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기억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 언제나처럼 좋은 문체로 잔잔하게 필요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읽기 좋은 글이다.각기 다른 매체에서 발표한 단편들인데 시종일관 같은 맥락에서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걸 보면, 작가는 이런 구성을 염두에 두고 단편을 쓰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가끔 생긴다. 평범하기 그지 없는 미래를 기억한다면 요동치는 현재가 다를 것이라고 세상을 살아본 작가는 말한다. 부서지고 잊혀졌어도 과거의 어느 날은 오늘 내가 이 자리에 있게 한다. 80년의 시간을 간직한 80세의 노인은 80년 후인 2100년의 여인의 이야기를 마치 기억인듯 이야기한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딸의 세례명을 고민하던 차 잠깐 바르바라 라고 지을까. 하다 문득 평범하지 않은 두 바르바라의 삶을 떠올리고 평범하게도 아이의 생일로 택했다. 어미는 순교의 삶보다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미래를 살아주었으면 싶었다.단편 중 최근작 전체에 잔잔하게 담겨있는 섬생활의 흔적을 찾아내며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에서 박상영 작가가 묘사한 레지던스 생활, 김연수 작가의 모습이 그려져서 재미있기도 했고, 이래서 창작활동을 지원하는구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우리가 계속 지는 한이 있더라도 선택해야만하는 건 이토록 평범한 미래라는 것을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한 그 미래가 다가올 확률은 100퍼센트에 수렴한다는 것을.
내가 은희경 작가를 아주 좋아하기는 한 것 같다. 처음 그의 글을 읽었을때 여성에의 새로운 시각을 발견한 것처럼 두근대며 읽었고(그 전까지의 고전이나 현대소설의 시점은 처참했다) 최근 다시 읽었을 때 이 또한 지금 시대의 시각으론 불편한 지점이 넘쳐났다. 하긴, 그 시절의 나도 그랬다. 연미와 유미를 읽으며 지금이라면 직장내 성추행이라 관계설정부터 기함하며 껄끄러워할 일도 그땐 저렇게 불륜하다 결혼해도 되나?였다. 그래서일까, 내가 좋아했던 작가지만 과거에 머물러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일상을 보여주는 글에서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보통의 어른이더라. 조심스러운 기조가 곳곳에서 보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겁고 성실하게 그 긴 시간을 이어 글을 써오는 이 작가를 좋아하는구나. 오래오래 글을 써주세요.
이걸 알아야 할 것 같아. 우리들 속에는 모든 것을 아는한 사람이 있다는 것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