절같이 느껴지지만 동시에 감정이 떨어지며 떨림을 느끼고 보다 친근하게 다가오는 느낌입니다.
청년 시인상을 받은 시들은 참 매력적이고 각자의 색깔들이 보여서 다채로웠습니다. 시집은 책상에 두면 언제든 펼쳐서 어느 부분을 읽어도 좋고, 가지고 다니기도 편합니다. <아직은 투명한> 시집 읽으시고 좋은 시로 위로받고 함께 느껴보시기를 바랍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