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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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하필 아몬드일까. 호두일수도, 땅콩 일수도 있는 그것은 모두에게나 있다. 이 책을 읽고 내가 감성적인 사람인지 그렇지 않은 사람인지 헷갈려졌다. 읽는 도중에는 그렇게나 감정이 꽃폈는데, 읽고 약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나도 오히려 주인공 같은 사람일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벚꽃이 폈고, 비가 내리고, 친구랑 웃고 떠들었지만 뭐. 그닥.

   손원평 작가의 첫 작품이 맞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최근 편혜영 작가의 재와 빨강을 읽고 온갖 회색을 찾다가 이 작품을 읽고 봄을 함께 맞은 기분이다. 제목의 무심한 글씨체와 무심한 이 눈빛. 내가 이런 눈빛을 가지고 있다면 벚꽃의 피어남과 비가 내려 벚꽃강을 만드는 장면들을 더 세세하게 기억할 수 있을까.

   감정은 무언가에 기인해서 일어났다. 어떤 때는 음악으로, 냄새로, 바람으로 기억해 감정을 솟아오르게 한다. 아몬드가 내 마음의 이곳, 저곳을 찔러 그것들을 숨겨놓고 한 번쯤 그것들과 놀이를 하나보다.

나에게 책은 모든 감정의 스승이다. 책 모서리로 꾹 눌러쓴 그것들 중 아직 떠도는 책장들도 많고, 이제 새것으로 바꿔야 할 것들도 많다. <아몬드>는 청산별곡을 풀어주는 국어선생님같이 감정들의 골목을 가르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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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출신입니다만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인호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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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고등학생이 되는 내 동생의 동생들은 이제 문과 이를 탈피해서 최종보스인 융합과를 진학하게 될 것인데 아직까지 문과와 이과를 나누는 기준은 우리의 설움 때문인가.

나는 문과 학생이다. 하지만 지구과학을 사랑하고 화학이 재미있고 물리는 어렵다. 하지만 나는 문과다. 세상을 흑과 백으로 나누듯 모든 인간을 문과 혹은 이과로 나누는 행태는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럼 독일에 소시지 학교 학생들은 돼지고기와 소고기의 비율을 맞추는 데서 이과라고 해야 하나, 역사와 철학을 가진 가업을 물려받는 사명을 가지고 있음에 문과라고 봐야 하나.

하지만 문송하고(문과라서 죄송하다), 사랑을 공식으로 푸는 데에 이과를 기계화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가 되었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넘쳐난다. 문과와 이과간의 교집합이 많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들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각자의 빈 부분을 가지고 있는 서로를 질투하는 것이 아닐까.

문송은 내가 대학입시를 준비할 즈음 등장했던 것 같다.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이과의 특성이 무조건적인 미래의 보장을 보여주는 듯 했다. 그들은 어떤 과를 가도 회사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고, 문과인 우리는 일단 답이 없다.”부터 출발했다. 마치 지금의 길로 죽을 때 까지 걸어야만 할 것 같았다.

내가 본 사회의 맛보기는 문과는 문과답지 않아야했고, 이과는 이과답지 않아야했다. 이 책에서 나오는 열다섯의 사람들은 이과생지만 문과스러움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성공했다. 이 책에는 없지만 성공한 다수의 문과생들도 이과스러움을 많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수학과 과학이 싫어서 문과로 진학한 사람들도 과학적 현상이나 주식할 때 통계의 수학을 공부할 것이다. 그리고 문학과 철학, 사회가 싫어서 이과인 사람들도 여자 친구의 숨겨진 문맥상 말을 알아야 할 것이고, 기계가 되지 않기 위해 책을 읽고 신문을 봐야할 것이다.

<문과출신입니다만>은 문과를 위로해주기는 한다만, 문과가 가진 부족함 또한 역설하였다. 사실 어떤 과 출신이든 한 분야를 정통한다면 이과의 경쟁우위를 무시할 수 있지 않을까. 좋아하던 지구과학2 수업을 들었다면 이과로 진학했을까?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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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살아있다
이석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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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를 입지 않는 자가 피해를 입은 자와 똑같이 분노할 때 정의가 실현된다.” 여러 장면에서 볼 수 있는 솔론의 말은 헌법과 가장 어울리는 말일 것이다. 너와 나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사회가 될 수 있음을 믿고 이석연 변호사가 말하는 숨 쉬고 있는 헌법을 맞이하였다.

   비장해 보이는 고딕 굵은체와 한자로 쓰인 대한민국헌법은 마치 이 책이 사법고시 책처럼 두껍고 글씨체가 개미만할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큰 글씨에 짧고 많은 소단원으로 주제를 명확하게 인지하며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1장은 고등학교 법과정치 과목 1단원처럼 기본적인 내용을 다루었다. 하지만 행복추구권, 저항권, 헌법 전문 등에 대해 교과서적이지 않은 현실적 의미를 들을 수 있었다.

   2장은 웃으면서 읽을 수는 없었다. 그 누군가는 알려줬을 법하지만 아직 그 움직임의 낌새를 느낄 수 없어서 웃음을 지을 수 없었다. 이석연 변호사가 말하는 개헌에 꼭 포함되어야 할 10대 핵심이 지금 당장 이루어 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늘 찜찜했던 헌법의 큰 구멍들을 간단하게나마 제대로 볼 수 있었다.

   3장의 10대 위헌결정의 과정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중 이해는 가지만 안타까운 결정들도 있었지만, 일반인이고 뉴스 타이틀만 보던 학생도 이해할 수 있게 간단명료하였다. 10대 위헌결정으로 끝이 아니라 그 마무리 단계와 위헌결정에 따른 다른 피해상황들을 대비한 정책들의 필요성도 빠지지 않았다.

   법을 임하는 나의 자세는 각종 언론에서 보도하는 사건에 따라 저돌적이기도, 온화하기도 하다. 같이 뉴스를 시청하는 부모님의 말씀도 한 몫 할 것이다.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세부적인 법에 대해서는 알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서로가 알아야 할, 현재에 대한 헌법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 나에게 큰 방패가 될 것이다.

 

#헌법 #개헌 #위헌 #헌법재판 #와이즈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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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3 1호 - 2017년 1호, 창간호
문학3 기획위원회 지음 / 창비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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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예쁜 글씨체를 본 적이 있었나.

 

문학을 단순히 '읽기''쓰기'가 아닌 '하기'의 방식으로 사유되어야 함을 말하고,

문학지, 문학웹, 문학몹이라는 세 형태의 문학플랫폼을 만든다는 것에 어떤 그림을 그릴지 궁금해 20171호 책을 펼쳐보았다.

 

문학지를 잘 읽지 않아서 어떻게 읽어야 할 지 고민되어 읽기 쉬운 시와 단편 부분부터 시작했다. 우선, 글씨체나 글씨크기 부터 바뀌어 <창작과비평> 과는 다르게 문학을 더 부각시키는 느낌이었다.

그 중에서 김세희 작가님의 <드림팀>이 여운에 남았다. 내가 곧 마주할 "사회"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이런 글을 마주할 때마다 심장이 두근댄다.

'문학 삶'이라고 잘못 읽혀지기를 원한다는 [문학3]은 천천히 읽고 싶은 문학지다. 이 것을 문학지라고 말하기 보다 차라리 책이라고 읽고 싶지만 서로의 소통이 화알짝 열여있는 것에 더 가치를 부여하고 싶다.

내가 가지고 있는 어떤 시집들보다 이 문학지의 글씨체가 가장 이쁘다.

계속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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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으로 협상하라 -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궁극의 하버드 협상 전략
디팩 맬호트라 지음, 오지연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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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년의 삶을 살아오며 내게 가장 큰 협상은 한 살 터울인 언니와의 집안 청소 분담에 대해서 이다. 평소 생활습관이 매우 다른 우리는 항상 반복되는 집안일을 가지고 매일 누가, 어떤 청소를, 언제, 얼마나 더 하느냐에 대해 신경전을 벌인다.

언니는 그렇다. 방이 어질러져 있으면 보이는 즉시 정리를 하고, 쓰레기통이 채워져 있으면 바로 비우고, 신발장에 신발이 널브러져 있으면 곧장 신발장에 집어넣는다.

반면, 나는 그렇다. 집이 항상 깨끗할 필요가 없다. 싱크대에 접시 몇 개 있다고 해서 당장 설거지 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바닥에 머리카락 몇 가닥 치우지 않는다고 해서 집이 난장판 될 일은 없다.

하지만 그녀의 잔소리는 우리를 근본 없는 협상의 장에 놓이게 한다. ‘내가 설거지를 했으니, 네가 청소기를 돌려라.’ 이 간단한 협상이 내게 끈질긴 잔소리로 들리는 것은 바로 언니의 막무가내식 협상때문이다. 그녀가 자발적으로 청소를 하게끔 최저임금을 건넬 돈 없이 빈손으로 협상을 시도한 나는 한 가지 부탁을 했다. ‘, 이 책 세 페이지만 읽어라. 우리의 이 지긋한 눈치싸움을 끝낼 수 있다.’ ‘빈손으로 협상하라제목을 본 언니는 벌써 낌새를 알아차렸는지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고는 내가 간곡히 말하고 싶었던 구절을 향해 책을 펼쳤다.

합의의 모양새에 관심을 기울여라. 제안한 내용뿐만 아니라 그 제안이 협상 상대와 그들의 청중에게 어떻게 비치느냐가 중요하다.”

공감은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에 관한 선택지를 넓혀 준다. 상대의 관점을 더 잘 이해할수록 해결책을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사실 이 책을 모두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이 책의 본질은 결국 협상에 대한 태도만 잘 성립한다면 협상의 쟁점을 둘러싼 많은 당사자들이 수긍할만한 이야기들이었기 때문에 나는 언니에게 팩트폭력 대신 우아한 공격을 선사한 셈이다. 언니는 몇 장 더 읽어보더니, ‘오케이. 그럼 이제부터 좋은 말 할 때 잘 알아들어라.’ 하고는 변화의 여지를 주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언니는 난 네가 잘 때 설거지 다 했으니까 청소기 돌려.’라고 말했다. 여전한 그녀의 모습에서 협상은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험난한 여정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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