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할 권리
김연수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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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행자는 낯선 풍경을 찾아 떠난다. 권태로운 일상의 익숙함에서 벗어나 낯선 환경이 가져올 수도 있는 약간의 불편함을 무릅쓰고 새로운 풍경이 주는 활력을 찾아 떠난다. 여행자로서의 소설가도 마찬가지겠지만, 소설가의 시선은 조금 특별하다. 그곳이 어디가 되었든 소설가는 낯선 풍경에서 이야기를 발견한다. 러시아에서도, 독일에서도, 중국에서도 또한 한국에서도 김연수의 여행기는 사람과 함께이고 매력적인 이야기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이상과 김사량의 흔적을 찾아 떠난 여행이 이 책의 백미다.
김사량과 이상의 발자취를 찾아 떠난 여행이 낭만적이어 보이는 건 헤어디자이너의 일상에서 마주치기에는 좀 과한 스타일의 머리가 멋있어보이는 것과 같다. 그저 산기슭에 쓰여진 전투적인 한글 문장을 보러 만주까지 갔대도, 지금은 철거된 마루노우찌 빌딩과 옛 동네의 흔적만 남은 이상의 자취방을 찾아 도쿄 진보쬬오까지 갔대도 그저 그것으로 됐다. 아니 소설가로서는 눈물나게 멋진 여정이다.
이상과 김사량은 그 시대를 불태우고 떠났지만 김연수의 여정을 통해 이 책 안에서 그들이 살았던 장소를 배경으로 멋지게 살아 숨쉰다. 언젠가 중국을 여행하게 된다면, 혹은 도쿄에 가게 된다면 김사량과 이상을 떠올리리라. 그리고 그곳에서 그들의 흔적을 좇고 그들의 글을 뒤적거리리라. 김연수의 여행기가 선사하는 가장 큰 선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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