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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에서 어른이 되었습니다 - 한 청년 수도자의 12년 수행기
김선호 지음 / 항해 / 2024년 1월
평점 :
품절
수도원은 수도자가 공동생활을 하며 지내는 곳으로 알고 있다. 그 안에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현재 나의 종교가 가톨릭이라 성당에서 뵙는 신부님, 학사님, 신학생 분들을 보며 이 자리에 있기까지 '힘든 과정이 많았겠다' 와 '절제된 생활이 답답하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고 실제로 어땠는지는 들을 기회는 없어서 늘 이런 분들의 실제 과정과 삶이 궁금했었다. 그런 와중에 <수도원에서 어른이 되었습니다>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김선호 작가는 열아홉에 성북동 프란치스코회 수도원에 들어가 서른 초반까지 수도원 생활을 했다. 수도 생활은 '진리 추구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는 여정'이라고 한다. 이 책은 저자의 수도원 생활과 그곳에서의 성장기를 담고 있고 12년간 수행을 하며 어떻게 지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수행의 여정을 자세히 보여준다.
저자는 수도원에 들어가 사제직으로 지원했기에 별도로 가톨릭 신학대에 입학시험을 보았다. 수도원에서의 첫날 기억은 정말 추웠다고 한다. 신학대학 면접 날 수도원에 대한 첫 느낌을 말해보라는 교수 신부님의 질문에 주저하지 않고 현실적인 대답으로 '솔직히 너무 추워서 집에 돌아가고 싶다'라고 말했다는데, 너무나 명확하고 인간적인 대답에 웃으셨다는 교수 신부님은 어떤 마음이셨을까? 아마도 수도원의 현실은 정말 추울것이고 밖에서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생각처럼 하얗고 긴 옷을 입은 성스러운 신부님의 모습만이 다가 아니기에 성직자의 길이 쉽지 않은 현실을 벌써 알아버린 듯한 열아홉의 수도자의 모습이 맘에 드셨던 게 아닐까 싶다.
수도자로 사는 것이 맞는 걸까? p110
수도원에 입회한 그날부터 고민했다는데 무척 긴 시간 풀리지 않는 고민을 안고 홀로 방황을 하며 지내지 않았을까. 사람은 누구나 고민이 있고 풀기가 참 어려운 것들도 있다. 정답은 없겠지만 고민의 끝은 결국 본인이 결정해야 후회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떻게 가재가 저 통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을까? p260
종신피정 중에 철사에 묶인 소나무를 보았고, 드럼통에 갇혀 지내는 가재를 만나 연민과 공포를 느꼈다. 가장 두려운 것은 '내가 묶여 있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을지 모른다'라는 무의식의 생각과, 가재는 그 드럼통 속에서 나갈 방법을 모른 채 갑갑하게 살았을지도 모른다며 가재에게서 또 다른 나를 보았다고 한다.
수도 생활을 적극 권장합니다. 일단 한번 뛰어들기를 권합니다. p302
저자는 수도 생활을 꼭 비장한 마음 각오로 시작할 필요가 없고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이라고 한다. 저자에게는 그 환경이 수도원에서였던 것이고 겪으며 고민하며 방향을 결정하면 되는 것이었다. 긴 시간 수도원에서 힘들고 아픈 시간이 있었지만 헛되지 않게 보냈기에 충분하다는 말이 멋지고 가슴에 와닿았다. 살면서 무언가를 할 때 잘되지 않으면 자책하고 그 길이 잘못되었다고 느끼기도 한다. 이런 시간들도 소중한 시간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도록 노력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도원에서 어른이 되었습니다>는 저자의 살아온 길에서 진정한 삶의 자세와 의미를 볼 수 있고 인생의 소중한 가치를 되짚으며 잔잔한 감동이 느껴졌다. 오직 하나의 일에 정진하는 즐거움을 느껴 보고 싶은 사람과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드리고 싶은 책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