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빨간 거짓말 - 카네기 메달 수상작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10
제럴딘 머코크런 지음, 정회성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허구에 관한 이야기를 읽었다. 소설이라는 말, 픽션이라는 말 자체가 허구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지만, 이 책은 제목부터가 새빨간 거짓말이다. 즉, 이 책에 실려 있는 이야기는 모두 허구라는 말이다. 거짓말 과 허구의 차이점. 즉, 누군가에게 의도적으로 악영향을 주느냐의 여부를 따질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특히 픽션 작품을 읽으면서는 그 내용을 전적으로 믿지 않기 때문이다.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강조를 하고 있는 이 책의 내용은 과연 어떨까?

 

엄마와 함께 작은 골동품점을 운영하고 있던 소녀 에일사는 어느 날 도서관에서 MCC버크셔라는 낯선 남자를 만나게 된다. 도서관 대출증이 없어서 책을 빌리지 못한 버크셔는 정확히 표현하면 노숙자 이다.에일사는 버크셔와의 만남이 이루어진 순간 무엇에 홀린 듯 그를 받아들이게 된다.  장사도 되지 않는 엄마의 골동품 가게에 점원으로 채용하고자 한 것이다. 손님도 없는 가게에서 직원을 채용한다는 것이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버크셔는 유노동 무임금의 파격적인 취업조건을 제시함으로써 포비 골동품점의 직원으로 채용되는 성과를 얻게된다. 아무리 취업난이 심각하다고 하지만, 버크셔가 일하는 댓가로 받는것은 잠자리와 아침식사 대용인 빵 한조각이 전부이다. 당연히 노동착취라고 할 수 있지만 버크셔의 속셈은 따로 있었다. 그가 노린것은 포비 골동품점의 경영권도 미망인인 포비부인에 대한 연정도 아니었다. 오로지 읽을 수 있는 책과 말할 수 있는 대상. 자신의 허구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기에는, 낡은 것들이 가득 찬 포비골동품점이 안성맞춤일수 밖에 없었다.   

 

장사 수완이라고는 전혀 없을 것 같은 버크셔. 그 가 하는 일이라고는 하루종일 가게에 있는 헌 책들을 읽는 것 뿐이다. 그 모습을 본 포비부인은 하루 빨리 낯선 이방인을 쫒아내고자 한다. 하지만, 이 때부터 버크셔의 뛰어난 장사수완이 발휘된다. 시계,필기구함,접시,식탁,거울등의 전혀 팔릴 것 같지 않은 물건들을, 절대로 구입할 것 같지 않은 사람들에게 터무니 없는 가격으로 판매하는 엄청난 장사수완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방법은 다름 아닌 버크셔의 뛰어난 입담 이었다. 아라비안 나이트에 등장하는 세헤라자드를 연상시키는 버크셔는 한 가지의 물건을 팔 때마다 그것에 얽힌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를 술술 풀어대곤 한다. 그 이야기에 한버 빠지기 시작한 사람들은 무엇에 홀린 듯 그 물건을 사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된다. 이 책이 현대판 아라비안 나이트라고하는 이유이다. 총 11가지의 물건을 판매하는 버크셔는 당연히 11가지의 아주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11가지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모든 사람들은 버크셔라는 인물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그 중에는 당연히 에일사와 포비부인도 포함된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 에일사가 버크셔를 좋아하게 되는 순간 이야기는 끝으로 치닫는다. 자신의 유일한 안식처 였던 침대를 팔아버리고는 버크셔는 자신의 모습을 감추어 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 작품은 11가지의 아주 재미난 허구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11가지의 이야기는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책을 만들기 위한 퍼즐 조각에 지나지 않다. 다시 말해 11번 째 퍼즐조각이 맞추어진 순간 또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가 완성되어지는 것이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버크셔와 에일사 그리고 포비부인이었다.

버크셔씨는 존재하지 않는데, 우리는 그의 이야기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어. 그렇다면 가능한 설명은 하나 뿐이지. (본문에서)

 

작은 이야기 하나 하나를 읽어가는 재미는 오렌지 쥬스속에 들어있는 알갱이 하나하나를 터트리는 것과 같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알갱이 하나 하나가 아닌, 오렌지 쥬스의 전체적인 맛이다. 이 책은 알갱이 각각의 맛은 괜찮았지만, 쥬스를 다 마시고 나니 어딘가 모를 아쉬움이 남는 책이었다. 마지막에 터지는 반전 아닌 반전이 내게는 꽤나 당황스러웠으며, 그 당황스러움은 오렌지 쥬스의 개운함을 조금은 희석시킨듯 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읽고,듣고,하기 좋아하는 모든 이들에게는 이 책 만큼 유쾌한 작품도 없을 것이다. 책에 빠진 한 사내의 현실과 허구를 오가는 줄타기가 꽤나 아슬아슬해 보이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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