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10년 써도 다 못쓸 것 같은 두꺼운 노트를 사서 독서노트를 열심히 썼다. 책을 읽는 동안 발췌할 부분에 일일이 포스트잇을 붙이며 독서노트 쓸 준비를 했다. 책을 다 읽으면 포스트잇을 하나 하나 찾아가며 노트에 옮겨 적고 한 장 분량의 간단한 감상을 썼다.
그러나 삶이 바빠지자 읽기만 하고 독서노트를 쓰지 않아, 쓸 거리가 밀려 엄청난 양이 쌓였고 급기야는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바쁜 것만이 이유는 아니었던 것 같다. 독서노트를 쓰는 데 드는 공수는 많은데, 막상 쓰고 나면 별 의미 없는 글인 것 같은 회의감도 들었다.
<마이 시크릿 독서노트>는 이런 내 회의감을 해결해주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가이드대로 한 장 한 장 내용을 채워 완성도 있는 독서노트를 쓸 생각에 설렜다.
책의 내용은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독서 노트는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대한 간단하지만 흥미로운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요즘 시대에 책을 읽기 힘든 이유는 스마트폰 등의 디지털 매체라는 점을 꼬집으며 책을 제대로 읽으려면, PC방을 나와서 서점과 도서관으로 향하라고 충고한다. 나도 스마트폰을 쓰기 전에는 한 달에 8~9권을 읽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시작하자 아무리 많이 읽어도 3~4권을 넘지 못했다. 그 이유가 스마트폰임을 알면서도, 즉각적으로 흥미로운 컨텐츠를 내 손에 전달해주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집에 쌓여있는 책을 볼 때마다 읽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고 한탄했다. 이제 과감히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책을 잡으련다.
“왜 읽는가?”에 대해서 이 책은 “쓰기 위해서 읽는다!”라는 제안을 한다. 읽으면 쓰는 능력이 향상되고, 쓰기 위해서 읽으면 집중력이 높아져서 책을 제대로 읽어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독후감이나 서평을 쓰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고 그 방법대로 빼곡하게 글을 채울 노트가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책
의 첫 장은 <READ LIST>로 시작된다. 2016년에 읽은 책들을 하나씩 적어보았다. 분야를 적다 보니 소설이나 에세이를 주로 읽었음이 파악되었다. 출판사나 전체 페이지수를 찾아 적느라 공수가 들었지만, 쓰고 나니 뿌듯했다. 이 리스트를 어서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는 법과 서평/독후감을 쓰는 법에 대한 본격적인 가이드가 나오기 전에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을 쓰는 부분이 있다. 책을 읽고, 서평이나 독후감을 쓰기 전에 먼저 한 번 생각해 볼 만 하다. 개인적으로 책은 재미있어서 읽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세계문학전집을 읽으면서부터 책은 내 오락거리였고 즐거움의 원천이었다. 좀 더 나이가 들어 인문학 서적을 읽거나 자기계발서적을 읽으면서도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 어렸을 때는 소설의 스토리를 즐겼다면 이제는 새로운 세상을 탐사하는 즐거움으로 책을 읽는다. 아직도 소설이나 에세이를 제일 많이 읽지만, 어렸을 때에 비하면 책을 읽는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어졌음을 느낀다. 그
리고, 여전히 책은 재미있다. 나는 아직도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
리뷰를 남기기 전, 자신의 독서습관을 체크해보기 위한 리스트가 있다. 이 리스트는 리뷰를 쓰기 전에 한 번 체크하고, 리뷰로 이 책을 가득 채운 후에 다시 한 번 체크한다. 그리고 두 결과를 비교해볼 것을 제안한다. 독서습관이 좀 더 견고하게 자리잡고 있을 것임을 암시한다. 현재도 Good! 단계 이지만 리뷰를 모두 쓴 다음에는 Wow! 단계가 되어 있기를 기대하며 리뷰를 적어보았다.
최근에 읽은 책으로 리뷰를 하나 적어보았다. 상단에 책에 대한 정보를 적고 시작한다. 가운데에는 책을 읽으며 인상적이었던 문구를 필사한다. 옛사람들이 “초서”라고 불렀던 것이다. 만년필에 대한 책을 읽고 나서, 기억해야 할 사항이라거나, 만년필을 소재로 한 시적인 표현을 옮겨 적었다. 양 옆에 조그만 부분에는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이나 관련된 추억, 더 찾아볼 내용을 적는다. 옛사람들이 “질서”라고 불렀던 부분이다. 책을 읽으며 진정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책을 읽고 얻은 것이 있다면 그것을 토대로 내 안에서 나올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나 자신의 사유를 기록해 놓는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마지막 부분은 리뷰를 쓰기 위한 개요표를 작성
하고 한 페이지의 짧고 자유로운 리뷰를 쓰는 것으로, 이 책의 하이라이트이다. 개요표는 대주제문과 소단락 별 소주제문을 쓰도록 되어있고 서론은 가장 나중에 쓰게 되어있다. 서론부터 쓰다 보면 막히기 일쑤이기 때문에 내용을 모두 정리한 후에 “관심환기” 부분과 “문제제기” 부분을 쓰도록 되어 있다. 이대로 따라 써보니 여전히 독서노트를 쓰는 것은 공수가 많이 드는 일이었다.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더하겠지만, 글을 쓰기 전에 개요표부터 작성하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책도 다시 한 번 들추어보게 되고, 개요표도 여러 번 고쳐 썼다. 한 권의 리뷰를 쓰는 데 두, 세 시간이 걸린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엔 이런 내 노력이 의미 없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단지 내용을 몇 가지 발췌하고 대충 감상을 쓰던 이전의 독서노트에서 한 단계 발전한 기분이 든다. 이 책을 모두 내 글로 채우고 나서는 어떨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책을 읽고 난 느낌과 감상, 책에서 얻은 것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모든 이들, 책의 리뷰를 제대로 써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