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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오렌지 ㅣ 경기문학 2
김주현 지음 / 테오리아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인생은 오렌지’는 극회 활동을 했던 저자의 작품이다. 저자의 연극에 대한 사랑이
묻어나는 두 편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인생은 오렌지>의
주인공은 연출선생님으로 일한다. 자신은 뭣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이들을 윽박지른다. 주인공의 연극에 대한 열정과 함께 자괴감이 느껴진다.
한편으로 주인공은 연극 극단 활동을 함께 하다가 스튜어디스가
된 여자친구 연우가 비행에서 돌아오기를 하릴없이 기다린다. 기다리는 동안 연우의 이모와 술을 마시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도 연우의 변심으로 허사가 된다. 연인에게 힘없이 버림받아도 저항 한 번 하지 않고, 삐죽 튀어나온
보도블럭에 운동화가 끼여 길바닥에 나동그라져도 불평 한 번 하지 않고 그대로 가던 길을 꾸준히 간다.
<인물리스트>에는
조명 스텝으로 일하면서 언젠가 자신이 연기할 배역을 준비하기 위해 인물리스트를 쓰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인상적인
사람을 보면 미행까지 해가며 그 사람의 특징을 잡아내어 인물리스트 노트를 한 장 한 장 채워간다. 그는
그저 조명 스텝일 뿐, 뭣도 아니지만, 연극에 대한 열정은
인물리스트를 꾸준히 채워가게 하고, 결국 희곡 대본을 쓰는 작가가 되게 한다.
그러나 그도 연인에게 버림받는다. 한참 연상의 여인에게 얹혀 살다, 헤어지며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된다. 그러나 그도 저항 한 번 하지 않는다. 조명 감독의
집에 신세를 지며 계속하여 인물리스트를 쓰고, 희곡을 쓸 뿐이다.
10년 동안 대본을 쓰고 난 후, 그 연상의 여인이 살던 동네로 돌아온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새벽을 함께하는 것은 캔맥주와 차오르는 반달일 뿐이다.
연극인들의 열정도 녹여낸 소설이지만 그보다는 연극인들의 쓸쓸함이
더 돋보이는 소설이다.
<인생은 오렌지>의
연출선생님은 말한다. 연극은 인생에 관해서, 인생을 위해서, 아니면 인생에 반해서 할 수 있을 따름이라고. 그 중에 최고는 인생에
반해서 하는 것이라고.
아마도 연극은 인생에 반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인생은 오렌지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