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의 시작은 분명 시의성을 갖춘 세련된 단편인데 결국은 sf 단편들로 이어진다.(트위터를 뜨겁게 달군 웨딩드레스44를 보라). 그 간극이 커서 처음에는 당황했는데 정세랑 작가의 상상력은 진득한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아픔을 위로하는 무언가로 존재한다. 이해가 가고 아팠다. 위로 받았다.
적의에 대해 생각해. 적의에 오래 노출되고도 괜찮은 사람은 여기든 거기든 없을 거야. 그나쁜 입자들을 씻어낼 수 있는 샤워 비슷한 게 있다면 좋겠다고도 생각해. 간편한 에어샤워 같은 것.
여자의 순서는 그제야 왔지만,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다. 짝사랑은 모멸감을 잘 견디는 사람만이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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