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센트 1 Medusa Collection 7
제프 롱 지음, 최필원 옮김 / 시작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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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트 1,2 / 제프 롱 지음/최필원 옮김 / 시작 펴냄

 

누가 누구를 지배 하는가?

책의 두께 만큼이나 어마어마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디센트.

"지구의 가장 낮은 지점에서 절대악이 꿈틀거린다!"라는 책의 강렬한 광고 문구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공포라는 말이 들어가는 것은 무엇이든지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에 영화건 책이건 그동안 멀리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공포를 표방하고 있기는 하지만 단순히 말초적인  자극에만 그치지 않기에 아주 다행스럽게 얕은 불쾌감을 느끼지는 않아도 되었다.

작품은 히말라야에서 시작한다.

히말라야를 등반하던 아이크 일행은 악천후 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던중 어떤 동굴에 갇히게 된다. 그 동굴에서 알수없는 의문의 시체가 발견되는데, 그 의문의 시체와 함께

아이크는 절대 있을수없는 또다른 세계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가지게 된다.

그 이후 세계 각 처에서는 도저히 설명할수 없는 불가사의한 일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한다. 여러가지 의문의 사건들의 중심부에는 현대과학으로는 설명할수 없는 초현실적인 일들이 자리잡고 있다. 우주에서 가장 우월한 존재라는 절대적 오만감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닥친 현실은 그들이 그토록 맹신했던 과학과, 신의 존재를 정면으로 부인할수 밖에 없는 거대하고 강력한 존재와 부딪히게 된다.

거대한 인류 역사의 흐름속에 분명 존재하지만, 그토록 부정하고 싶어했던 존재.

바로 사탄이 현실이 되어 나타나게 된 것이다. 그 존재를 그토록 부정했던 이유는

논리적이지 못해서도 아니고, 종교에 위해되기 때문도 아닌, 그 존재를 인정하는 순간

한없이 나약해지는 우리의 모습과 거기에서 느끼게 되는 벗어날수 없는 공포감이 두려워서 이기 때문일것이다. 실재로, 사탄의 존재를 목격하고, 인정하는 순간 전 세계는 극심한 공포와 혼돈속에 빠지게 된다. 오랜시간동안 자신의 존재가 가장 뛰어나고, 생각하고 행동할수 있는 존재는 오직 인간 하나뿐이라는 오만감과 우월감이 한 순간에 무너져버리는 허무한 순간이 도래한 것이다.

이러한 공황상태의 인간세게를 구할수 있는 존재는 무엇일까?

사탄에 맞설수 있는 위대한 메시아를 모든이는 간절히 바라고 있다.

 

사탄이라는 존재는 인간들이 붙힌 식별표에 불과하다. 나와 같지 않으면 틀리다는 편리한 분류방식에 의한 붙여진 이름. 사탄. 하지만 사탄이라는 존재는 실재로는 우리 인류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어쩌면 이 땅의 진짜 주인일지도 모르는 우리와 똑같은

존재이다. 인간들은 그 들을 헤이들이라 명명한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우리와 같지 않기에 그들은 결코 우리와 동화될수 없었다. 아니 인간들은 그 들과의 동화를 결코 허용할수 없었다. 왜?  지구상에 가장 우월한 존재의 자리를 하루 아침에 내줄수는 없었으며, 끔찍한 모습을 하고 있는 그 들이 우화한 인간들의 조상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만큼 너그러운 포용심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땅 속 깊은 곳에서 오랜시간 동안 존재해 왔던 그 들.

그들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아니 어쩌면 편안하게 살아왔던 그 들을 결코 나오고 싶지 않은 땅위로 어쩔수 없이 불러들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중심에는 바로 우리 인간들의 끝없는 욕망이 자리잡고 있다.

 

땅속 깊은 곳에 살아가는 헤이들 과의 만남을 위해 아이크, 앨리, 브랜치와 같은 인물이 등장한다. 소위 말해서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인물이다.

또한 땅 속이라는 아주 매력적인 신세계를 개척하기 위해 헬리오스라는 다국적 기업이 등장한다. 땅위건 땅속이건 돈 되는 일이라면 무슨일이든 서슴치 않고 행하는 것 또한

다국적 기업을 표명한 인간들의 무시무시한 욕망의 발로이다.

인간의 무서운 욕망이 불뿜기 시작한 순간.  빼앗으려는 자와 빼앗기지 않기 위해 빼앗으려는 자 사이이 무서운 전쟁이 시작된다. 그렇게 이 책은 무시무시한 암흑세계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 한번 빠지면 다시는 나오기 힘든 깊은 수렁속으로 우리는 한발 한발 내딛게 되는 것이다.

 

마치 한편의 장대한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지하세계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잘 다루어지지 않은 세계에 대한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이 돋보이고, 등장인물들의 독특한 캐릭터 또한 신비로움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하다.

선과 악이라는 단순한 대립구조로 진행되는 듯한 단순한 형식을 띠기도 하지만,

이 책의 매력은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기 위한 몇몇 영웅을 만들어 내기에 급급한

헐리우드식 액션 영화의 진부한 형식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있다.

우리가 절대 선이라고 믿었던 것 또한 진정한 선은 아니고, 우리가 절대 악이라 증오했던 것 또한 진정한 악은 아니라는 것. 사탄을 향해 들이댔던 칼날이 다시 나에게로 돌아올수

있다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악은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지상이든 지하든 그것은 그대로 존재하는 것 그 자체가 소중한 것이다. 그것을 우리 인간의 욕심을 위해 훼손하고,간섭하게 되면 모든것은 다시 우리에게 위협적인 칼날이 되어 돌아올수 있다는 것이다. 두려움의 존재였던 지하세계가 부의 축적을 위한 또 하나의

수단으로 전락되는 순간 우리에게 다가오는 공포는 그 전의 것과는 강도가 비교되지 않을 만큼 커다랗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책을 읽는 내내 분위기가 많이 산만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인물과 사건들의 나열로 인해 이야기의 핵심사항을 자칫 놓칠뻔한 적도 있었다. 책을 다 읽은 지금도 도대체 이 이야기는 왜 나왔을까 할 정도로 산만한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 책은 아주 커다란 스케일의 잘 꾸며진 이야기임에는 틀림없다.

그다지 허무맹랑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지루하고나 진부하지도 않다.

책의 종반부에 펼쳐지는 반전또한 아주 극적이다. 천 쪽에 가까운 방대한 분량이지만

일단 책을 잡으면 그다지 지루하지 않게 읽을수 있을 만큼 가독성 또한 뛰어난 작품이다.

맛깔스러운 미스테리와 스릴러물을 접하고 싶은 이들에게 딱 어울리는 작품인듯 하다.

 

책장을 덮으며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의  결과는 인간을 얼만큼 더 추악하게 만들것인가

하는 서글픈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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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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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허삼관 매혈기

지은이 : 위화

옮긴이 : 최용만

펴낸곳 : 푸른숲 / 1999년 초판 / 342쪽




아마도 중국 소설은 처음 접해본 것 같다.

왠지 모를 벽이 있었다고 해야 할까?

아주 가까운 나라이고, 우리 네 문화와 그다지 틀리지 않은 생활권이기에 쉽게 대할수도

있겠지만, 왠지 모를 거부감으로 그동안 읽어보지도 , 읽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던게

사실이다.

특히 근,현대 작품은 그네들의 문화적 배경에 대한 전무한 지식으로 인해 더욱더

읽기가 힘들게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여러사람들의 추천사(?)를 통해 이 책을 알게 되었고, 어느 날 문득 읽고 싶다라는 생각에

주저없이 책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아 이런 작가도 있었구나 하는,

아주 즐거운 발견을 하게 되었다.

항상 새로운 작가와 새로운 작품을 알아가게 된다는 것은 정말 유쾌한 일이다.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모택동에 의한 문화대혁명이 일어나는 1960년대이다.

그 당시 문화대혁명의 의미라든지, 중국인민들의 생활 상등에 대해 자세히 알면 좋겠지만

그것에 대해 문외하다고 해서 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이 책의 전반적인 느낌은 상당히 희화적이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 중간중간 등장인물들의 엉뚱한 발언이나 , 행동들을 보고 나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뜨리고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결혼 후 아이들의 이름을 짓는 과정에서, 아내 허옥란은 분만의 고통에 빠져있을때

본인 허삼관은 분만실 밖에서 히죽댔다는 이유로 삼형제의 이름을

일락,이락,삼락이라고 지었다는 등의 내용을 보면서 이사람 참 재밌는 사람이구만

하는 생각을 하기에 충분했다.




허삼관은 엉뚱하면서도 때로는 무척이나 깍쟁이같고, 모질게 느껴지기도 한다.

자신의 첫째 아들 일락이가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고는,아내 허옥란과

아들 일락이에게 대하는 행위는 정말 저래도되는가 하는 생각이 들정도였고,

오랜 가뭄으로 인해 기아에 허덕이던 중 자신의 매혈로 인해 온가족이 오랜만의

외식을 하면서도 유독 첫째 아들 일락이만을 빼놓고 가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뭐 저런xx가 다 있냐는 말을 하기도 할 정도였다.













허삼관은 무식할줄은 모르나 정직하고 평등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다.

문화혁명의 커다란 흐름에서 자신의 아내 허옥란이 음란하다는 이유로 비판의 대상이되자

그 불똥이 자신에게 튈까봐 전전긍긍 하면서도,

하루종일 서있는 아내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통행하는 저잣거리에 그녀의 식사를 챙겨다주며, 마치 어린시절 우리네 도시락을 보듯 맨밥밑에 몰래 반찬을 숨겨다 주기도하고,

자식들 앞에서 엄마의 지난 과거를 비판하는 자리에서도,

엄마 뿐만 아니라 자신도 외도를 했음으로

엄마와 똑같이 자신도 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분연히 자식들 앞에서 내보이며

엄마를 증오한다면, 나도 마땅히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릴정도로

평등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다.




허삼관은 따뜻한 사람이다.

자신의 몸속에서 흐르고 있는 피만큼이나 따뜻한 사람이다.

자신의 몸속에서 흐로고 있는 소중한 피를, 자신이 아닌 아내와 자식들을 위해서

한없이 퍼주는,

그것이 비록 자신의 생명을 단축하는 길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어떻게 하면 한 번이라도 더 팔수 있을까 고민하는 따뜻한 사람이다.

설령 목숨을 파는 거라도 난 피를 팔아야 합니다.

저야 내일 모레면 쉰이니 세상 사는 재미는 다 누려 봤지요.

이젠 죽더라도 후회는 없다 이 말이죠.

그런데 아들 녀석은 이제 스물한 살 먹어서 사는 맛도 모르고 장가도 못 들어 봤으니

사람 노릇을 했다고 할 수 있나요.

그러니 지금 죽으면 얼마나 억울할지....







허삼관은 불쌍한 사람이다.

평생을 타인을 위해서 피를 팔아왔던 그가,

정작 자신을 위해 그 깟 돼지 간볶음 한접시와 황주 두되를 먹기위해

피를 팔려고 했을 때에는

아무도 그의 피를 필요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에게 있어 피를 팔수 없다는 것은.

단순한 매혈로 인한 수입원이 없어진 차원이 아닌,

그의 존재 가치에 대한 부정이라고도 할수있을것이다.

허삼관이 인도를 따라 걷는데 문득 참을 수 없는 억울함이 밀려왔다.

생애 처음으로 피를 못 판것이다.

집안에  일이 생길 때마다 매혈에 의지해서 문제를 해결했는데,

이제는 자신의 피를 아무도 원하지 않다니....

집에 무슨 일이 또 생기면 어떻게 하나?

허삼관은 울기 시작했다.







자신의 몸에서 피를 빼낸다는 것은

자신의 생명을 단축하는 일임이 자명할진대,

자신의 몸에서 피를 빼재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의 생명이 없어진 것으로 한탄할 수밖에 없는 이 아이러니 한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가 있을까?

평생을 자신의 매혈로만 생계를 유지해 나갈 수밖에 없었던 무능한 가장의 당연한

말로라고 결론짓기에는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




아마도 그것은 사랑일 것이다.

아버지의 사랑.

어머니의 사랑.

인간에 대한 사랑.

내 피가 빠져나간 내 몸속에는 어느덧 그들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것이다.




허허 웃으면서 책을 읽고난뒤 어느 새 벌개진 내 눈을 보며, 무심코 담배 한대를

피워문다.

내 피를 팔면 돈을 얼마나 줄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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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 1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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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바람의 화원 1,2 /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펴냄

 

팩션이라는 쟝르의 책을 읽을 때마다 궁금해 지는 것 중의 하나는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부터가

허구인가 하는 것이다.

이러한 궁금증은 잘 쓰여진 작품일수록 더욱 심하게 일어나는 듯 하다.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이라는 조선 후기의 걸출한 화가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책이야 말로 그러한

예로써 가장 적합한 책이 아닐까 싶다.

그림에 아무런 지식이 없는 나같은 사람도 단원 과 혜원의 명성은 결코 낯설지가 않다.

특별한 감식안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두 사람의 그림은 보는 순간 '아 이거 누구의 그림이다'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독특한 작품관을 가지고 있다.

또한 학창시절 배운 교과서의 영향또한 클것이다.

단원 김홍도에 대해서는 김탁환의 소설에서 먼저 접할수 있었다.

단순히 조선후기 최고의 천재 화가가 아닌, 시대를 앞서간 선구자 이자 행동가였던 그의 삶을 좀더 자세히

만나게 된 것 또한 무척 유쾌한 시간이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중의 한 가지는 책에 수록되어 있는 단원 과 혜원의 그림들이다.

총 34점의 그림들은 이미 우리에게 낯 익은 작품들도 있지만, 마치 이 책을 위해 특별히 그려진게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질 정도로 작품의 내용과 기가 막히게 융합되어 있다.

유명 화가의 그림들이 수록되어 있는 책 들을 종종 접한 적이 있다.

그림에 관한 지식이 전무한 나로써는 작품의 이해는 커녕 책의 내용과 동떨어진 듯한 심한 괴리감을 느꼈던 적이 대부분이었지만,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그 작품 한 편 한 편을  감상하는 맛 또한 일품이면서

책의 흐름에 결코 역행하지 않은채 . 이야기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각가의 그림에 따른 설명들이 자칫  전문서적처럼 딱딱하게 느껴질수도 있지만, 이 책에서는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그림에 숨어있는 절묘한 장치들까지 세세하게 설명을 하여 읽은 이로 하여금

절로 탄성을 지르게 한다. 우리의 그림이 이토록 아름답게 느껴진것이 처음이라고 말할수 있을 정도이다.

작가의 뛰어난 그림 해석 능력이 돋보인다.

 

역사적으로는 단원과 혜원에대한 언급이 아주 미비하다고 한다.

달랑 2줄 밖에 언급되지 않은 글과, 두 천재화가의 그림만을 가지고 이렇게 멋들어진 작품을 만들어 냃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작품속에 등장하는 천재 만큼이나 이정명이라는 작가의 상상력도 결코 뒤 떨어지지

않는 천재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스승과 제자, 화가대 화가, 인간대 인간이라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이 책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함으로써 잠시도 한눈을 팔지 못하게 하는 묘한 긴장감을 주고 있다.

한 편의 그림이 등장하면 또 한번의 반전이 일어날 정도로 잘 짜 맞추어진 아주 탄탄한 작품이다.

더불어 단원과 혜원의 그림을 비교하면서 볼수 있는 재미또한 이 책의 흥미를 배가 시켰고,

가독성 뿐만 아니라,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수작(秀作)이라고 할수 있다.

다만, 초판 본이라는 특수성으로는 결코 애교로 넘길수 없는 많은 오,탈자가 있는 것이 조금은 아쉬운 점

이었다.

마치 김홍도의 씨름이라는 그림에 나타난 작은 오류처럼 ^^

 

 

- 책에서

홍도

"그린다는 것은 무엇이냐?"

 

윤복

"그린다는 것은 그리워하는 것입니다. 그리움은 그림이 되고, 그림은 그리움을 부르지요.

문득 얼굴 그림을 보면 그 사람이 그립고, 산 그림을 보면 그 산이 그리운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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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
최인호 지음, 김점선 그림 / 열림원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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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꽃밭 / 최인호 지음 , 김점선 그림 / 열림원 펴냄

 

작가도 이 책에서 이야기하듯 우리문단에서 최인호 만큼 다작을 하는 작가도 드물것이다.

또한 다작에 걸맞게 소위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른 작품도 무척이나 많은 , 한마디로 이 시대의 가장

잘나가는 작가중의 한명이라고 할수 있다.

대중성과 예술성이라는 끊임없는 논쟁은 차치하고, 오랜시간동안 꾸준한 집필과, 끊임없는 사랑은

작가의 뛰어난 능력이라는데에는 이견이 없지 않을까?

그런 중견작가의 신작 수필집을 설레이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넘겨본다.

분홍색의 표지가 책의 제목과 잘 어울리다는 첫 느낌이, 이 책의 전체적인 느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꽃밭이라는 평범하고, 단순한 제목하에 펼쳐지는 작가의 단상들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이 책의 많은 부분은 저자의 부인에 대한 끊임없는 예찬론으로 이루어져 있다.

연애시절부터 중년의 나이를 넘어 황혼기에 접어든 지금까지 무뚝뚝한 자신을 열심히 보듬어준 아내에 대한

예찬은 사랑이라는 이름을 넘어, 가히 팔불출의 경지에 까지 오를정도이다.

물론  아내에 대한 거침없는 사랑과 자랑은 결국 자신에 대한 자랑일수 밖에 없다. 고로 이 책은 작가 자신에 대한 엄청난 자랑을 늘어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부러울 뿐이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서로의 존재에 대해 아껴주고 사랑할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동안의 삶은

충분히 보상받을수 있는 , 아니 그 존재가치의 우수성을 증명할수 있는 것이다.

우리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대한 원망은 곧 자기 자신에대한 원망이요, 한탄은 아닐지?

그동안 내가 살아온 방법에 대한 후회는 아닐까?

 

꽃밭이라는 제목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꽃밭이라는 말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아름다움과 그윽한 향을 상상할수있다.

과연 우리가 아름답다라고 말하는 꽃밭은 그 곳에 피어있는 꽃의 빼어난 자태와, 감미로운 향기 때문만일까? 만발해 있는 오색찬란한 꽃잎의 물결과, 그 곳을 찾아드는 벌과 나비들의 모습만을 보고 우리는 아름답다고 하는 것일까?

우리가 꽃밭이라고 부르는 곳에는, 아름다운 꽃과 나비들만이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곳에는 보는 것 만으로도 기분좋아지는 아름다운 꽃뿐만 아니라, 스쳐지나가다 상처가 날수 있는

날카로운 가시도 존재하고, 볼품없고 이름조차 알수없는 수 많은 야생초들도 존재한다.

영롱한 날개짓을 뽐내는 벌과 나비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꽃잎에 붙어 기생하는 이름모를 작은 곤충들

또한 무수히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런 모든 이름모를 것들을 아울러서 우리는 꽃밭이라고 부르는 것이며, 이러한 전체를 우리는 사랑하는 것이다.

최인호의 꽃밭은 그러하다.

아니 , 인생이라는 우리네 삶의  꽃밭또한 같은 이치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 우리는 그의 아름답고, 좋은 모습만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개나리, 진달래를 사랑한다는 것은 봄철 만발해 있는 그 순간의 아름다움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추운 겨울 앙상하게 떨고 있는 그들의 초라한 모습까지도 아울러 사랑하듯, 그 사람의 암울했던 과거와

초라해질지도 모르는 미래의 모습조차도 아울러 사랑하는 것이다.

아니, 그런것만이 진정한 사랑이요, 꽃밭을 사랑할수 있고, 꽃을 감상할 자격이 있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과, 수많은 가치관, 서로 다른 종교관등 같지 않은 꽃들이 어울려서 살아가는 인생이라는

넓다란 꽃밭을 잘 가꾸어 가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누구나 다 공평하게 따사로운 햇살을 느낄수 있고, 같은 양의 비를 맞이할 권리가 있다.

내가 조금더 키가 크다고 해서, 이 모든 공평한 권리를 나 혼자만의 특권으로 향유할 수는 없는 법이다.

작은 키로 나의 그림자에 가리워 조각만한 햇살밖에 느낄수 없는 이름모를 풀들이 있다면, 옆으로 한뼘쯤

양보해 줄수 있는 넉넉한 마음이 필요할 때이다.

그것이 최인호의 꽃밭이요 , 우리들 각자가 가꾸어 갈 아름다운 꽃밭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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