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의 촌철살인

쇼펜하우어 인생 편의점 (양장) - 내 삶의 철학이 되는 지혜의 모든 것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김문성 옮김 / 스타북스 / 2024년 1월

험난한 인생을 살다 보면, 가끔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야근이 너무 많아 몸이 힘들어서 회사를 옮기니, 그 회사는 야근은 없지만 적성에 안 맞는 일을 시켜대고, 그래서 회사를 또 옮기니, 이번에는 적성에는 맞지만 회사에 비전이 없고. 정말 인생은 산 너머 산,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 곧장 다른 문제가 밀려드는 난국이기 따로 없다.

<쇼펜하우어 인생 편의점>에서는 쇼펜하우어의 다소 염세적인 시선이 담긴 철학을 통해 삶에 대한 독한 충고를 전해준다. 삶을 잘 살아내기 위해 깨워야 하는 이기적 유전자, 운명, 삶의 기쁨과 슬픔, 인간관계, 괴로움과 위기, 죽음에 대해 쇼펜하우어의 견해를 들려준다.
그의 지혜는 삶에 대한 염세적이고 비관적인 시선을 기초로 정곡을 찌르기 일쑤이다. 날카롭게 벼린 충고이다. 과거에 얽매이고 미래를 기대하지 말고 현재를 충실히 살라거나. 번잡스럽게 활동 범위를 넓히지 말고 축소하는 데서 행복을 얻을 수 있다거나. 사교 행위는 자기 자신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나 하는 아둔한 것이니, 고독할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한 것이라거나.
특히 삶의 기쁨과 슬픔에 대한 쇼펜하우어의 견해가 인상적이다. 향락과 기쁨을 좇아 이리 저리 뛰어다니는 사람은 고통과 괴로움도 그만큼 불러들이기 일쑤다. 그렇기 때문에 기쁨을 찾아 다니다 그보다 더한 괴로운 일을 당하는 사람만큼 어리석은 사람도 없다. 그러나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대부분 향락을 찾아 바쁘게 돌아다기다 사고와 불행을 만나기 일쑤다. 지루한 천국이라는 외국과 대조되게 즐거운 지옥이라는 한국의 사정에 아주 잘 들어맞는 조언이 아닐 수 없다.

현명한 사람은 슬픔이 없기를 요구하되 기쁨을 찾지 않는다.
(p. 125)

쇼펜하우어는 기본적으로 인생에는 괴로움과 역경이 숙명적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행복하기를 바라기 보다는 불행이 없기를 바라고 불행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향락과 쾌락은 껍데기일 뿐, 엄청난 고통의 무게에는 댈 수 없다.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쇼펜하우어는 일침을 놓는다. 평범한 사람들은 특출난 사람의 빛나는 면을 볼 수 없다. 그래서 뛰어난 사람의 단점이나 별 볼 일 없는 면과만 공명할 수 있는 것이다. 뛰어난 사람은 자신의 수준을 낮추어야만 일반적인 사람과 교제할 수가 있다. 뛰어난 자는 평범한 대다수의 사람들과 교제하면 할 수록 손해라는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주위의 사람들에게 애정을 많이 보여주지 말라고도 말한다. 사람들에게 당신이 꼭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보내면 교만해져 막 대하게 되고, 결국은 관계가 파탄이 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은 당신이 꼭 필요하지는 않다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의 이야기를 가만히 읽고 있다보면, 너무 세상을 암흑으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프고 상처입은 사람일수록, 또 처참하게 부서진 사람일수록 그의 이야기에서 치유받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은가 싶다. 자살률이 치솟고, 묻지마 범죄가 설치고, 누구도 함부로 믿지 못하는 살벌한 경쟁의 시대에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우리에게 은근한 위안과 촌철살인의 지혜를 전해준다. 이 시대 모든 이가 읽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