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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공, 뉴욕을 엿보다
조엘 코스트먼 지음, 김미란 옮김 / 테오리아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잠긴 문을 열고, 자물쇠를 다는 짧은 시간 동안 열쇠공은 고객의 내밀한 공간을 방문하고 그들의 삶의 한 자락을 엿본다. 여기 싱어송라이터가 되려고 했으나 실패하고 열쇠공이 된 조의 이야기가 있다.
비록 싱어송라이터를 준비하던 중 저금이 바닥나 지금은 육체노동자로 일하고 있지만 그의 예술혼은 아직도 불타고 있는 것 같다. 열쇠공이 쓴 이야기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소설을 읽는 듯한 유려한
문장으로 별난 뉴요커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 책은 정말 재미있다.
때로는 불법 폭죽 판매자의 창고에 자물쇠를 달아주고, 다시는 그와 일을 하지 않으려고 결심하기도 한다. 그러나 경찰의
단속에 창고 문이 부서진 고객의 자물쇠를 다시 설치하러 가며 계속 그와 일을 하는 이유가 이야깃거리를 모으기 위해서임을 깨닫는다. 때로는 이런 열정으로, 열쇠공은 작가가 되었다.
치과용품을 공급하는 노부부에게 자물쇠를 달아주며, 조는 노부인이 글을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조 역시 글을 쓰고
있기에 노부부는 반가워하며 노부인의 글을 읽어주기도 한다.
열쇠공을 부르게 되는 데에는 많은 사연이 있다. 조현병을 앓는 언니를 보살피며 언니가 물건들을 없애지 않게 하기 위해 서랍장에 자물쇠를 달기도 하고, 자동차 열쇠를 잃어버려 자동차 문을 열 수 없어 열쇠공을 부르기도 한다. 열쇠를
차 안에 두고 문을 잠궈버리기도 한다.
조는 조현병을 앓는 자신의 형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고객을
위로하기도 하고, 잠긴 자동차 문을 열다가 자동차 도난범으로 오해를 사기도 한다. 길가에서 우연히 만난 여자를 도와주었으나 도움을 받은 여자는 문이 열리자 마자 바람처럼 사라지기도 한다.
열쇠공은 고객의 사적인 공간을 방문하여 그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고객들은 자신의 삶을 꺼내어 보여주고 조는 그것을 훌륭하게 기록했다. 이
이야기들은 별난 뉴요커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들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