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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트레일스 - 길에서 찾은 생명, 문화, 역사, 과학의 기록
로버트 무어 지음, 전소영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로버트 무어: spaceman- 반짝거리는 초경량 하이킹 장비가 우주인을 연상시킴.
동료 스루하이커가 붙여준 그의 별명. 그는 마치 우주인처럼 지구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휘갈긴 글씨 같은 이 끝없는 길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한다. 이 길은 누가 만들었을까? 왜 생겼을까? 아니, 길 자체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p.9
트레일은 동물 개체들이 공통의 목표에 이르기 위해 무리를 지어 단합할 때 형성된다.
그런 이유에서 동물의 세계에서 가장 인상적인 트레일은 대개 능숙하게 무리 지을 수 있는 코끼리, 들소 등 대형 포유류 무리에서 발견된다.
만약 인류가 멸망한다면, 만 년 후 언젠가 어떤 생물이 여기 다시 와서 이 콘크리트 다리의 잔해를 보겠지요. 그러니 우리는 모든 동물 중에서도 가장 파괴적인 트레일을 남기는 셈 아닐까요. p.224
그는 길에서 시작한 물음을 통해 지구상 최초의 동물 형태로 알려진 에디아카라 생물군 추적,
개미의 페로몬, 코끼리의 지형학적 천재성, 체로키족의 역사와 정체성, 인터넷의 방대한 야생 같은 네트워크 등을 설명한다.
그리고 그는 줄곧 트레일로 돌아오는 삶에 대해 답한다. 하이킹 할 때 길이 갑자기 동쪽이나 서쪽으로 급하게 꺾여 있으면 나 역시 흰개미처럼 잔인한 제자리돌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되곤 했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길은 특히 암울한 형태의 결정론이다.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어떤 일이든지 할 수 있지만, 결국 자연이 이미 정해준 길로 항상 돌아오게 되어 있다.”-괴테 p.22
그리고 그는 왜 하이킹을 하느냐는 질문에 답한다.
무엇보다도 나는 우리 하이커들이 단순함을 위해, 즉 복잡다단한 길들로 나누어지는 문명의 정원에서 탈출하기 위해 하이킹을 한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런 덜어냄이 걷는 행위를 그토록 자유롭게 느껴지게 만든다. 걷기를 통해 우리는 ‘없음’을 더 많이 얻는다.” p.428
이 책은 “순례자”, 혹은 “월든”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삶을 이야기 하지만, 또한 인간과 자연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는 자신을 그저 길을 걷는 사람이라고 표현하지만, 그는 이제까지 모든 사람이 걸었던, 지구의 길을 걸었다. 나는 그의 길을 따라갈 수 없다. 그렇지만 이 책은
앉아있는 사람에게 걷는 사람을, 걷는 사람에게 모든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