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미, 칠월의 솔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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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호야, 나 보이니? 예뻐? 엄마, 예뻐? 내가 네 엄마야. 내가 태호 엄마야.

   널 만나서 무척 반가워. 사랑해. 태호야.

   내 이름은 정희영...

 

이번에는 태호의 작은 두 귀가 그 말을 듣는 것 같았다. 그러자 그 말들이 갑자기 외롭고 슬프게 들려 엄마는 말을 다 끝맺지 못했다. 엄마는 부끄러웠단다. 병원 대기석에서, 주차장 정산소에서, 마트에서 미친 여자처럼 중얼거렸던 게. 그다음에는 해일처럼 한없이 슬픔이 목까지 차오르는 것 같았단다. 그렇게 1년 정도 태호는 엄마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병원을 찾아가 언어치료와 놀이치료를 받았다. 그 1년이 지나는 동안, 엄마는 그때까지 자신이 뭔가를 진심으로 인내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내심이란 뭔가 이뤄질 때까지 참아내는 게 아니라 완전히 포기하는 일을 뜻했다. 견디는 게 아니라 패배하는 일. 엄마가 알아낸 인내심의 진정한 뜻이 그게 맞다면, 그 1년이 지난 뒤부터 엄마는 진짜 인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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