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빨간 거짓말 - 카네기 메달 수상작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10
제럴딘 머코크런 지음, 정회성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허구에 관한 이야기를 읽었다. 소설이라는 말, 픽션이라는 말 자체가 허구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지만, 이 책은 제목부터가 새빨간 거짓말이다. 즉, 이 책에 실려 있는 이야기는 모두 허구라는 말이다. 거짓말 과 허구의 차이점. 즉, 누군가에게 의도적으로 악영향을 주느냐의 여부를 따질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특히 픽션 작품을 읽으면서는 그 내용을 전적으로 믿지 않기 때문이다.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강조를 하고 있는 이 책의 내용은 과연 어떨까?

 

엄마와 함께 작은 골동품점을 운영하고 있던 소녀 에일사는 어느 날 도서관에서 MCC버크셔라는 낯선 남자를 만나게 된다. 도서관 대출증이 없어서 책을 빌리지 못한 버크셔는 정확히 표현하면 노숙자 이다.에일사는 버크셔와의 만남이 이루어진 순간 무엇에 홀린 듯 그를 받아들이게 된다.  장사도 되지 않는 엄마의 골동품 가게에 점원으로 채용하고자 한 것이다. 손님도 없는 가게에서 직원을 채용한다는 것이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버크셔는 유노동 무임금의 파격적인 취업조건을 제시함으로써 포비 골동품점의 직원으로 채용되는 성과를 얻게된다. 아무리 취업난이 심각하다고 하지만, 버크셔가 일하는 댓가로 받는것은 잠자리와 아침식사 대용인 빵 한조각이 전부이다. 당연히 노동착취라고 할 수 있지만 버크셔의 속셈은 따로 있었다. 그가 노린것은 포비 골동품점의 경영권도 미망인인 포비부인에 대한 연정도 아니었다. 오로지 읽을 수 있는 책과 말할 수 있는 대상. 자신의 허구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기에는, 낡은 것들이 가득 찬 포비골동품점이 안성맞춤일수 밖에 없었다.   

 

장사 수완이라고는 전혀 없을 것 같은 버크셔. 그 가 하는 일이라고는 하루종일 가게에 있는 헌 책들을 읽는 것 뿐이다. 그 모습을 본 포비부인은 하루 빨리 낯선 이방인을 쫒아내고자 한다. 하지만, 이 때부터 버크셔의 뛰어난 장사수완이 발휘된다. 시계,필기구함,접시,식탁,거울등의 전혀 팔릴 것 같지 않은 물건들을, 절대로 구입할 것 같지 않은 사람들에게 터무니 없는 가격으로 판매하는 엄청난 장사수완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방법은 다름 아닌 버크셔의 뛰어난 입담 이었다. 아라비안 나이트에 등장하는 세헤라자드를 연상시키는 버크셔는 한 가지의 물건을 팔 때마다 그것에 얽힌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를 술술 풀어대곤 한다. 그 이야기에 한버 빠지기 시작한 사람들은 무엇에 홀린 듯 그 물건을 사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된다. 이 책이 현대판 아라비안 나이트라고하는 이유이다. 총 11가지의 물건을 판매하는 버크셔는 당연히 11가지의 아주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11가지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모든 사람들은 버크셔라는 인물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그 중에는 당연히 에일사와 포비부인도 포함된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 에일사가 버크셔를 좋아하게 되는 순간 이야기는 끝으로 치닫는다. 자신의 유일한 안식처 였던 침대를 팔아버리고는 버크셔는 자신의 모습을 감추어 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 작품은 11가지의 아주 재미난 허구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11가지의 이야기는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책을 만들기 위한 퍼즐 조각에 지나지 않다. 다시 말해 11번 째 퍼즐조각이 맞추어진 순간 또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가 완성되어지는 것이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버크셔와 에일사 그리고 포비부인이었다.

버크셔씨는 존재하지 않는데, 우리는 그의 이야기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어. 그렇다면 가능한 설명은 하나 뿐이지. (본문에서)

 

작은 이야기 하나 하나를 읽어가는 재미는 오렌지 쥬스속에 들어있는 알갱이 하나하나를 터트리는 것과 같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알갱이 하나 하나가 아닌, 오렌지 쥬스의 전체적인 맛이다. 이 책은 알갱이 각각의 맛은 괜찮았지만, 쥬스를 다 마시고 나니 어딘가 모를 아쉬움이 남는 책이었다. 마지막에 터지는 반전 아닌 반전이 내게는 꽤나 당황스러웠으며, 그 당황스러움은 오렌지 쥬스의 개운함을 조금은 희석시킨듯 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읽고,듣고,하기 좋아하는 모든 이들에게는 이 책 만큼 유쾌한 작품도 없을 것이다. 책에 빠진 한 사내의 현실과 허구를 오가는 줄타기가 꽤나 아슬아슬해 보이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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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다 (반양장) - 노무현 자서전
노무현 지음, 유시민 정리,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엮음 / 돌베개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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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는 노무현 대통령을 절대적으로 지지한 사람은 아니다. 대선당시 노무현 대통령에게 한 표를 행사하지도 않았다. 마음속으로는 그 사람이 당선되기를 바랬지만, 실재 투표장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한 표를 행사했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노무현은 대통령이라는 높고도 고독한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이다. 노무현의 뒤에는 그를 따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노사모라 불리우는 그들은 일부 언론에서는 광신도 처럼 표현되기도 했지만, 거대한 권력을 움켜진 여타의 지지세력과는 분명히 차별화 될수 있는 끈끈한 힘을 가진 조직이었다.  대통령 노무현으로써의 운명은 수많은 노란물결의 성원과 함께 시작되었다. 운명이었다.
 
노무현이라는 이름이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5공 비리 청문회를 통해서 였다. 절대권력의 극렬한 타락을 생생하게 지켜보기를 바랬던 많은 국민들의 갈증을 해소시켜준 유일한 인물이라고 할수 있었다. 청문회 스타라는 명칭은 어찌보면 진정한 정치인이 아닌,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연예인과도 같은 이미지를 불러 일으키기게 충분했다. 힘있고 능력있는 정치인이 아닌, 유행이 지나고 인기가 떨이지면 어느순간 완벽하게 잊혀지는 연예인과 같은 이미지로서 더 많이 부각되었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인기는 있지만, 핵심 정치인으로 성장해 나가기에는 어쩐지 약해보이는 차선의 선택에 국한된 인물이었다고 본다. 최소한 그 당시까지 노무현의 모습은 그렇게 보였다.
 
사상처음 야당의 승리로 집권한 김대중 대통령 시절부터 노무현은 진정한 정치인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인권변호사 , 청문회 스타에서 해양부장관으로 제도권 정치의 중앙으로 뛰어들게 된 것이다. 몇 번을 거듭한 실패는 인간 노무현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거센 투사의 이미지에서 조금은 유연해지고 노련해진 정치인의 냄새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노무현이 뚫고 나가야할 장벽들은 만만치 않았다. 오랜세월 3김이라는 이름으로 분배되어 있던 밥상에서 그의 밥그릇을 찾기는 좀처럼 쉽지 않았다. YS를 떠나 DJ의 품으로 들어온 것도 자신의 밥그릇을 찾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 이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 판단은 성공적이었다. 몇 번의 실패와 위기를 뚫고 노무현은 대한민국의 16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노무현 정부의 출범은 많은 이들에게는 새로운 민주주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지만, 더 많은 이들에게는 잃어버린 십년을 향한 반환전에 해당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노무현은 지금까지와는 상대도 되지않는 더 높고 더 강한 세력들과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었다. 힘겨운 운명의 시작이었다.
 
이 책은 노무현 대통령의 자서전이다. 이미 고인이 되었기에 다른 이들에 의해 출판되었다. 노무현 재단이라는 이름의 노무현을 지지하는 사람들에 의해  정리되었기 때문에 친 노무현 적일수 밖에 없다. 그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면, 실패한 자의 구차한 변명거리로 치부할지도 모르겠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일생을 담담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어려운 집안형편으로 고시에 합격하여 판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여느 고학생의 성공담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이후 인권,노동운동에 뛰어 들게 되는 과정과 국회의원이 되어 정식으로 정치에 투신하기 까지의 과정. 급기야 대통령이 되어 5년이라는 시간을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했던 과정들. 한 권의 책으로 우리 정치사의  최신 모습들을 재 조명해 볼수 있는 시간을 갖을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실패를 많이 한 사람이다. 미련스러울 정도로 실패를 많이 했다. 타인이 보기에 가망이 없는 도전을 많이 한 사람이기도 하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도 어찌 보면 가망이 없는 무모한 도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기억될수 있는 건 무모한 도전을 위대한 성공으로 바꾸어 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몇 번의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는 집념이 그를 우리들의 가슴속에 깊이 새겨놓았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단순히 노무현을 미화하고 변명하고 그의 위대한 업적을 찬양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이켜 보며 후회되는 부분과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안타까움과 죄스럼움을 감추지 않고있다. 그래서 솔직하다. 물론 커다란 줄기는 자신의 입장을 최대한 합리화 시키고자 하고 있지만 그런 모습또한 눈에 훤히 보이기에 많이 거슬리지 않는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할수 있다. 하지만 인간 노무현이 하는 실수와 대통령 노무현이 하는 실수는 결코 같지 않다. 그 실수에 수반되는 댓가를 감당해야 할 사람들이 무게감이 비교가되지 않을 정도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인간 노무현의 실수는 용서될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으로써의 실수는 쉽게 용서를 구하기도 용서를 받을수도 없다. 국민들은  그를 인간 노무현이 아닌 대통령 노무현으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인간 노무현보다는 대통령 노무현이 더 좋다.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있으면서 그 보다 더 많이 욕을 먹은 사람이 있을까? 언론과 검사를 비롯한 대다수의 권력층에게 공격을 당하고, 자신의 지지기반이었던 동지들에게도 외면을 당하면서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던 사람. 좋은 것은 좋고, 싫은 것은 싫다고 명확하게 말했던 사람.탄핵이라는 초유의 물결에 휩쓸렸던 사람. 많은 이들이 그를 지지했던 만큼, 그 보다 더 많은 이들이 그를 비판하고 따돌렸다. 많은 계층의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욕을 먹는 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는 방증일수도 있다. 그 전까지는 자신의 요구를 떴떳이 밝힐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수 있는 채널을 부여해 준 사람. 듣고싶지 않고, 듣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보고,듣기 위해 무수히 많은 채널을 만들었던 사람. 우리는 그것을 소통이라고 말한다. 9시 뉴스가 나오는 시간에도 다른 채널에서는 프로야구를 하고 있고, 드라마가 나오고 있으며 인기 아이돌 그룹들의 신나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바둑,낚시,골프,요리,맛집기행을 하고 있다. 심지어는 제목부터 야릇한 성인방송까지 끊임없이 많은 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그 모든 소리에 다 귀를 기울이고자 했고, 그 모든 채널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수 있게 만든 사람. 그러다 보니 잡음이 많은 것은 당연할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채널을 가지고 있지만, 리모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지극히 한정된 몇 개의 채널만을 고집한다.개인적 취향이 정해져 있기에 당연하다고 본다. 하지만  자신이 보고 듣기에 좋은 것만을 고집하여 다른 채널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잡음은 듣지 않아도되겠지만, 그 속에 묻혀져 있는 진실의 목소리 또한 들을수 없게 된다. 최소한 리모콘의 주인이 대통령이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 나의 선호채널 속에는 호불호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채널이 포함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우리는 그것을 소통이라고 말한다.  
 
민주(民主)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정해져 있다. 하지만, 민주라는 말의 시대적 역사적 의미는 변하게 마련이다. 유신시절 과 군부독재 시설 외쳤던 민주와 지금 시대에 외치는 민주의  시대적 의미는 결코 같을수 없다. 물론 원론적인 민주의 의미가 변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원론적인 의미의 변화는 없지만 시대적 역사적 변화에 걸맞게 민주라는 의미도 변해야 되며, 그것을 정확하게 외쳐대는 것만이 진정한 민주를 이루기 위한 민주시민으로서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그것또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사명이며,운명이다.
 
자식들에게 만큼은 훌륭한 아버지로 기억되고 싶다고 한 말이 참 가슴에 와 닿는다. 대통령이 되는 순간 평범한 아버지의 소박한 꿈은 실현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것이 인간 노무현이 가진 운명이었던 모양이다. 먼 곳에서 편안하기만을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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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 그 아름다운 힘
최민식.하성란 지음 / 샘터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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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게서 사진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늘상 하는 말이 있다. 진정한 사진은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것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영위하는 삶의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치열한 고민과 사색, 그리고 체험이 수반되어야 한다. 하지만 요즘의 젊은 친구들은 정신적 수련을 싫어하고 미를 뽐내는 기교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각성이 없는 예술은 공허한 놀음에 불과하다. 진실한 사진이 갖는 감동은 모두, 현실의 행간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내가 의도적으로 연출하지 않은, 생생한 인간의 모습을 렌즈에 담고자 한 것은 그 현실 자체속에 이미 예술이 추구하는 진실이 담겨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 최민식 ]

 





나는 사진을 잘 찍지 못한다.  예전부터 사진을 찍는다는 것에 대단한 취미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요즘 들어 아이가 생기면서 아이의 성장과정을 가끔 렌즈에 담는 것이 고작이다.  어떤이들 처럼 사진기를 항상 끼고 다니며 생활의 일면을 차곡차곡 렌즈에 담는 정성과 극성은 아예 찾아볼수가 없다. 당연히 휴대전화에도 사진은 거의 없는 편이다. 사진을 잘 찍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관심이 없고 게으라다는 말일 것이다. 당연히 사진을 감상하는 심미안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런 나에게 사진은 지극히 관심밖의 분야였고, 매우 정적인 분야라고 생각했다. 증명사진, 풍경사진만을 알고 있는 나에게 사진이 정적인 이미지로 고착되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수많은 움직임속에서 지극히 짧은 순간을 포착해야 하는 것이 사진이라면 정적이라는 나의 관념은 오류임에 틀림없다. 나는 단지 눈에 보이는 사진만을 알고 있었을 뿐이다. 잘생기고 아름다운 배우들로 대표되는 수많은 광고사진들과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정도의 절경을 뽐내는 일출,일몰등의  풍경사진만이 내가 알고 있는 사진의 전부였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명히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사진은 나에게 그런 의미였다. 정적이며, 관념적이고 상업적인....

 

 

사진은 분명히  시대를 기록하는 대표적인 수단의 하나이다. 80년대 민주화항쟁의 도화선이 되었던것중의 하나도, 너무나 유명한 사진한 장 때문이었다. 지금도 기억하는 그 사진은 더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는 우리 시대의 기록이다.  그래서, 사진은 진실되어야 한다. 피사체를 표현하는데 있어 기교도 중요하지만 진실이 결여된다면 그만큼의 감동도 감소할 것이다.  최민식의 사진집 '소망 , 그 아름다운 힘'은 솔직하다. 피사체 하나하나의 모습이 금방이라도 내게 달려나올것처럼 살아 움직이고 있다. 우리의 일상이기에 그 모습들은 더욱 정겹다. 그래서 진한 감동이 있다.  멀게는 50년대에서부터 가깝게는 2000년대 초반까지의 사진들로 구성되어있는 이 책은 작가의  활동지였던 부산을 주된 배경으로 하고있는 흑백 사진첩이다.  사진 한장 한장에 작가 하성란의 단상들이  곁들여져 있다. 그런의미에서 포토에세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자칫 이런류의 책에서는 사진의 감동을 쓸데없는 사족으로 인해 반감시켜 버리거나, 알수없는 사진들의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유려한 문체로 그 재미를 배가시키는 언발라스한 경우를 볼수 있다. 누구의 탓도 아닌 서로간의 궁합이 맞지않는 경우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최민식이라는 거장에대한 존경심으로 가득한 하성란의 경외감을 느낄수 있다. 두 줄 안팎의 짧은 글들이지만 그 글에는 사진을 느끼기에 충분한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감히 사진을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 사진에 대한 느낌의 연장을 글로써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책을 보는 시간들은 최민식의 글을 읽는 것이고 하성란의 사진을 감상하게 되는것이다. 그만큼 , 두 사람의 사이는 밀착되어 있다.

 

 

이뿐 것 만이 아름다운 것이 아닌, 진실된것이 더욱 아름다울수 있다는 지극히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명제를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진실된 모습이 비록 추하고 비루한 모습일지라도  우리는 삶의 연장선으로 모두 보듬어야 한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 보고 느낄수 있어야 한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이 진실일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삶이란 사람들의 준말이다'라는 하성란의 말을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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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이다
성석제 지음 / 하늘연못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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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참 짧네!!!

성석제의 신간 소식에 망설이지 않고 주문했다. 소설집이 아닌 소설이라는 소리에 더욱 혹해서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주문을 한 것이다. 그동안 단편집을 많이 썼던 작가이기에 오랜만에 장편을 낸 줄 알았다. 그런데 책을 받아보고서야 알았다. 우스꽝스러운 표지에 걸맞게 내용 또한 참으로 우스꽝스러웠다. 더욱이 장편이 아닌 단편. 엽편이라 불리우는 아주 짧은 글의 모음집이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많이 실망을 했다.그래서,같이 주문한  황석영의 강남몽을 먼저 집어들고는 나의 관심에서 잠시 멀어져야 했다. 인간적으로 조금 실망을 했다.

 

성석제의  단편에 대한 맛에 어느정도 중독되어 있던 나는 무관심을 오랫동안 지속하기는 힘들었다. 짧은 글인만큼 아무 부담없이 출퇴근의 짧은 시간을 이용하여 틈틈히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49편의 짧은 글들로 구성되어 있기에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어떠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어 읽어도 무관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독서의 형식에서 자유로울수 있다. 그의 글또한 그러한 자유로움을 만긱하기에 충분하다.

 

소설이라는 말 보다는 아주 짧은 산문에 가깝다. 사실 넓은 의미에서 소설과 산문이 같다고 말한다면 할말이 없지만 '이야기'라는 핵심을 꼭 집어 말하자면, 이 책은 소설이라고 말하기에는 어딘가 조금은 부족한 구석이 있다. [쏘가리] [소풍]과 같은 작품의 연장선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굳이 차이점을 말하자면 기존의 작품들보다 더욱 짧아졌다는 것이다. 짧아진 만큼 임팩트가 강할것이가라는 질문에는 확답을 할 수가 없다. 49편의 짧은 글들을 읽다보면 , 성석제 답다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된다. 무겁지않되 경박스럽지 않고, 현란하지는 않지만 촌스럽지 않은 그의 개성이 짧은 글에서도 아주 잘 나타나 있다. 마치 소풍을 연상시키는 음식에 관한 이야기는 그이 미식가적 자질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단지 소풍에 비해 입안에 도는 군침의 양은 현격이 줄었다는 것이 아쉬울뿐이다.

 

어느 작가보다 장편을 잘 쓸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성석제는 짧을 글들을 선호한다. 사실 단편을 잘 쓰는 것이 더욱 어렵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단편을 읽어내는 것에 익숙하지 못한 나로서는 장편이 더 좋을수 밖에 없다. 그래서, 아쉽고 더 많은 기대를 갖게 된다. 작가의 다음 작품은 반드시 내가 홀딱 반해버릴 만한 멋진 장편이 나올것이라는 두근 거림을 갖게된다. 그런 기다림은 꽤나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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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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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파는 거대한 코끼리요 출생지는  마구간이라. 세상에 나왔을 때 몸무게는  이미 칠 킬로그램에 달하고, 열네 살이 되기 전에 백 킬로그램을 훌쩍 넘어선 거구의 여인이 있었으니  그 녀의 이름은 춘희(春姬). 거대한 체구에 걸맞게 힘 또한 천하장사라,어설픈 장정은 그 녀 앞에서 명함도 못 내미는 것은 물론이요, 대장간의 쇳덩이를 마치 냇가의 조약돌인양 공기놀이를 하고 있으니 그녀의 명성이 조선 팔도에 미치지 않을 곳이 없어야 정상 이련만,  그녀의 태고난 능력을 시기한 신들의 장난인가? 그녀에게 말하는 법을 미쳐 가르쳐 주지 못한 삼신할미의 직무유기인가,  반편이라는 놀림속에 평생을 살아가야만 한는 고약하고도 슬픈 운명을 타고난 여인이라.  봄처녀 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그녀의 삶은 평생이 어둡고 춥기만 한 엄동설한 이니. 

출생의 비밀은 이미 다 까발려진 판에 밤 열두시만 넘으면 홀연히 마차가 나타나 멋들어진 공주로 변하는  동화같은 이야기가 생길것도 아니요, 어느날 갑자기 심봉사 눈을 뜨듯 닫혔던 입에서 청산유수 같은 말들이 술술 터져 나올것도 아니건만,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련한 봄처녀의  이야기가 구구절절 펼쳐진다.  금복이라는 어미의  이야기를 지나 이름 모를 할멈의 이야기 까지 말 많고, 탈 많은 삼대에 걸친 여인열전이 펼쳐져니 접시는 물론이요  기둥이 흔들리다 못해 뿌리까지 몽당 뽑혀 버릴만한 기상천외한 말들이 봇물 터지듯 펼쳐지고 있으니, 눈이 두개밖에 없는 것이 아쉬울 뿐이고, 속절없이 흘러가는 초침,분침이  야속할 지경이다. 

작가라는 사람이 영화판에서 놀다와서 그런가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 천상 한 편의 영화라. 시골 촌구석에서 무작정 도시로 나와 대박을 터뜨리는 금복이를 보고 있으면 인간승리를 다룬 휴머니즘이요, 부둣가에서의 활극을 보고있으면 스펙타클한 액션영화요, 뭇 남성들과의 애정행각들을 보고 있으면 찌릿찌릿한 애로물이라. 이리보면 이것같고 저리보면 저것같으니 굳이 쟝르를 따지자면 명절 끝물에 밥상에 오르는 이름모를 잡탕쯤 될듯하다.  한번에 이맛 저맛 다 볼수 있으니 잡탕도 그다지 나쁜 요리는 아니요, 다만 한가지 맛을 좆고자 하는 미식가라면 숟가락 젓가락 다 집어던지고 급기야는 밥상까지 뒤엎어 버릴수도 있으니,진수성찬도 사람봐가며 차릴것이요, 아무리 허기가 져도 찬찬히 내용물을 살펴보고 숟가락을 디밀어야 할것이다.

 

'천'이라는 작가 입심은 또 얼마나 대단하던지. 능청스러운 이야기에 홀려 귀를 쫑긋 세우다 보니 주위엔  썩은 도끼자루가 수십개는 될듯하니, 그게 바로 관성의 법칙이요. 신나게 넘어가는 책장에 손가락이 아파 오른손,왼손 번갈아 침을 묻이고 있으니 이건 또 왼손,오른손 법칙정도 될것 같다. 코끼리하고 말을 하고, 뒤늦게 태어난 딸아이는 몇 년전에 죽은 아비를 쏙 빼닮고 있으니 이건 작가의 말대로 구라의 법칙 되겠다.  이런 법칙,저런 법칙에 홀려 두툼한 책을 다 읽었으나. 정작 고래라는 놈이 뭐 하는 놈인지, 그 놈이 이 구라같은 이야기에서 무슨 존재인지 하는 것은 도통 모르겠으니 그건 독자의 무지의 법칙정도 되겠다. 아무리 그래도 고래라는 놈의 정체정도는 파악해야 될듯 싶어 , 가뜩이나 나뿐 머리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보니 나온 답은 내 머리가 돌에 가깝다는 불변의 법칙밖에 없으니 퍼지르고 앉아 대성통곡을 해야 할 노릇이다.

 

고래라는 놈은 필경 바닷가에 사는 생선인데, 꼴 같지 않게 자기는 생선이 아니요. 네발달린 짐승처럼 젖을 빨고 사는 동물이라고 박박 우기고 있으니 덩치나 작아야 모질게 쥐어 박기라도 하련만 그러지도 못하고 그저 니 맘대로 하세요 할 뿐이다.  구라같은 이야기를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해 보니.작고  힘없는 것보다는 크고 힘센 놈이 좋다고 말한 금복이의 말이 불현듯 떠오르고, 그렇다면 새우나 토끼 이런 것 보다는 그래도 '고래'라고 하는 것이 덩치나 생김새를 봐도 구라같은 이야기의 제목으로 하기에 가장 어울릿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실상 '고래'라는 것이 인간의 허왕된 욕망의 상징이라고 말하는 가방끈들의 말도 , 고래등같은 '고래'극장이 한 순간에 불길에 휩싸여 버리는 걸 보면  완전히 구라는 아닐것 같기도 하다. 

어쨋든 재미난 이야기를 신나게 들었으니 '천'이라는 작가한테 고맙다는 인사 한번 정도는 해 줘야 할 듯 싶고, 구라 같은 이야기에 '사람 참 싱겁네'하고 말기에는 내가 더 싱거운 사람 같고, 그러다가는 다음 번에 이 보다 더 구라같은 이야기를 듣지 못할 것 같기에, 그냥 헛기침 한 번 크게 한 채 어물어물 이야기를 끝내는 게 좋을 듯 싶다. 다음 번 을 기약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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