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은 아니지만 살 만한 - 북아일랜드 캠프힐에서 보낸 아날로그 라이프 365일
송은정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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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 뜨거운 여름을 지나고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찾아온 이 책은 드물게 바쁜 나에게 휴식이 되어주었다. 어떤 상황에 대입해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보다 더 큰 마음의 안정이 되었다.

   한창 이병률 작가의 책이나 기타 유럽 기행들에 미쳐 읽었던 때가 있었다. 한 여름 소나기와 같이 한 분야의 책을 6권쯤 읽으면 잠시 독서에 휴식을 취하다, 다음 분야로 넘어가기를 반복한다. 메말라있던 여행 욕구와 일기 감성을 이 책이 찾아주지 않을까. 기대를 해보았다.

 

 

   개강을 했다. 개강 증후군처럼 개강의 분위기가 싫어 더욱 고개를 숙인 채 등교를 하게 된다. 이 책이 그런 행동에 어떤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지만, 가방 안에 담긴 초록 표지에 내가 해야 할 것이 있다는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나의 쓸모를 찾으려 이리저리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마 끝날 때까지 그 쓸모는 찾지 못할 수 있다.

 

   낮에 쓰는 일기. 나에게 일기의 제 역할을 할 때는 낮일 때뿐이다. 내가 해야 할 일, 어제 했던 일, 하고 있는 일, 미래에 하고 싶은 일 등을 써 내려가는 일은 치솟는 감정을 갈무리해준다. 어제는 백화점에서 손수건을 새로 하나 샀다. 예뻤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고, 힙한 카페를 가서 수다를 떨었다. 맛있는 저녁을 먹었고, 다가올 월요일은 수업이 오후 수업 하나였다. 여름보다 훨씬 나아진 날씨에 도서관에 에어컨이 틀어지지 않았다. 좋았다. 나빴다. 소란스러움이 싫었다. 좋았다

 

   “지난 1년 동안, 수많은 일들이 일어났지만 결국 우리는 여전히 우리라는 것. 나는 변해서 다시 내가 된다는 것.”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변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나를 괴롭혀왔다. 나는 변해서 내가 됨을 이제야 깨달았다.

어쩌면 천적 없는 새가 되고 싶을지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서울의 공기가 반갑기도 하다. 마음속에 숲과 도시가 공존해 꽉 차있다. 배가 터져버릴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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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와 사우나만 있으면 살 만합니다 - 하루하루 즐거운 인생을 위한 사소하지만 절대적인 두 가지 기준
사이토 다카시 지음, 김윤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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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두와 사우나만 있으면 살 만한 작가처럼 요즘 새로 산 린넨 바지와 일본 다이소에서 산 손바닥만 한 팬더 수첩으로 살 만해지고 있다. 새로 산 린넨 셔츠는, 두 개는, 생각보다 많이 밝아 같이 입으려고 산 린넨 바지와 입으면 흡사 하늘에서 내려오신 분 같아진다. 그래서 조금 슬프다.

 

 

   사이토 다카시 작가의 책들 중 <혼자 있는 시간의 힘>, <3으로 생각하라>, 그리고 이 책으로 3권을 내리 읽었다. 교육학자이자 교수님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는 분이지만 그가 사는 방식은 나에게 맞지 않다. 애석하게도 읽은 세 권의 책들이 자기계발서와 비슷해서 겹치는 부분이 없지 않겠지만, 사이토 다카시 교수님과의 대화는 한 번도 상대해 본적이 없는 형태여서 무척 난감했다. 그는 불혹의 나이를 불혹의 이름처럼 살아가는 분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새로 생긴 바에 앉아 젊은이와 수다를 떠는 분도 아니었다.

 

   <효리네 민박>에서 이효리의 고민들과 함께 어록이 많이 탄생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요가와 차에 기대는 그녀를 보며 그것이 행복이라는 아슬아슬한 것을 잡는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만두와 사우나, 요가와 차 사이에서 린넨 바지와 팬더 수첩은 조금 초라한 시작이다. 그래도 상반기, 하반기에 두 가지씩 살 만한 것들이 생긴다면 어떠한 지점에 닿지 않을까.

 

   이 책에서도 코앞의 행복을 잡는 법, 까마득한 행복을 잡는 법, 사회의 제약을 받아들이는 법, 그 제약의 타당성과 비합리성 등을 말한다. 그와 같은 살아가는 방법을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이 책을 추천한다. 그렇지 않다면, <효리네 민박>이나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 편>을 정주행하기를 추천하고 싶다. 책을 좋아하고 그것을 머릿속에서 그리는 것을 아주 좋아하지만 가끔은 눈에 보이는 사랑이 사랑을 말하기도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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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정중할 것 - 과거, 상처, 인간관계, 스트레스로부터 온전히 나를 지키는 지혜
호르스트 코넨 지음, 한희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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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일본 여행을 다녀오고 느낀 것 중 큰 것은 식당 직원과 손님과의 관계이다. 한국의 모든 알바생들을 내가 대변할 수 없듯이 내가 가본 일본 식당들이 모든 일본의 식당을 대변하지 못할 것이지만, 알바생과 손님의 관계는 직장 동료의 동료와 같았다.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 대 사람으로의 정중함을 가지고 대하되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에 서로 조심하려고 한다. 간단히 말하면 서로 존중한다. 한국의 직원과 손님과의 관계는 한국의 보편적 인간성과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개선되어야한다.

 

   서로에게 정중한 것은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나에게 무한히 정중하고 싶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기대하는 정중의 정도가 다소 높아 혼자 벽을 치는 일이 많았다.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었고 그동안 잘 살았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화가 다른 부분에도 미쳤기 때문에 방식의 보수 작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나는 한국의 알바 인권이 바닥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겪었던 무례함과 비인간적인 상황은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이후로도 계속해서 머리에서 맴돌고 있다. 1년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화는 약 10년간 모아두었던 화보다 더 깊고 진하게 남았다. 가장 큰 스트레스를 안겨준 세 모녀를 당장이라도 찾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기자 더욱더 치유하는 시간의 필요성을 느꼈다.




   알쓸신잡의 김영하 작가의 노트와 이탈리아식 낙천주의에 영감을 받아 내가 기쁜 순간들을 적어두려고 작은 노트와 주머니달린 셔츠를 구입해버렸다. 책의 뒷부분에 나오는 가볍게 소유하는 습관과 상충할 수 있지만 나는 벌써부터 행복해졌다.


아름답고 마음을 기쁘게 하는 것을 무신경하게 지나치지 않는 것이 행복을 부르는 비결이다.”

 

   한 때 티tea에 꽂혀 아침마다 나만의 의식처럼 10분씩 아무생각 않고 차가 알맞게 식어가기를 기다렸었다. 그 작은 10분으로 하루가 길어졌었던 것 같아 이제 자기 전에 끓여놓고 밤새 식혀, 아침에는 얼음을 넣어 차갑게 식기를 기다리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책에서 나오는 모든 방법을 한꺼번에 몰아하기 보다 차를 마시며 오늘은 어떤 마음 미션을 시도해볼까 하며 하나하나 익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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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으로 생각하라 - 생각이 뚫리고 인생이 바뀌는 완벽한 사고법
사이토 다카시 지음, 서라미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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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풍기를 찾으며 기상하는 날이 시작되었고 더위를 견디는 것으로 오전 일과를 다 보내고 있었다. 더위가 나의 생각을 잠식시키는 듯했다. 더위를 이길 수 있도록 기폭제가 필요했다.

 

 

   먼저 굳어있는 뇌를 움직여 생각을 이끌어내는 3가지 고르기 방법을 소개했다. 책을 잠시 덮고 내가 좋아하는 영화 3가지, 이번 연휴에 가고 싶은 곳 3가지 등을 생각해보았다. 첫째, 둘째는 빨리 생각나는 반면 마지막을 고르기가 생각보다 어려웠다. 작가는 이 방법을 여행할 곳 정하기나 점심 메뉴 정하기와 같이 실생활에서 가볍게 생각하는 것부터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는 과정에서도 쓸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책을 읽거나 자료를 수집할 때 3색을 이용하는 것에서 마지막 펜의 색이 초록인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평소 책을 읽으며 밑줄을 긋고 다시 그 밑줄들을 읽으며 자료의 유형을 분류할 때 항상 고민하던 문제였다. 작가의 생각이 잘 드러난 문장보다 나에게 어떤 영감을 주는 문장들이 더 많을 때 이 밑줄의 의미가 무엇일지 늘 고민했었다. 초록색 밑줄이 그어진 부분을 모아 읽어보면 자신이 세상을 보는 방식이 보인다는 말에 위안이 되었고, 이 책을 읽고서도 초록색으로 분류해야할 문장들이 있는지 살펴보게 되었다.

 

   늘 그리던 방학이 시작되고 벌써 7월의 반이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활동을 하지 않은 나에게 힘이 되어줄 만한 스킬들 또한 얻을 수 있었다. 세 단어를 하나로 묶어 외우는 매트릭스 영단어 훈련법과 자신만의 행동 3원칙은 오늘 밤이 가기 전에 시도해볼 것이다. 일주일과 하루를 셋으로 나누는 획기적인 방법도 나의 생활을 더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포스트잇에 적어 앞에 놓인 탁상 달력에 이미 붙여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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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의 대단한 역사 - 하루 일과로 보는 100만 년 시간 여행
그레그 제너 지음, 서정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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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의 옷자락에 부는 바람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참이다.

 

   요즘 인기 있는 알쓸신잡프로그램을 나도 본방사수하며 즐겨보고 있다. 정치, 사회, 문학, 음악, 과학 등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한 정보를 즐거운 대화 속에서 얻고 있다. 이 책을 몽땅 머릿속에 넣고 유희열님의 옆자리에 앉는다면 몇 마디 거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들의 태생을 알려준다. 시계 보기, 화장실 가기, 우유 마시기, 샤워하기, 반려동물 키우기, 휴대폰, 신문, 속옷 등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자세한 내막들이 있다. 사실 기대하지 않았던 시리얼과 자위와의 관계라는 소제목을 보고 눈을 의심했지만 켈로그가 1880~90년대 의사로서 자신의 소견에 따른 에피소드에 불과한 것을 보고 안심했다. 왜냐하면 최근 일본 여행에 다녀오면서 대용량 시리얼을 구입했고, 그리고 혼또니 맛있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한복을 입은 사람에서 현재의 나의 모습까지 그 간격이 너무 멀어 그들이 마치 선사시대 인종이나 저 멀리 피라미드를 짓고 있는 사람들과 같이 느껴질 때가 많다. 그 모든 것들을 순서대로 배우거나 한꺼번에 정리해서 체화되지 않아서 뒤죽박죽인 머리에 그나마 종류별로 줄을 만들어 주었다. 사실 새로 배운 내용들이 많아 새 카테고리가 더 생긴 모양이지만 알쓸신잡지대넓얕을 합쳐놓은 듯해서 무척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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