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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에게도 시간을 뛰어넘는 것들이 있다 - 겨울공화국 시인 양성우의 젊은 날의 연대기
양성우 지음 / 일송북 / 2017년 2월
평점 :
수많은 민주투사의
희생으로 이룬 민주주의를 퇴보시켰다고 평가 받는 대통령이 탄핵되고 새 지도자에 대한 기대가 부풀어오르는 요즈음,
군부독재에 저항하여 민주화 운동을 했던 저항시인의 젊은 날의 일대기는 한 번쯤 읽어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시대를 온 몸으로 겪지 못했던 젊은 세대들이 그 시절에 대한 지식을 가질 수 있게 하고, 그 시대를 살았으나 맹목적으로 권력을 추종했던 이들이 다시금 올바른 역사관을 가질 수 있게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이런 어지러운 시국에 한 번쯤 돌아봐야 하는 시절이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군부독재에 짓밟힌 경험과 엄혹한 시대의 상흔으로 가득한
책을 읽는 것은 감정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이 버젓이 벌어졌고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 스스럼없이 자행되었다. 견딜 수 없어서 책을 읽는 것을 멈춰야 했고 많은 생각이
떠올라서 쉬어가며 책장을 넘겨야 했다.
하지만 책은 저항 시인의 시퍼런 정신과 날 선 투지로 가득했으니, 그 가혹한 시대 속에서도 젊은이들은 온 몸을 불살라 민주주의를 일으켰다. 그
시절 젊은이들의 피와 눈물로 이룬 것들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항시를 공식적인 행사에서 낭독했다고 해서 교사 자리에서 파면시키고, 저항시가 외국 유명 잡지에 게재되었다고 해서 혐의를 조작하여 강제 투옥시키는,
권력욕에 눈이 먼 군부독재의 악랄한 복수를 읽으며, 21C의 헬조선을 떠올렸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여 정권에 비판적인 예술인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정권의 폐부를 파헤치는 언론인들을 해직하고, 사회적인 발언을 하는 연예인들을 TV에서 볼 수 없어지는 현실이 군부독재의 복수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았다. 직접적인 형태는 아니지만, 아직까지도 권력은 간접적인 형태로 저항하고
비판하는 자들을 탄압하고 있었다.
그 어두운 시대에도 민중의 궐기에 독재권력이 물러났으니, 추운 겨울날 중고등학생까지 광장에 나와 밝혔던 모두의 촛불이 뒤늦게라도 바로 세운 정의가 떠올랐다.
새 봄이 오고 있다. 돌려
놓아야 한다. 새 시대가 열리고 헬조선이라는 말이 사라지는 그 날을 이 책의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