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은 유동자산이 아니라 진정한 신사의 품격을 가진 사람을 가려낼 줄 아는 통찰력이었다. 그래도 작 중에서 주인공이 조금은 성취하길 바랐다. 하지만 끝까지 그는 열망하던 것을 가질 수 없었다. 하긴 그 가지길 열망하였던 것이 결국 허영에서 비롯 되었던 상징들인데, 작중에 가지게 된다면 이치에도 맞지 않다. 하지만 고구마 열댓개 먹고나서 물도 못 마신채 마지막 책장을 덮는 이 느낌은 어떡할까…1800년대 영국의 정취를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여행한 기분으로 몇주 보낸 시간이 나에겐 소박한 유산이었다.
1,557 페이지에 걸쳐 같은 시대에서, 같은 이름으로, 같은 사람이지만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온 네 명의 이야기… 하지만 마지막 장에서 관찰자로서의 작가가 등장하며 이 소설의 평행 세계가 한낱 농담에서 시작한다는 걸 알게 된다. 문학은 현생을 사느라 바빠서 미처 알지 못하고 단조롭게 끝날 수 있는 우리의 인생을,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그나마 풍족하게 채울 수 있는 도구로서 마땅히 가까이 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
1편에 이아 저자는 계속 외친다힘은 상대가 내게 힘이 있다고 느낄 때 생기는 것이다반드시 상대와 내가 함께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당신은 생각 보다 힘이 있으니 포기하지 말고 끈질기게 협상하라그리고 게임처럼 생각하고 결과와 상대 반응에 연연하지 말라마지막으로 자식과의 협상에 대해서도 얘기하는 진정한 피날레
제 2 권챕터 마다 새로운 인생의 이야기를 읽어가는 것이 생각지 못한 종류의 재미와 즐거움을 준다. 한 인생을 주욱 읽고 그 다음의 인생을 다시 처음부터 주욱 읽는 것 보다, 각 챕터에서 다루어지는 비슷한 시기의 주인공이, 주어진 다른 환경 속에서 어떠한 선택을 하고 그로부터 어떤 경험을 하게되는지 엿보고 비교해 보는 것은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재미와 쾌감을 선사한다. 다음 권에서는 한층 더 성인에 가까워지는 주인공이 겪을 서로 다른 이야기가 더욱 기다려진다.
제 1권각 챕터 마다 다른 인생 이야기가 매트릭스처럼 전개되는 구조가 이전 장의 내용을 기억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읽는 맛이 독특하고 오묘하다. 왠지 마지막 장을 읽었을 때는 서로 다른 네 가지의 이야기가 뒤죽박죽 섞여 하나의 굵직한 소설처럼 합쳐지지 않을까 심히 우려섞인 기대감이 스멀스멀 맘속으로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