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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new 시리즈 4
The School Of Life 지음, 구미화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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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생각하던 사랑은 보석이 아니다. 마치 사랑을 고귀하고 영원한 보석처럼 말한 낭만주의 애정관에 사로잡힌 우리들은 스스로를 불쌍히 여길 필요가 있다.

 

고전주의 애정관을 맹신하는 것은 어쩌면 사회에서 비난받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이것에 대해 알고 있다. 다만 사랑이라는 보석에 눈이 먼 것 일뿐.

 

"사랑하는 사람끼리 서로에게 불편한 진실을 알려준다고 해서 사랑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랑에 매우 충실한 무언가를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서로를 더 사랑스러운 존재로 만들려는 노력이다."

 

우리는 이러한 고전주의 애정관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것에는 수용하기 힘든 진실 또한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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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트레일스 - 길에서 찾은 생명, 문화, 역사, 과학의 기록
로버트 무어 지음, 전소영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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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무어: spaceman- 반짝거리는 초경량 하이킹 장비가 우주인을 연상시킴.

동료 스루하이커가 붙여준 그의 별명. 그는 마치 우주인처럼 지구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휘갈긴 글씨 같은 이 끝없는 길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한다. 이 길은 누가 만들었을까? 왜 생겼을까? 아니, 길 자체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p.9

트레일은 동물 개체들이 공통의 목표에 이르기 위해 무리를 지어 단합할 때 형성된다.

그런 이유에서 동물의 세계에서 가장 인상적인 트레일은 대개 능숙하게 무리 지을 수 있는 코끼리, 들소 등 대형 포유류 무리에서 발견된다.

만약 인류가 멸망한다면, 만 년 후 언젠가 어떤 생물이 여기 다시 와서 이 콘크리트 다리의 잔해를 보겠지요. 그러니 우리는 모든 동물 중에서도 가장 파괴적인 트레일을 남기는 셈 아닐까요. p.224

그는 길에서 시작한 물음을 통해 지구상 최초의 동물 형태로 알려진 에디아카라 생물군 추적,

개미의 페로몬, 코끼리의 지형학적 천재성, 체로키족의 역사와 정체성, 인터넷의 방대한 야생 같은 네트워크 등을 설명한다.

그리고 그는 줄곧 트레일로 돌아오는 삶에 대해 답한다. 하이킹 할 때 길이 갑자기 동쪽이나 서쪽으로 급하게 꺾여 있으면 나 역시 흰개미처럼 잔인한 제자리돌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되곤 했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길은 특히 암울한 형태의 결정론이다.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어떤 일이든지 할 수 있지만, 결국 자연이 이미 정해준 길로 항상 돌아오게 되어 있다.”-괴테 p.22

그리고 그는 왜 하이킹을 하느냐는 질문에 답한다.

무엇보다도 나는 우리 하이커들이 단순함을 위해, 즉 복잡다단한 길들로 나누어지는 문명의 정원에서 탈출하기 위해 하이킹을 한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런 덜어냄이 걷는 행위를 그토록 자유롭게 느껴지게 만든다. 걷기를 통해 우리는 없음을 더 많이 얻는다.” p.428

이 책은 순례자”, 혹은 월든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삶을 이야기 하지만, 또한 인간과 자연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는 자신을 그저 길을 걷는 사람이라고 표현하지만, 그는 이제까지 모든 사람이 걸었던, 지구의 길을 걸었다. 나는 그의 길을 따라갈 수 없다. 그렇지만 이 책은

앉아있는 사람에게 걷는 사람을, 걷는 사람에게 모든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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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은 아니지만 살 만한 - 북아일랜드 캠프힐에서 보낸 아날로그 라이프 365일
송은정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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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 뜨거운 여름을 지나고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찾아온 이 책은 드물게 바쁜 나에게 휴식이 되어주었다. 어떤 상황에 대입해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보다 더 큰 마음의 안정이 되었다.

   한창 이병률 작가의 책이나 기타 유럽 기행들에 미쳐 읽었던 때가 있었다. 한 여름 소나기와 같이 한 분야의 책을 6권쯤 읽으면 잠시 독서에 휴식을 취하다, 다음 분야로 넘어가기를 반복한다. 메말라있던 여행 욕구와 일기 감성을 이 책이 찾아주지 않을까. 기대를 해보았다.

 

 

   개강을 했다. 개강 증후군처럼 개강의 분위기가 싫어 더욱 고개를 숙인 채 등교를 하게 된다. 이 책이 그런 행동에 어떤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지만, 가방 안에 담긴 초록 표지에 내가 해야 할 것이 있다는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나의 쓸모를 찾으려 이리저리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마 끝날 때까지 그 쓸모는 찾지 못할 수 있다.

 

   낮에 쓰는 일기. 나에게 일기의 제 역할을 할 때는 낮일 때뿐이다. 내가 해야 할 일, 어제 했던 일, 하고 있는 일, 미래에 하고 싶은 일 등을 써 내려가는 일은 치솟는 감정을 갈무리해준다. 어제는 백화점에서 손수건을 새로 하나 샀다. 예뻤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고, 힙한 카페를 가서 수다를 떨었다. 맛있는 저녁을 먹었고, 다가올 월요일은 수업이 오후 수업 하나였다. 여름보다 훨씬 나아진 날씨에 도서관에 에어컨이 틀어지지 않았다. 좋았다. 나빴다. 소란스러움이 싫었다. 좋았다

 

   “지난 1년 동안, 수많은 일들이 일어났지만 결국 우리는 여전히 우리라는 것. 나는 변해서 다시 내가 된다는 것.”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변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나를 괴롭혀왔다. 나는 변해서 내가 됨을 이제야 깨달았다.

어쩌면 천적 없는 새가 되고 싶을지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서울의 공기가 반갑기도 하다. 마음속에 숲과 도시가 공존해 꽉 차있다. 배가 터져버릴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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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와 사우나만 있으면 살 만합니다 - 하루하루 즐거운 인생을 위한 사소하지만 절대적인 두 가지 기준
사이토 다카시 지음, 김윤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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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두와 사우나만 있으면 살 만한 작가처럼 요즘 새로 산 린넨 바지와 일본 다이소에서 산 손바닥만 한 팬더 수첩으로 살 만해지고 있다. 새로 산 린넨 셔츠는, 두 개는, 생각보다 많이 밝아 같이 입으려고 산 린넨 바지와 입으면 흡사 하늘에서 내려오신 분 같아진다. 그래서 조금 슬프다.

 

 

   사이토 다카시 작가의 책들 중 <혼자 있는 시간의 힘>, <3으로 생각하라>, 그리고 이 책으로 3권을 내리 읽었다. 교육학자이자 교수님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는 분이지만 그가 사는 방식은 나에게 맞지 않다. 애석하게도 읽은 세 권의 책들이 자기계발서와 비슷해서 겹치는 부분이 없지 않겠지만, 사이토 다카시 교수님과의 대화는 한 번도 상대해 본적이 없는 형태여서 무척 난감했다. 그는 불혹의 나이를 불혹의 이름처럼 살아가는 분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새로 생긴 바에 앉아 젊은이와 수다를 떠는 분도 아니었다.

 

   <효리네 민박>에서 이효리의 고민들과 함께 어록이 많이 탄생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요가와 차에 기대는 그녀를 보며 그것이 행복이라는 아슬아슬한 것을 잡는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만두와 사우나, 요가와 차 사이에서 린넨 바지와 팬더 수첩은 조금 초라한 시작이다. 그래도 상반기, 하반기에 두 가지씩 살 만한 것들이 생긴다면 어떠한 지점에 닿지 않을까.

 

   이 책에서도 코앞의 행복을 잡는 법, 까마득한 행복을 잡는 법, 사회의 제약을 받아들이는 법, 그 제약의 타당성과 비합리성 등을 말한다. 그와 같은 살아가는 방법을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이 책을 추천한다. 그렇지 않다면, <효리네 민박>이나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 편>을 정주행하기를 추천하고 싶다. 책을 좋아하고 그것을 머릿속에서 그리는 것을 아주 좋아하지만 가끔은 눈에 보이는 사랑이 사랑을 말하기도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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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정중할 것 - 과거, 상처, 인간관계, 스트레스로부터 온전히 나를 지키는 지혜
호르스트 코넨 지음, 한희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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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일본 여행을 다녀오고 느낀 것 중 큰 것은 식당 직원과 손님과의 관계이다. 한국의 모든 알바생들을 내가 대변할 수 없듯이 내가 가본 일본 식당들이 모든 일본의 식당을 대변하지 못할 것이지만, 알바생과 손님의 관계는 직장 동료의 동료와 같았다.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 대 사람으로의 정중함을 가지고 대하되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에 서로 조심하려고 한다. 간단히 말하면 서로 존중한다. 한국의 직원과 손님과의 관계는 한국의 보편적 인간성과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개선되어야한다.

 

   서로에게 정중한 것은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나에게 무한히 정중하고 싶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기대하는 정중의 정도가 다소 높아 혼자 벽을 치는 일이 많았다.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었고 그동안 잘 살았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화가 다른 부분에도 미쳤기 때문에 방식의 보수 작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나는 한국의 알바 인권이 바닥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겪었던 무례함과 비인간적인 상황은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이후로도 계속해서 머리에서 맴돌고 있다. 1년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화는 약 10년간 모아두었던 화보다 더 깊고 진하게 남았다. 가장 큰 스트레스를 안겨준 세 모녀를 당장이라도 찾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기자 더욱더 치유하는 시간의 필요성을 느꼈다.




   알쓸신잡의 김영하 작가의 노트와 이탈리아식 낙천주의에 영감을 받아 내가 기쁜 순간들을 적어두려고 작은 노트와 주머니달린 셔츠를 구입해버렸다. 책의 뒷부분에 나오는 가볍게 소유하는 습관과 상충할 수 있지만 나는 벌써부터 행복해졌다.


아름답고 마음을 기쁘게 하는 것을 무신경하게 지나치지 않는 것이 행복을 부르는 비결이다.”

 

   한 때 티tea에 꽂혀 아침마다 나만의 의식처럼 10분씩 아무생각 않고 차가 알맞게 식어가기를 기다렸었다. 그 작은 10분으로 하루가 길어졌었던 것 같아 이제 자기 전에 끓여놓고 밤새 식혀, 아침에는 얼음을 넣어 차갑게 식기를 기다리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책에서 나오는 모든 방법을 한꺼번에 몰아하기 보다 차를 마시며 오늘은 어떤 마음 미션을 시도해볼까 하며 하나하나 익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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