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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출신입니다만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인호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이제 고등학생이 되는 내 동생의 동생들은 이제 문과 이를 탈피해서 최종보스인 융합과를 진학하게 될 것인데 아직까지 문과와 이과를 나누는 기준은 우리의 설움 때문인가.
나는 문과 학생이다. 하지만 지구과학을 사랑하고 화학이 재미있고 물리는 어렵다. 하지만 나는 문과다. 세상을 흑과 백으로 나누듯 모든 인간을 문과 혹은 이과로 나누는 행태는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럼 독일에 소시지 학교 학생들은 돼지고기와 소고기의 비율을 맞추는 데서 이과라고 해야 하나, 역사와 철학을 가진 가업을 물려받는 사명을 가지고 있음에 문과라고 봐야 하나.
하지만 “문송”하고(문과라서 죄송하다), 사랑을 공식으로 푸는 데에 이과를 기계화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가 되었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넘쳐난다. 문과와 이과간의 교집합이 많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들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각자의 빈 부분을 가지고 있는 서로를 질투하는 것이 아닐까.
“문송”은 내가 대학입시를 준비할 즈음 등장했던 것 같다.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이과의 특성이 무조건적인 미래의 보장을 보여주는 듯 했다. 그들은 어떤 과를 가도 회사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고, 문과인 우리는 일단 “답이 없다.”부터 출발했다. 마치 지금의 길로 죽을 때 까지 걸어야만 할 것 같았다.
내가 본 사회의 맛보기는 문과는 문과답지 않아야했고, 이과는 이과답지 않아야했다. 이 책에서 나오는 열다섯의 사람들은 이과생지만 문과스러움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성공했다. 이 책에는 없지만 성공한 다수의 문과생들도 이과스러움을 많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수학과 과학이 싫어서 문과로 진학한 사람들도 과학적 현상이나 주식할 때 통계의 수학을 공부할 것이다. 그리고 문학과 철학, 사회가 싫어서 이과인 사람들도 여자 친구의 숨겨진 문맥상 말을 알아야 할 것이고, 기계가 되지 않기 위해 책을 읽고 신문을 봐야할 것이다.
<문과출신입니다만>은 문과를 위로해주기는 한다만, 문과가 가진 부족함 또한 역설하였다. 사실 어떤 과 출신이든 한 분야를 정통한다면 이과의 경쟁우위를 무시할 수 있지 않을까. 좋아하던 지구과학2 수업을 들었다면 이과로 진학했을까? 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