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오스터의 유작, 247페이지의 큰 활자라 분량은 작은 편인데 그 안에 주인공 바움가트너와 연결된 여러 존재들의 이야기가 나뭇가지처럼 펼쳐진다. 직전에 읽었던 그의 장편 4321과 사뭇 닮았고, 뉴욕 삼부작과 같이 책 속에서 내면의 고민은 긴 시간을 들여 말하고, 움직임은 짧고 간결하다. 췌장암을 안고 쓴 유작이라 그런지, 책을 보는 동안 바움가트너는 폴 오스터와 자주 겹쳐 나타나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특히 배우자를 떠나 보내고, 그 빈자리를 환지통 처럼 표현하는 대목이나, 늙어 쇠퇴한 정신과 육체의 능력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그 시선이 머리속에 오래 남는다.
빌 호지스 3부작의 마지막 이야기. 3부작의 각 권이 각기 다른 매력을 지녔고, 그 중 세 번째 종장은 싱그러운 봄날 햇살과도 같았던 리즈시절에서 점차 내려와 산 아래로 기웃기웃 내려가는 인생의 퇴로를 걷는 숨은 영웅의 눈물겨운 이야기를 다루었다. 작가의 나이에 따라 애정을 쏟는 캐릭터가 가지는 색도 변하는지, 그리고 만년의 킹이 그리는 빌 호지스는 마치 본인의 내적 모습을 투영하는게 아닐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 마치 주인공 없이는 의미가 없을 것 같던 그들이, 그래도 살아가며 그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건, 이 소설이 주는 소중한 교훈이다. 어찌어찌 하다보면 살아지게 된다.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 주는 작가의 기법을 생각하고 읽으니 재미가 더 크다. 주인공에게는 감정이입을 통해 극적 재미를 더 하고, 조연에게는 주인공 캐릭터로 발돋움 할 수 있는 잠재력을 발견하며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게 한다. 빌 호지스 시리즈의 서막을 연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캐릭터에 애정을 갖게 되는 모멘텀을 다양하게 설정하여 인물들이 풀어나기는 이야기의 클라이막스를 기대하게 만드는 점인 것 같다. 그리고 긴장감이 고조되는 구간에서 항상 사용하는 교차편집과 다소 자극적인 설정과 위트로 흥미를 더하게 만드는 스티븐킹의 글 솜씨도 이 작품에 큰 매력을 선사한다.특히 외전인 ’홀리‘를 먼저 읽은 바, ‘홀리’의 첫 등장과 빌과의 만남을 목격하는 즐거움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