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식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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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이란 무엇인가 소중한 것을 잃어가는 과정이다'  책 표지를 장식한 이 문구가 오랫동안 나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책을 덮은 후에 다시 한번 이 문구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 과연 내가 잃은 것은 무엇일까? 나이를 먹으며, 소위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내가 잃은 것은 무엇일까? 순수,꿈,사랑..... 하지만 이런 것들은 억지로 내가 기억해 내는 단편적인 것들에 불과하다.나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잃었는지 기억을 할 수 없다. 어쩌면 태초부터 나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 들이기에 잃어버릴 것도 없었는지 모르겠다. 성장이란 무엇인가 소중한 것을 잃어가는 과정이아니라 , 무엇을 잃었는지도 모른채 흘러가는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의 지난 시간들이 그리고, 앞으로 보내야 할 시간들이 무척이나 안타깝다.

 

중견작가 이상권. 나에게는 중견작가라는 말도 이상권이라는 이름도 낯설기만 하다. 솔직히 이 작품을 읽기 전까지 저자에 대해서는 이름한 번 들어본 적이 없다. 약력을 살펴보니 주로 청소년소설과 동화를 많이 쓴 말 그대로 중견 작가였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계기로 이상권이라는 작가를 사랑하게 될 것 같다. 항상 새로운 작가를 알아 간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아직까지 내가 알지 못하는 동시대의 작가중에 이렇게 훌륭한 작가가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 벌써부터 작가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 지기 시작한다.

 

이 책은 [성인식],[문자 메시지 발신인], [암탉],[욕짱 할머니와 얼짱 손녀],[먼 나라 이야기] 이렇게 다섯 편 으로 구성된 단편 집이다. 다른 단편집에서 흔히 느낄수 있는 함축의 난해함과 행간의 넓음을 이 작품집에서는 찾아 보기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작품들이 단순하거나, 헐렁헐렁 하다는 말은 아니다. 작가의 언어 구사력은 놀라운 정도로 아름답다. 충분히 우리 말을 사용하는 데 있어 능숙함을 엿볼 수 있다. 아마도 자연을 벗삼아 살아가는 작가의 생활이 글에 그대로 녹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시골은 아니지만 수도권에서 고등학생인 딸아이와 함께 토끼와 닭을 키우고 , 풀과 나무를 가꾸는 전원생활을 하고 있다는 작가의 약력을 보니 이 작품의 내용이 더욱 진실되게 다가온다.

 

표제작 성인식은 고등학생 시우가 자신이 애지중지 키우던 개를 잡는 과정을 성인에 입문하는 성인식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과학고등학교에 다닐만큼 모범생인 시우가 맹장수술 이후 허약해진 기운을 보양하기 위해 어머니는 애지중지 키우던 강아지를 잡기로 한다. 그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어머니와 아들 사이의 갈등은 한번 쯤 자신이 키우던 동물들의 죽음을 목격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고통이 수반된다. 더군다나 어머니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자신이 행할수도 있는 도축 행위를 끝내 시우의 손으로 끝낼 수 있도록 한다. 마치 그 과정을 통과해야만 어른이 될수 있는 중요한 통과의례와 같다. 실제로 다리 밑에서 개를 잡는 과정은 그 어떠한 의식 보다 엄숙하게 느껴진다. 과연 그 의식을 통과해야만 어른이 되는 것일까? 내가 알지 못한 채 규정되어진 사회적 약속이라는 이름으로 , 우리는 하지 말아도 될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은 채 당연히 행하고 있는 행동들이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에도 그렇게 울지 않아다는 시우는 자신이 키우던 개의 죽음 앞에서는 하염없는 눈물을 쏟아내고야 만다.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내 눈에서는 천천히 눈물이 잦아들었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약간 현기증이 났으나 몸은 가벼웠다. 나는 처음으로 눈물이 얼마나 무거운지 , 때로는 몸보다 눈물이 무겁다는 사실을 알았다. [본문 47쪽]

 

[문자 메시지 발신인]은 학교의 집단 따돌림에 대한 심각성을 이야기 하고 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다수의 사람들에 의한 암묵적인 동의로 한 사람을 무차별하게 따돌림 하는 행위가, 언젠가는 바로 내 자신이 그 대상이 될수도 있다는 여고생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아픈 현실을 이야기 하고 있다. [욕짱 할머니와 얼짱 손녀]에서는 조류독감이 유행한 마을에서 무차별히 생처분되는 가금류에 대한 아픈 현실을 이야기 하고 있고, [암탉]에서는 자연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전원생활을 즐기는 도시인들의 이중적인 위선에대해 실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닭과 토끼,오리,거위는 결코 애완동물이 아닌 불결하고 시끄러운 존재이다. 그들에게 애완동물은 값비싸고 족보있는 개와 고양이 밖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에 의한 환경보호론이 대세이 요즘, 우리네 강과 산,바다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 더불어 인간 또한 마찬가지이다.

마지막으로 [먼 나라 이야기]에서는 쇠고기 수입으로 인한 소값 폭락. 그것으로 겪는 농민들의 좌절감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청각장애인 엄마와 뇌성마비 장애인 아버지에게 유일한 희망이었던 소들은 정부의 무차별한 쇠고기 수입 정책으로 인해 삶의 비탄에 빠지게 된다. 소값 폭락이라는  단적인 문제만이 아닌, 학교를 대표하는 권력집단의 강압적인 행위 , 현실을 무시하는 일방적인 정책이 실제 피부로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어떠한 영향이 있는지에 대해 중학생들을 통해 거림낌 없이 이야기 하고 있다.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그들이 왜 촛불을 밝힐수 밖에 없었는지, 그들도 더이상은 철부지가 아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엄연한 구성원임에 틀림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섯 편의 단편들에는 공통적으로 학생들에 대한 애정과 자연에 대한 사랑이 듬뿍 담겨있다. 고등학생 딸을 키우는 아버지로써의 솔직한 심정이 담겨져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전혀 어색하지 않은 그 들의 모습과  이질적이지 않은 우리 농촌의 모습에서 작가 얼마나 현실에 대해 고민하고 깊숙하게 동화되어 있는지 느낄 수 있는 작품들 이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근래에 읽은 단편 중에 으뜸으로 손꼽을 수 있는 훌륭한 작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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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나 - 동화 작가 박기범이 쓴 어머니들 이야기
박기범 지음 / 보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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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동화작가 박기범의 생활 글 모음집이다. 1999년 11월 17일 부터 12월 20일까지 약 한달간의 일기와 중간중간에 삽입된 엄마의 짧은 글들이 실려 있다. 작가는 이 글로 2000년 전태일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오덕 선생은 이 책의 추천사를 통해 훌륭한 일기글의 본보기이며,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우리 글을 사용한 모범적인 글이라고 칭찬하고 있다. 전혀 어렵지 않고 잘난척하지 않는 편안한 글만으로도 훌륭한 한 권의 책이 만들어 질수 있다는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야학의 선생님이다. 엄마는 야학을 다니는 학생이다. 엄마와 아들의 관계는 야학이라는 공간을 통해 선생님과 학생이라는 사이로 다시 태어난다. 이 과정에서 아들은 엄마에게 끊임없는 용기와 격려를 하고 있다. 평생 글을 쓰고 읽지 못한 채 살아온 엄마에게 아들은 읽기와 쓰기를 가르쳐 준다. 그 시간들을 통해 아들은 엄마의 살아온 역사를 듣게 된다. 엄마가 살아온 시간들은 우리 현대사의 사실적인 기록이다. 전쟁을 거치며 굶주림의 시간들을 지나 여인으로서, 어머니로서 받아야 할 온갖 고통의 시간들을 견뎌낸 자랑스럽고 감동적인 훈장과 같은 이야기이다. 비록 맞춤법은 많이 틀리고, 문맥은 어색하지만 그 내용만은 어떤 직업 작가의 글보다 진솔하고 훌륭하다. 우리는 그런 글에서 감동을 받는다.
 
작가가 다니는 야학의 학생들은 모두 어머니들이다. 다시 말해서 여성들이다. 그 중에는 대부분이 60을 넘긴 할머니들이 많이 계시다. 예외로 30대 중반의 젊은 어머니도 있지만 환갑을 넘긴 할머니들이 대부분이다.  삶이 어렵다는 이유로, 여자라는 이유로 일찍이 생활전선에 내몰렸던 그들에게 읽고 쓰는 최소한의 교육권리조차  사치였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또한 그 들이 견뎌야 할 삶의 무게는 만만치 않지만, 알고싶은 욕망은 그 무게를 이겨내게 만들었다. 늦은 시간 저마다 삶의 고단을  미처 떨어내기도 힘든 시간에 그들은 학생이 되어 교실을 찾아든다. 요즘은 초등학교에서 조차 가르치지 않는 한글을 배우기 위해서, 그들은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견디며 배움의 열정을 불태운다. 그들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작가. 30대의 젊은 작가에게 그들은 모두 자신의 어머니와 같다. 어미니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면서 작가는 많은 것을 깨달는다. 오로지 읽고 쓰고 싶은 그들에게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그들에게 과연 문법과 같은 어려운 과제들이 필요한 것인지. 그것은 그대로 지금 우리의 교육현실을 반영한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값비싼 교재도, 훌륭한 선생님도 아닌 배우고자 하는 열정을 사그러들지 않게 하는 아주 미미한 부채질일 것이다. 사라져 가는 불꽃을 지피는 대에는 끊임없이 지속되는 바람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들에게는 오랜 시간 타고남기에 충분할 열정을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교육의 현장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공통되는 부분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머니에게 배움에 대한 자심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작가가 선택한 방법이 일기쓰기다. 비단 그 날 하룻동안 벌어진 일들에 대한 기록뿐만이 아닌, 그동안 살아온 어머니의 삶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두서없이 써내려가기를 권고한다. 평상시 들려주던 시어머니와 남편, 시누이 시동생들에 대한 넋두리를 작가는 있는 그대로 공책에 써내려가기를 부추긴다. 그 공책에는 어떠한 형식도 필요없다. 연필을 깍으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시간과, 쓰고 싶은 것에 대한 욕망만 있으면 충분하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닌, 자신의 삶에 대한 넋두리를 말이 아닌 글로써 표현하는 것이다. 물론 어머니에게는 무척이나 힘들고 괴로운 시간임에 틀림없다. 맞춤법에 대한 불안감과 고통스러웠던 지난 시간들의 회고로 인해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충동을 무척이나 많이 느낄수 밖에 없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 힘든 시간들을 묵묵히 견뎌냈다. 아들또한 그런 어머니 옆에서 자신의 일기를 써가며 어머니를 끊임없이 응원했다. 물론 어머니와 아들이 똑같이 전태일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성과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들이 서로를 의지하고 이해해가는 과정이 감동스러운 것이다.
 
이 책을 읽고나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봤다. 이 책의 작가와 어머니는 나와 우리 어머니의 연배와 거의 비슷하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어머니는 글을 쓰실수 있을까? 지금까지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문제가 갑자기 내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지난 번 우리 딸 나라의 돌잔치 때 , 어머니에게 짧은 글 한 줄을 부탁한적이 있었다. 한 참을 머뭇거리시던 어머니에게 그냥 편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라고 하셨더니 그제서야 맞춤법이 맞는지 모르겠다며 짧은 글 한 줄을 쓰셨다. 우리 어머니 또한 다른 어머니 처럼, 혹시나 틀릴까 하는 불안감에 자신의 생각을 마음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계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어머니가 살아온 길이 우리 어머니의 삶과 그리 다르지 않기에 가슴이 더욱 먹먹하다. 나는 과연 이 책의 저자처럼 어머니와 같이 일기를 쓸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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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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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민주화를 넘어, 경제 민주화를 위하여......

이 책을 다 읽은 날 공교롭게도 신문의 1면에는 국내 모기업의 인사발령 소식이 전해졌다.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것이 뉴스의 첫머리를 장식할 만큼 대단한 것도 아닐건데,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왈가불가 하는 것은 그 회사가 국내 최고의 기업이고, 사실상 회사의 경영권 승계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우연의 일치 치고는 대단할 만큼 책의 내용과 흡사한 일이 우리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책은 더이상 허구가 아니고, 현실은 책과 같은 허무맹랑한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고 있다. 책과 현실의 경계는 더이상 없다. 조정래의 책 허수아비 춤에서만은 그렇다는 말이다.

 

아리랑,태백산맥,한강이라는 굵직한 대하소설에만 어울릴것 같은 작가의 작품.420쪽에 다다르는 장편임에 분명하지만 조정래 이기에 이 책은 무척이나 짧게 느껴진다. 그의 책은 읽어가는 내내, 줄어드는 책의 양이 아까울 만큼 독자를 잡아 끄는 힘이 엄청나다.10권에 달하는 대하소설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이다. 신작 허수아비 춤 에서도 작가의 필력은 고스란히 느껴진다. 방대한 분량에만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 한 권의 책은 아쉬울 뿐이었지만,  한강 그 이후의 이야기에 목말라 있던 나에게 어느정도의 갈증을 해소해 주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작품 이었다. 책을 읽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조정래라는 작가가 있어 무척이나 다행이다.더 좋은  작품들을 오랜시간동안 만나고 싶다. 나의 욕심이다.

 

정치와 경제는 어느덧 한 몸이 되어버렸다. 정경유착이라는 말을 떠올리지 않고서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치와 경제는 절대로 분리되어 논할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짧은 시간동안 놀랄만한 정치적,경제적 성과를 거둔 우리나라에서는 정치와 경제의 한몸화가 더욱 심화되어 있다. 정치인과 경제인은 배다른 형제가 아닌 일란성 쌍둥이와 같은 운명적 교감을 나눈다. 운명도 그들을 갈라 놓을수는 없다.  허수아비춤을 읽는 동안 나는 만화와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허영만 혹은 박봉성과 같은 만화가들의 기업극화를 떠올리며 조정래의 새로운 변화에 조금은 놀랐던 것도 사실이다. 전작에서 치열하게 논했던 이념의 대립이나 민중의 아픔들을 이 책의 행간에서는 쉽게 찾아볼수가 없었다. 국내 제1의 기업이 되기를 꿈꾸는 한 재벌가의 전방위한 로비전. 그 이면에는 천문학적인 비자금 조성이 따르게 되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부를 대대손손 세습하려는 불법 경영권 승계라는 음모가 진행된다. 탈세를 비롯한 불법행위는 당연하게 이루어지고, 노조탄압,노동력 착취등과 같은 인권유린은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행위이다. 법조인,학자,언론인 등과 같이 이시대 최고의 두뇌 집단이 모여 행하는 모의는, 자신의 부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축척할 수 있는가하는 목적만이 유일한 뿐이다. 그에 반하는 행동은 어떠한 형태로든 용납할수가 없다. 마키아벨리도 울고 갈 그들의 군주론은 가히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정직하게 세금을 납부하면서는 절대로 기업 활동을 할 수 없다고 외치는 사람들. 자신의 원활한 경제 활동을 위해 규제 완화를 부르짖는 사람들. 국가의 경제 발전을 위해 주야로 노력하는 이 시대 최고의 애국자들인 그 들 앞에서는 어떠한 논리도 무용지물일수밖에 없다. 가장 작은 투입으로 가장 큰 효과를 얻는 것이 경제논리의 기본이라면, 그들에게는 가장 작은 합법 행위로 가장 큰 불법 이득을 얻을수 있는 것이 기본적인 생존논리일 것이다.  이런 큰 원칙 앞에 이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은 허수아비일수 밖에 없다. 자기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살아가야 하는 허수아비는 그 이름이 가져다 주는 허무함 만큼이나 존재감이 떨어진다. 추수가 끝난 황량한 겨울 들판에 서 있는 허수아비는 무심코 지나가는 새들도 우습게 볼 수 밖에 없다.스스로를 로얄 페밀리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의 중심에 서 있는 그들에게,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과정에서 부딪히는 모든것들은 한낱 허수아비에 불과할 뿐이다.  작가는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모욕감을 안겨주고 싶다고 했다. 또한 충분히 모욕스러울 만큼 철저히 바닥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돈 과 권력앞에 힘없이 허물어져가는 군상들의 모습에서는 어떠한 희망도 발견하기 힘들다. 양심이라는 이름을 앞세운 죄로,권력의 중심에서  밀려나  시민단체 활동을 하는 지식인들의 모습은 한없이 가엾다. 과연 그들의 저항이 어느정도의 파장을 일으킬수 있을까 의문이 앞선다. 

 

잔인한 현실의 보여주기를 통해 작가는 처절한 모욕감과 박탈감을 유발시키고자 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은 후 담담함 이상의 느낌을 받을수가 없었다. 어느덧 우리 현실의 부폐함이 더이상 충격적이고 놀랄만한 것이 아니라는 방증일수도 있다. '그럴줄 알았다'라는 말은 '어쩔수 없다'라는 말과 같다. 나는 이미 철저한 허수아비가 되어 있는 듯 했다.권력이라는 무서운 바람앞에 나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춤을 추어대는 심지어는 춤을 추고 있는지도 모르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책을 읽은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정치인과 기업인이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사회.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많은 허수아비들이 흥에 겨운 나머지 스스로가 덩실덩실 춤을 출 수 있는 사회가 오기를 바라는 것은 아직까지 시기상조 일까?  나의 현실이 허수아비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은 허수아비의 진정한 존재 의미에 대해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강력히 권하고 싶은 책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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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안되는 딸 당당한 리더로 키우는 법
가와이 미치코 지음, 송수영 옮김 / 이아소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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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월이 조금 지난 딸아이를 키우면서 정말  많은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한없이

약한 어린생명을 키워 간다는 것은, 무한의 정성과 보살핌이 필요한 인간의 능력

밖에 있는 위대한 행위라는 생각까지 들게한다. 거기에 '훌륭하게 키운다'라는

단서까지 붙으면 진짜 두손 두발 다 들고 싶은 심정이 들지도 모른다.특히 요즘처럼 수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안심할수 있는거라고는는 오로지 '나'밖에 없는 불신의 시대에서 방목이라는 이상적인 육아법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들릴지도 모를 일이다. 과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육아법이 올바른 것인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많이 뒤쳐져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은 나 만의 육아법에 대한 불확신이 가장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럴때 우리는 육아서를 찾게된다.

그 육아서에서 그동안 내가 몰랐던 진실에 대해 탐구하게 되고, 나 만의 방식에

대해 안도하게 되기도 하며 위로받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자기계발서 만큼이나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육아서들 중에 과연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책들은 얼마나 될것인가? 그것또한 판단하기 무척 힘든 일이다.

어떤 책을 읽든 그 책에서 취할것은 취하고, 버릴것은 과감하게 버릴수 있는 또한

나의 상황에 맞게 적정히 적용할수 있는 현명함이 책을 읽는 독자의 권리이자 능력일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무척 어렵다는데 있다.

 

제목이 길이만큼이나 무척 거창하다.

내 맘대로 안되는 딸 (사실 아들이라고 해서 내 맘대로 될것은 아니지만)을 당당한 리더로 키우는 법. 이 책의 제목은 내 맘대로 안되는 딸을 내 맘대로 할수있는방법

에 대한 해답을 구하고자 하는 강한 욕망을 가지게 한다.

딸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혹은 좀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비장의무기들이 가득찰 것 같은 느낌. 마치 대대로 전해오는 무예비법을 혼자서 연마하는

무협지의 주인공과 같은 득의만만한 미소까지 짓게 만든다.

나는 그렇게 이 책을 시작했다.

하지만,예상은 언제나 틀리수 있는 법.이 책은 나같은 사람을 비웃기라도 하듯

엄마와 딸의 관계에 대해 지극히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실제사례와 함께

조목조목 설명해 주고 있다. 그다지 어렵지도 않고 텍스트의 압박이 심하지 않았기에 쉽게 책에 몰입할수 있었다. 책의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자.

 

저자는 두 아이를 둔 평범한 엄마였다. 둘째 딸아이의 육아에 힘들어 하던 중 알게된 육아 코치로부터 많은 조언을 받고 자신또한 코치의 길을 걷게 된다.

육아코치로서의 경험으로 점점 변해가는 자신의 딸을 보며 느낀점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같은 여자이지만 결코 같지 않은 딸과 엄마의 관계 개선 법.

결코 아들과는 같지않은 미묘한 차이에 대한 설명.

특히 나에게 관심을 끈 장면은 '착한 딸 뒤에는 강압적인 엄마가 있다'는 말이었다. 이건 딸에게만 적용되는 문제는 아닐것이다. 어려서 부터 강압적인 다시 말해

무서운 엄마,아빠에게서 자란 아이는 표면적으로는 착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내면으로는 자신만의 두터운 벽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다 알것 같지만 다시 한번 놀랍고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엄마가 비로서 한 인격체로서 인정해 주었을때야 아이의 성장은 더욱 빨라지며,엄마의 지혜에 따라 아이는 변해간다는 것.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가 행복해야 딸도 행복하다는 것이다. 행복이라는 것은 누군가가 억지로 강요할수도 가르칠수도 없는것이다.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아이는 그 행복한 기운을 물씬 머금은채 잘 자랄수 있을것이다.

대다수의 부모들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적당한 길잡이를 마련해 준다. "나는 과연 완벽한 부모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저자는 이럽게 답한다.

완벽한 부모가 아니라 그저 괜찮은 부모면 충분하다는 말에 위로를 삼으면 그렇게 되고자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게 된다.

 

아직 우리 아이는 말을 하지 못한다. 정확히 표현하면 자신만의 언어를 태어나서 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구사했지만 단지 우리가 알아듣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어른들이 규정해온 문자와 언어라는 규칙에 단지 편입되지 못했을 뿐인데, 우리는

그 제도권안으로 진입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아이의 의사를 전적으로 무시해

버리는 경향이 많다.(이 책에서는 이것을 색안경을 끼고 본다고 표현했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답답하고 화가날 일일까를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분명히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지만 그것을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부모들을 볼때 아이들은 이미 유아기부터 부모와의 어긋남에 익숙해져 가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부모와 점점 동화되어 과정을 우리는 성장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는

하지만, 부모와 아이의 그래프가 교차되는 시점까지 우리는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고 그 시행착오를 잘 견뎌내는 것이 올바른 육아법이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어린 아이를 둔 나로써는 조금 이른감이 있는 책이었지만, "반항기, 미리 공부해두어야 후회하지 않는다"는 저자의 말처럼 미리미리 공부하고 대비하기 위해서 한번 쯤 읽어봐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나에게 적합한 내용만을 잘 파악해서 충분히 섭취할수 있는 열린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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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기욤 뮈소 지음, 김남주 옮김 / 밝은세상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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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 기욤 뮈소 지음 / 김남주 옮김 / 밝은세상 펴냄

 

구해줘. 사랑하기 때문에 이어 읽은 세번째 작품 .

우리 나라에 알려진 작품중에 대표작이라고 할수 있는 세권의 책을 다 접하고 나니

어느정도 기욤뮈소라는 작가의 성향에 대해서 짐작할수 있을것 같다.

일련의 작품들로 본 그의 특성 중 가장 큰 것은 일단 무척 흥미있고 가독성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나는 가장 첫번째로 접한 작품이 '사랑하기 때문에'였었는데, 그 작품을 처음 대할때는 손에서 책을 내려놓을 틈도 없이 단숨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그의 작품은 독자를 끌어들이는 강한 흡인력이 있다. 또한가지 그의 작품을 읽고 있으면 분명히 책임에도 불구하고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착각에 빠진다는 것이다. 그만큼 비쥬얼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독자의 머리속에 떠나지 않는 영상들은 그의 작품중 독특한 특징임에 틀림없다. 기욤뮈소는 각 작품마다 빠지지 않는 내용들이 있다.

그중 첫번째는 모든 작품의 가장 기본적이면서 큰 주제는 사랑이라는 것이다.

남,여간의 사랑, 가족간의 사랑. 친구간의 강한 우정.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중 가장 흔하면서도 소중한 주제인 사랑을 작가는 철저히 고집하고 있다. 또한 모든 작품의 배경은 뉴욕이며, 주인공은 불후한 환경을 딛고 성공한 능력있는 정신과 의사로 등장을 한다. 이것또한 작가는 철저히 모든 작품에 걸쳐 통용하고 있다.

사랑이라는 어쩌면 진부할수있는 주제를 논하고 있지만, 작가는 결코 지루하거나 통속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 않는다. 그럴줄 알았어라는 생각이 들면 여지없이 새로운 반전을 만들어내는 작가. 그러다 보니 작품을 대하면 대할수록 이건 아닐거야. 이쯤되면 새로운 반전이 나올것 같은데 하는 예상을 하게 되고, 그 예상은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어쩌면 이러한 부분이 작가의 장점이자, 한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분명 재미는 있지만, 조금씩은 그 만의 틀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생각을 하는건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일수도 있다. 역자도 말하듯이 우리가 그동안 접한 프랑스 소설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른 작품들. 어쩌면 헐리우드식 영화에 가깝다고 말할수 있겠지만,

그의 뛰어난 입담 만큼은 앞으로의 작품에 대한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하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더군다나 작가는 아직 많이 젊다.

지금까지 써온 작품처럼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같지 않은 신선한 작품들을 기대해 본다.

책의 내용은 워낙 스포일러가 될 가능성이 많기에 전혀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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