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창세기 - 사회들의 기원에 대하여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 지음, 김성한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재 지구의 지배자는 인간이다. 크기도 코끼리보다 크지 않고, 눈과 귀도 개보다 밝지 않고, 힘도 사자보다 세지 않은 인간은 고도로 발달된 사회를 형성해서 지구를 제패하게 되었다. 인간이 어떻게,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의 사회를 형성하게 되었을까? 또 혼자 생활하는 동물들이 어떻게 군락을 이루고, 사회를 이루어서 살게 되었을까?
<
인간 본성에 대하여>, <통섭>, <사회생물학> 등의 명저를 남긴 퓰리처상 수상 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마지막 진사회성 연구 결과로 <새로운 창세기>를 내고 세상을 떠났다. 그는 떠났지만, 이 책에서 인간의 진사회성에 대한 의미심장한 주장을 남겼으며, 그 주장은 후대에서 깊게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인간 조건을 다루는 철학이 제기하는 모든 질문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귀결된다.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 무엇이 우리를 창조했는가? 그리고 우리는 궁극적으로 어떤 존재가 되고자 하는가?
(p. 5)


그는 진화론자다. 그래서 이 책을 유전자와 진화론부터 시작해서 진사회성을 유전과 진화론에 바탕을 두고 설명해 나간다. 그는 진화 과정에서 일어날 법하지 않은 일이 일어난 것에 주목했다. 바로 이타성이 발현된 것이다. 그는 이것을 드래곤 챌린지라 부를 만하다고 주장한다. 드래곤 챌린지는 급한 커브 길 99개에 이은 경사 45도 계단 999개를 오르내리는 것이니, 얼마나 극단적인지 짐작이 간다.
세포가 다른 세포들을 살아남게 하기 위해서 특정 시간에 때를 맞춰 자살하거나, 병사가 전투에 나가 목숨을 바쳐 싸우거나, 승려가 평생 결혼도 하지 않고 헌신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러한 행위는 스스로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회 전체로 보면 큰 도움이 되는 일들이다.
사회가 발달하기 전에는 초기적인 군락이 있었다. 무리 지어 다니며 포식자를 피하고, 쉽게 먹이를 구한다. 이런 동물 종들 극히 소수만이 다음 단계인 가장 높은 수준의 사회, 진사회성 사회로 진화했다. 진사회성 사회란 개체들이 번식을 전문으로 하는 계급과 노동을 담당하는 불임의 일꾼 계급으로 나누어져 분화한 사회이다. 흔히 개미나 벌에서 볼 수 있다. 이 사회에서는 가장 발달한 이타성과 사회적 복잡성이 드러난다. 그리고 이러한 진사회성을 가진 동물 종은 지상을 지배할 수 있게 되었다.
에드워드 윌슨은 인간 사회도 진사회성 사회라고 주장한다. 언뜻 보면 이해가 가지 않지만 그는 폐경 후의 할머니 도우미나 동성애자들이 강력한 증거라고 한다. 동성애자들이 유달리 이타적이며 이것은 유전적 토대를 갖고 있다. 동성애자들의 비율은 돌연변이만 있다고 가정했을 때 기대되는 수준을 훨씬 웃돈다. 동성애 성향은 자연 선택의 선호 대상이며 이들은 집단에 도움이 된다고 그는 주장한다. 또 하나의 증거는 종교인들의 수도 문화가 전 세계에 퍼져 있다는 것이다. 종교인들은 결혼을 하지 않지만, 우리 사회에 큰 도움을 준다.

이기적 개체들이 이타적 개체들을 누를 수 있지만 이타적 개체들의 집단은 이기적 개체들의 집단을 누를 것이다.
(p. 92)


이것은 집단 선택이라는 개념을 지지한다. 집단의 일부 구성원이 번식을 포기하거나 자신의 생명을 단축시킴으로써 모집단에 충분한 이점을 제공한다면, 그 구성원은 이러한 이타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타성에 바탕을 둔 집단은 이기주의에 바탕을 둔 집단보다 오래 살아남는다.
진사회성이 진화적으로 옳다면, 왜 진사회성을 가진 동물 종이 드문 것일까? 거기에 대한 해답으로 저자는 진사회성 군락을 만드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존재하지만, 나머지 유전자는 홀로 생활하는 데에 적응된 채 남아있기 때문에 진사회성을 발현하기가 어려웠다고 해설한다.
인간 사회가 어디에서 유래하였는지 세균 단위에서부터 설명해가며 진사회성으로 숨가쁘게 도달하는 이 책이 아주 흥미롭다.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진사회성의 난점까지 진화론으로 명쾌하게 설명했다는 생각이 든다. 생물학의 전문적인 내용이 나오지만, 읽기 그리 어렵지 않으면서 진사회성을 탐구할 수 있는 과학 분야의 양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