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으로 협상하라 -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궁극의 하버드 협상 전략
디팩 맬호트라 지음, 오지연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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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1년의 삶을 살아오며 내게 가장 큰 협상은 한 살 터울인 언니와의 집안 청소 분담에 대해서 이다. 평소 생활습관이 매우 다른 우리는 항상 반복되는 집안일을 가지고 매일 누가, 어떤 청소를, 언제, 얼마나 더 하느냐에 대해 신경전을 벌인다.

언니는 그렇다. 방이 어질러져 있으면 보이는 즉시 정리를 하고, 쓰레기통이 채워져 있으면 바로 비우고, 신발장에 신발이 널브러져 있으면 곧장 신발장에 집어넣는다.

반면, 나는 그렇다. 집이 항상 깨끗할 필요가 없다. 싱크대에 접시 몇 개 있다고 해서 당장 설거지 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바닥에 머리카락 몇 가닥 치우지 않는다고 해서 집이 난장판 될 일은 없다.

하지만 그녀의 잔소리는 우리를 근본 없는 협상의 장에 놓이게 한다. ‘내가 설거지를 했으니, 네가 청소기를 돌려라.’ 이 간단한 협상이 내게 끈질긴 잔소리로 들리는 것은 바로 언니의 막무가내식 협상때문이다. 그녀가 자발적으로 청소를 하게끔 최저임금을 건넬 돈 없이 빈손으로 협상을 시도한 나는 한 가지 부탁을 했다. ‘, 이 책 세 페이지만 읽어라. 우리의 이 지긋한 눈치싸움을 끝낼 수 있다.’ ‘빈손으로 협상하라제목을 본 언니는 벌써 낌새를 알아차렸는지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고는 내가 간곡히 말하고 싶었던 구절을 향해 책을 펼쳤다.

합의의 모양새에 관심을 기울여라. 제안한 내용뿐만 아니라 그 제안이 협상 상대와 그들의 청중에게 어떻게 비치느냐가 중요하다.”

공감은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에 관한 선택지를 넓혀 준다. 상대의 관점을 더 잘 이해할수록 해결책을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사실 이 책을 모두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이 책의 본질은 결국 협상에 대한 태도만 잘 성립한다면 협상의 쟁점을 둘러싼 많은 당사자들이 수긍할만한 이야기들이었기 때문에 나는 언니에게 팩트폭력 대신 우아한 공격을 선사한 셈이다. 언니는 몇 장 더 읽어보더니, ‘오케이. 그럼 이제부터 좋은 말 할 때 잘 알아들어라.’ 하고는 변화의 여지를 주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언니는 난 네가 잘 때 설거지 다 했으니까 청소기 돌려.’라고 말했다. 여전한 그녀의 모습에서 협상은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험난한 여정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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