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부자가 된 배달맨
정연훈 지음 / 일송북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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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때나가서 뛰어 놀거나 친구 집에 놀러 가지 않고 주로 집에 있었던 내게 독서는 유일한 취미생활이었다세계문학전집이나 고전만화 등을 잡히는 대로 읽었고방학 때면 도서관에서 책을 박스로 빌려다가 모조리 보았다그러고도 책이 모자라서 본 책을 또 보고 또 보았다내 의사대로홀로 뭔가를 할 수 없었던 어린 내게 책은 유일한 즐거움과 기쁨의 원천이었다

 나처럼 많은 사람들이 책 읽기를 취미로 생각한다. 즐겁기 위해서, 여가를 보내기 위해서 편하게 책을 들춰보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 삶의 나락까지 떨어졌으나 치열하고 맹렬한 독서로 그 나락에서 건져 올려진 삼십 대 청년의 이야기가 있다. 중대한 미션을 수행하듯, 사명감을 갖고 진지하게 독서에 매진하여 자기만의 독서 법을 고안, 대중에게 소개하기까지 이르렀다.
 저자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머니와 헤어져 시골 할머니 집에 상처받은 채 보내졌다. 병든 할머니와 뇌를 다친 아버지와 힘들게 살다가 그마저도 십대에 차례로 잃고 동생과 함께 세상에 덜렁 남겨졌다. 그 때부터 단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시작되었다. 굶지 않기 위해, 하루 하루 존재하기 위한 괴로운 싸움이 벌어졌다. 세상은 저자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특히 서울로 올라와 일자리를 잡은 다음에는, 사람들의 무시, 동료나 고객과의 부딪힘, 갈등 때문에 직장을 박차고 나오기 일쑤였고 결국에는 게임만 하며 벌어놓은 돈을 탕진하는 삶을 살았다. 한때, 30대의 삶은 없다고 생각하던 저자는 어느 날, 책을 읽고 싶은 욕구를 느끼고 도서관에서 “이방인”을 빌려 완독을 해내기 이르렀다. 그렇게 시작된 독서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신앙생활로 30대뿐 아니라 40대, 50대의 희망찬 삶까지 내다보고 있다. 
 가혹할 정도로 굴곡진 인생 이야기는 상당히 흡인력이 있었다. 글은 다소 투박하기도 했지만, 솔직하고 담백하게 풀어내는 절망과 희망의 이야기는 분명히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다.
 저자는 자신에게 잘 맞았던 주5일 독서 법을 소개하고, “읽고, 기록하고, 생각하고, 적용하고, 실천하는” 5단계 독서 법을 권하였다. 저자가 주장하는 독서 법은 크게 대단하거나 신선한 주장은 아니었지만 “책에서 발견하는 희망의 메시지”가 이 책이 진정으로 독자의 마음에 가 닿을 수 있는 이유였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절망의 나락에서 “책”이라는 희망을 붙들고 올라오는 이야기와 독서를 통해 치유되고 위안을 얻는 이야기는 이 책의 백미이다.
 이 책을 읽으며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던 할머니가 난해한 하버드 클래식 전집을 독파한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아무리 불우했어도, 아무리 사정이 여의치 못해 많은 것을 누리지 못했어도, 우리의 가슴에는 지적 욕구와 열정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한 희망의 기운은 가혹한 현실 속에서 우리의 가슴 속에 숨어 있다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우리 밖으로 치밀어올라 책 앞으로, 학교 안으로 이끈다. 공부를 끝마치지 못했어도 노년에 이르러서 셰익스피어를 읽을 수 있고, 더 이상의 삶은 의미 없다고 생각하던 사람도 책을 가열차게 읽으며 대학진학과 자신의 사업을 일궈갈 꿈을 가질 수 있다. 
 청년이여, 꿈을 가져라. 열정을 불태우라. 지금까지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어느 한 권의 책이 길잡이가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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