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오스터의 유작, 247페이지의 큰 활자라 분량은 작은 편인데 그 안에 주인공 바움가트너와 연결된 여러 존재들의 이야기가 나뭇가지처럼 펼쳐진다. 직전에 읽었던 그의 장편 4321과 사뭇 닮았고, 뉴욕 삼부작과 같이 책 속에서 내면의 고민은 긴 시간을 들여 말하고, 움직임은 짧고 간결하다. 췌장암을 안고 쓴 유작이라 그런지, 책을 보는 동안 바움가트너는 폴 오스터와 자주 겹쳐 나타나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특히 배우자를 떠나 보내고, 그 빈자리를 환지통 처럼 표현하는 대목이나, 늙어 쇠퇴한 정신과 육체의 능력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그 시선이 머리속에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