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싶어지는 것들의 비밀 - 신경과학, 심리학으로 밝혀낸 소비 욕망의 법칙
애런 아후비아 지음, 박슬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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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상 미니멀리스트는 글렀다. 좋아하는 물건들을 한 가득 쌓아두고는 다 손이 가지도 못해 쳐다만 보고 있다. 수납장에 넣고, 책장 위에 올리고, 창고에 넣고, 여기 넣고 저기 넣어도 또 사대서 이제는 둘 공간이 없어 난감할 정도다. 대체 내가 왜 이렇게 사대는 것일까하는 의문에 이 책을 들었다.

애런 아후비아는 연인 간의 사랑을 연구하던 학자다. 그는 사물을 사랑하는 것과 사람을 사랑하는 것 사이의 연관성에 착안해서 이 책을 썼다. 사람은 원래 사람만을 사랑하도록 진화했다. 아이를 돌보고, 서로 도우며 살기 위해서. 하지만 사물이 사람과 비슷하거나 사람을 떠올리게 하거나, 자기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사람들은 사물도 사랑한다.
이 대목에서 내가 직접 만들어 선물하거나 쓰고 있는 퀼트, 뜨개, 프랑스 자수, 가죽 소품이 떠올랐다. 그것들은 정말 내 일부다. 나는 그러한 취미 없이 살 수 없다. 이미 사 놓은 재료를 다 소진하려면 산신령이 될 때까지 살아야 할 것 같은데, 정말 그것들을 다 만들어 내고 나서 죽는 게 하나의 작은 소망이다. 그리고 그렇게 내 손이 타서 탄생한 것들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사물이 사람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쿠키에 사람 얼굴을 그려 놓고 미스터 쿠키라는 이름을 붙이면 먹는 사람들은 그 쿠키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읽은 책을 기록하시던 노트를 애지중지 간직하고, 노트의 뒷장에 자신이 읽은 책 정보를 덧붙여 적는 사람은 집에 불이 나면 아이와 반려 동물 외에 그 노트를 챙긴다. 사물이 사람을 떠올리게 하면 그 사물은 너무나 소중해진다.
내적 보상을 주고, 즐거운 경험을 하게 해 주는 것들 역시 우리는 사랑한다. 타르 냄새를 좋아하는 남자가 있다. 타르 냄새 자체는 별로 유쾌한 것이 되지 못하지만, 그는 타르 냄새가 아스팔트 위에서 친구들과 롤러 블레이드를 타던 즐거운 경험을 떠올리게 해주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왜 사람이 아닌 사물을 사랑하고 애지중지하며 저장 강박으로 보일 정도로 사 모으는지에 대해 심리학적, 과학적, 진화적인 설명을 제공하는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 하는 안심이 든다. 애런 아후비아는 말한다. 사물을 사랑하는 것은 진화의 오류로 볼 수 있지만, 그는 하나의 특성이라고 생각한다고.  
한 뮤지션의 에세이에서 사랑과 취미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을 읽은 것이 떠오른다. 자꾸 생각나고, 자꾸 하고 싶고, 보고 싶다고. 어쩌면 우리의 소비 욕망은 자본주의 사회의 물욕을 나타내는 것뿐일 지도 모르지만, 그 안에서는 분명히 사랑하는 것에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지친 하루를 끝내고 조용히 뜨개를 하며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 사람처럼. 애런 아후비아처럼 나도 사물을 사랑하는 것은 진화의 오류라기 보다 특성이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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