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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DIARY (Future Me 5 years)
윤동주 100년 포럼 지음 / starlogo(스타로고)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다이어리!! 그것만큼 여자들이 애써 고르고 공들여 쓰는 것도 없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매년 연말이 되면 예쁘고, 예쁘고, 또 예쁜 다이어리를 심혈을 기울여 고르고, 마시고 싶지 않은 음료까지 마셔가면서 도장을 받아 스타벅스 플래너를 받고야 만다. 그렇게 마련한 다이어리에 콘서트 티켓이나 영화 티켓 따위를 붙여가며 꾸미는 게 팍팍한 하루의 낙이다.
요즈음은 Monthly, Weekly, Daily로 구성된 평범한 다이어리 외에도 5년 간을 쓰는 다이어리도 많이 나온다. 나도 <5년후 나에게>라는 다이어리를 쓰는 중이다. 매일 제시되는 물음에 5년 동안 답해가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한 노트여서 매일 물음을 확인하고, 답을 생각하고, 한 자 한 자 적은 후에 작년에 쓴 답과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윤동주 DIARY Future Me 5 years> 역시 비슷한 취지의 다이어리였다. 5년 동안 쓰도록 되어 있는 다이어리인 만큼, 표지도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이 연상되는 예쁜 디자인이었다.

다이어리 내지에는 윤동주의 시구와 윤동주가 사랑했던 시인들의 시가 중간 중간 수록되어 있다. 그러한 글들을 읽으면서 5년 동안 다이어리도 쓰고, 윤동주와 그가 사랑한 시인들의 시도 즐길 수 있는 특별한 다이어리이다. 다이어리 앞 부분에는 윤동주 시인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들어있다.

책을 좋아했던 윤동주 시인의 일화도 들어있으며, 어떠한 시인들을 사랑했고, 어떤 책들을 갖고 있었는지 윤동주 시인의 주변 사람들이 쓴 책들을 통해 알아본 내용도 적혀있다. 아마도 이 다이어리는 그러한 근거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윤동주 시인의 생전 사진도 몇 장 들어있다. 연희전문학교 시절의 사진이나, 그가 마지막으로 사진에 담겼던 모습 등이다. 간단한 윤동주 시인의 소개 글을 읽고 나면 본격적으로 다이어리가 시작된다. 그러나 그 전에 시 두어 개를 읽을 수 있다.

윤동주 시인이 구수해서 좋아한다는 프랑시스 잠의 시를 감상하고 나면 윤동주의 시도 하나 감상할 수 있다.

이제 1월 1일부터 시작하는 다이어리 페이지를 펼쳤는데, 웬 걸. 날짜와 다섯 줄 정도의 공란만 있지 아무것도 없었다. 애당초 5년 동안 무엇을 쓰라는 식의 가이드는 하나도 없었다. 5년 동안 같은 날짜가 돌아오면 같은 페이지를 펼쳐서 무엇을 쓰든 매일 다섯 줄을 써 내려가면 되었다. 그 다섯 줄은 정말 아무 것도 이야기해주고 있지 않았다. 일정을 쓰는 포맷도 아니고, 딱히 짧은 일기를 쓰라고 해놓았거나 답해야 하는 물음도 제시되어 있지 않았다. 순수한 5줄의 공란, 공백이었다. 그 포맷을 본 순간, 5년 동안 이 다이어리에 무엇을 적어야 할 지 행복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그냥 하루 동안 있었던 인상적인 일을 쓸까, 일정을 쓰는 포맷은 아니지만 일정을 쓸까, 할 일을 쓸까 고민하다가, 하루 동안 읽은 책에 대해서 끄적이기로 했다. 무엇을 읽었든, 얼만큼 읽었든, 하루를 마감할 때가 되면 뭔가 끄적이고 싶은 말은 반드시 있을 것 같았다.

얼마 전에 산 <노르웨이의 숲> 한정판을 읽는 기쁨에 대해서도 끄적여보았고, <편두통>을 읽으면서 든 질병에 대한 묘한 느낌도 끄적여보았다. 하루 동안 읽은 것에 대해서 그렇게 잠깐 생각하고 돌아보며 몇 줄을 끄적이는 것이 즐거웠다.

그렇게 내가 매일 펼치는 다이어리의 날짜란 옆에는 항상 윤동주 시인의 시구가 적혀있다. 5년 동안 같은 날이 되면, 같은 시구를 읽고, 내지 중간 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시들도 5년 동안 다섯 번을 읽게 된다고 생각하니, 5년 동안 윤동주 시인의 시에 푹 잠길 것 같다.

5년 동안 읽은 책에 대해서 쓰고 나면, 이 다이어리는 내 독서 일상을 기록한 귀중한 노트가 될 것이다. 앞으로 펼쳐진 공백들에 또 어떤 글을 적어 넣을지, 앞으로는 또 어떤 멋진 시구를 만나게 될지 기대된다. 5년 동안의 행복이 예약되어 있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