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 강하게 이끄는 인연을 향해 한걸음씩 내 딛는 주인공 남녀와 이를 지켜보는 후쿠스케 머리의 이야기, 1Q84의 시대와 고양이마을, 두 개의 달이 떠있는 세계를 지배하는 룰…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이야기는 때론 잔인하게 차갑고 때론 애절하게 그립다. 그리고 현실의 분위기는 대부분 전자에 가깝다. 2000페이지에 달하는 러브스토리
제 2권에서는 마음이 먹먹해질 정도의 서로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했다. 다른 작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에서도 엿 보았던 서로 다른 세계에서 더 깊어지는 그리움과도 닮았다. 나이들어가는 육체와 다르게 느리게 철든 남자들이 읽는다면, 어두운 밤 모르는 장소를 헤메이다 멀리 등불 하나를 발견했을 때 마음 한켠이 따스해지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만 하다. 덧붙임) 번역도 참 잘되었다.
일본어와 한국어의 닮은 점 때문일까, 양윤옥 번역가의 유능한 번역술 때문일까 문장을 읽어 나가는 속도가 남달라 650여 페이지를 금새 읽어냈다. 물론 무라카미의 이야기를 지어내는 실력도 한 몫 했을 터. 아직 소설의 세계관을 정확히 알긴 어렵지만, 작 중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니 애초에 만나게 될 세계관인지도 확실히 모르겠다. 빅 브라더의 배경이 되기도 했고 일본 경제의 황금기이기도 했던 1984년의 이야기를 무라카미는 왜 2009년의 소설에서 등장시켰을까? 남은 두 권을 통해 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평범하고 소박한 사람들의 평범한 삶을 다룬 아홉개의 단편. 주인공에게 화려하게 선사되는 행운도 없고, 예상 외의 기대를 만족 시키는 전개도 없고, 약간의 미스테리도 기대에서 그치며, 반전도 없는 허무한 이야기 들이지만, 그래서 나의 평범한 삶에 애정을 갖게되는 경험이었다. 상처받거나 그래서 힐링하고자 떠나는 여행이 있다면 가방에 넣고 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