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세상 끝의 카페
존 스트레레키 지음, 고상숙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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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지 않는 일은 하지 않을 것.

아무리 욕심이 나도 무리는 하지 말 것.

근 서너 달을 몇 시간 안 자며 무리하다 번아웃이 와서 두세 달 즈음 골골 앓고 난 후 아프게 깨달은 것들이다. 난 그 동안 원하지도 않았던 잡다한 일들을 건사하느라 시달리면서도 하고 싶었던 일들을 욕심껏 벌였다. 한 무더기의 잡일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보니, 정작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시간은 두 손 가득 담은 모래가 술술 빠져나가듯 잡히지 않았다. 바쁘고 고달프게 보내면서 아등바등하던 내 인생 자체에 커다란 회의가 먹구름처럼 몰려왔다. 그 순간 나는 의욕이든 건강이든 총기든, 또는 그게 무엇이었든 간에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내려 놓아 버리다시피 했다.
가장 어두웠던 날들이 지나고, 책을 펴도 한 글자 집중할 수 없었던 날들을 거치고, 방구석에 칩거하면서 바느질로 마음을 달래던 날들에 <세상 끝의 카페>를 만났다. 우연처럼, 인연인 듯, 차라리 기적에 가깝게.
이 책의 중심 메시지는 힘든 시간을 거친 내 깨달음과 맞닿아 공명하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그 순간 이 책을 만났기 때문에 아픈 깨달음이 더욱 통렬해졌는 지도 모른다.

제 생각에 그 거북은…. 그 녹색 바다거북은 우리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며 인생을 보내고 있다는 것, 헛된 짓으로 많은 에너지를 낭비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해준 것 같아요. 지금 쓸데없는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기 때문에 나중에 진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순간이 왔을 때 그 일을 하는 데 쓸 힘이나 시간이 남아 있지 않을 수도 있다, 뭐 그런 걸 가르쳐준 게 아닌가요?
(51%)





이 책의 주인공은 쳇바퀴 같은 직장 생활에 지쳐, 그만 휴가를 떠나기 위해 길을 나선다. 그러나 교통사고 때문에 길이 심하게 막히자, “되는 게 없네.” 하면서 차를 돌린다. 그러나 그 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길을 잃고, 연료도 떨어져 가고, 배는 고프고, 하룻밤을 보낼 곳도 마땅히 없어 절망할 즈음, 세상 끝인 듯 황량한 곳에 신기루처럼 불을 밝힌 카페가 등장한다.





그는 그 곳에서 맛있는 것을 배불리 먹을 뿐 아니라, 그가 잊고 있고 외면하고 있던 삶의 중대한 질문과 마주한다. 바로 카페 메뉴판에 글자를 바꾸며 떠오르던 질문들이다.





당신은 왜 여기에 있는가?

죽음이 두려운가?

충만한 삶을 살고 있는가?

그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는 방법, 그 일을 실제로 행동에 옮기기 위해 필요한 일들, 원하는 일을 열정적으로 하는 사람들의 특징 등등을 배운다.



우리가 무엇을 배우며 자랐건, 어떤 광고를 접하며 살았건, 그리고 일에 치여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건, 인생은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겁니다. 난 이걸 잊고 있었어요. 그래서 내 주변 상황이 내 인생에 온갖 영향을 미치는 걸 내버려 두었던 겁니다. 내가 골프공을 옮겨 어디에서 치건 누구도 상관하지 않았듯이, 내 존재 목적에 대한 관심 역시 나만 갖고 있는 거죠. 내 운명을 다른 사람이나 다른 존재가 멋대로 좌지우지하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됩니다. 스스로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적극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운명이 나를 흔들어버리죠. 골프공을 옮길 수 있는 건 나뿐입니다.
(85%)

하루하루 원하는 일을 하면서 만족스러운 삶을 살았거나, 지금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은 딱히 죽음을 두려워할 것이 없다. 하지만, 그저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원하지 않는 일을 죽어라 해 대면서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은 죽음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일단, 돈을 벌고 원하는 일은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은 은퇴한 다음으로 미루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시시각각 줄어들고 있으니.
주인공은 세상 끝의 카페에서 종업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하룻밤을 무사히 보내고, 영혼까지 치유한 후 다시 길을 나선다. 세상 끝의 카페에 다녀온 후, 그는 조금씩 자신이 원하는 일을 시도하기 시작하고, 그건 그의 인생에서 조금씩 지분을 늘려가기 시작한다. 결국, 그는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게 된다.

우리 인생 자체가 멋진 이야기랍니다. 단지 자신이 얼마나 훌륭한 작가인지, 또 얼마든지 자신이 원하는 대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할 뿐이죠.
(93%)

나는 이제, 재미없는 일은 모두 정리하고, 원하지 않는 잡일은 영혼 없이 대충 하고, 프롬프트 엔지니어와 핸드메이드 소품 작가의 길을 새롭게 걸으려 한다. 그 시작 지점이 될 뻔한 날들에 한 번 좌절되었으나, 크게 괘념치 않는다. 다시 시작하면 그만인 것을.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산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마구 두근거리고 매일이 설렌다. 보잘 것 없어만 보이던 내 인생이 조금은 더 나아 보인다. 다시 한 번, 이번 번아웃에서 배운 걸 꼭꼭 씹어 되새겨 본다.

원하지 않는 일은 하지 않을 것.
아무리 욕심이 나도 무리는 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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