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듣는 힘 - 말없이 사람을 움직인다
아가와 사와코 지음, 정미애 옮김 / 흐름출판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알은 체 하는 말투라는 변명으로, 누군가의 말을 끝까지 들어준 적 있었나?
이 책을 읽고 새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생각하다보니 심지어 제일 중요한 가족일 수록 가장 심했었다.
우리 동네에 엄마랑 친하게 지내시는 할머니가 한 분이 있다.
가정사가 있다 보니 속상한 일도 많으신데, 동네 분 중 한분이 꼭 한마디를 더 하신단다.
할머니는 이제 그 분께는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으신다고 하신다.
그 아주머니는 정말 할머니가 어떤 해결책을 찾고 있다는 생각에 말씀을 덧붙이셨을까?
때로는 듣는 것 만으로도 도움이 될 때가 있다.
그러고보면 예전에 봉사활동 갔을 때 우리는 노인분들을 도와드렸는데,
나를 붙들고 많은 말을 하셨다.
사실 발음이 부정확해서 무슨 말인지 다 알아들을 수도 없었지만 지금처럼 공감해서 맞장구를 쳐 줄 수 있는 성격도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그냥 듣고만 있었다. 무슨 말인 줄도 모르면서.
본문의 대피소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상황이어서 읽는 것만으로도 상황도, 마음도 이해가 됐다.
누군가의 말을 들어준다는 건 힘들지만 역시 아주 소중하고 고마운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들었다.
나는 인터뷰어는 아니지만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잘못한 사람에게 '잘못했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라는 말을 들어내야 한다는 일념으로 몰아부치는 것.
아마 나는 처음 언급했던 아주머니와 비슷한 사람일 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를 잘 '들어' 주는 엄마에게는 할머니가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하신다.
할머니가 아니더라도 주변에 사람이 많은 걸 보면 엄마는 진정 '듣는 힘'을 아주 많이 가지고 계시는 것 같다.
인터뷰어가 아니라 일상에서도, 마구 몰아붙여서 입을 막으면 내게 무슨 이득이 있을까,
햇님과 바람 이야기처럼 말이다.
인터뷰어로서의 저자, 아가와 사와코씨의 서툴고 허둥지둥하는 모습이 읽는 내내 많이 친숙하고 재밌었다.
아가와 사와코씨가 생각했던 유능한 인터뷰어, 부동의 1위 인터뷰어의 결점없이 당연한 내용의 책이었다면
이렇게 귀 기울여 읽지는 못했을 것 같다.
책에서도 듣는 힘을 발휘하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상대가 말을 꺼내기 전에 미리 멋대로 예상하고 단정 짓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 그날 절실히 깨달았다. '
듣는 힘은 확실히 타인의 마음을 얻는 방법 중의 하나인 것 같다.
「마음을 훔치는 사람들」에서도 듣는 방법에 대한 챕터를 흥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이 '듣는 효과'에 대한 이론이었다면 그 챕터는 '듣는 방법'에 대한 실전 쯤 된다.
함께 연결해서 읽으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다시 읽어보게 됐는데, 다시 읽어도 신기하고 재미있다.
잘 들어주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라니.
가끔 집에 돌아오면 나도 모르게 얘기를 후루룩 토해내고 오는 날이 있다.
정작 그 분이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닌데도 전체적으로 호감도가 높으시다.
만나고 오면 기분이 안 좋은 날에도 기분이 풀리는데, 그게 참 신기하고 부럽다.
아마 인터뷰어인 아가와 사와코씨를 만난 사람들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두 권의 조합을 읽으며 다음에는 듣는 사람이 되려는 다짐이 굳어진다.
상대와의 대화를 이끌어가는 것에 집중하다보면 정작 상대의 말에 소홀하게 될 수도 있는데,
아주 조심해야 할 점으로 꼽고 있다.
' '당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성의를 보이는 것이야말로 대화의 기본이다. '
내 이야기는 들어주길 바라면서 남의 이야기에 귀중히 대한 적이 있었던가?
들어주고 맞장구 쳐 주는 기쁨을 맛본 적 있기에 이제부턴 내가 먼저 이야기를 들어줘야겠다.
특히 아빠의 이야기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